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 20대 작가들이 미리 쓴 편지

강주영 2023. 1. 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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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년'들에게 자주 붙는 수식어가 있다.

경쟁과열, 능력주의, 각자도생. 한 20대 청년작가가 바라본 요즘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다.

작가들이 유서쓰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 참여를 유도한다.

춘천에서 첫 개인전을 한 후 정착한 청년 작가가 타지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연대해 이끈 지역 전시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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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국 등 6명 기획 ‘사각사각’
춘천 개나리미술관 내일 개막
중앙대 출신 작가 그룹 ‘808’
죽음 주제 50점·유서 체험 마련

‘요즘 청년’들에게 자주 붙는 수식어가 있다. 경쟁과열, 능력주의, 각자도생…. 한 20대 청년작가가 바라본 요즘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다. 청년들에게 삶, 그리고 죽음은 어떤 의미일까. 그들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전시가 열린다. 전시장 한 켠에 작은 방도 마련했다. 관객이 앉아 유서를 써 볼 수 있는 곳이다.

청년작가 6명이 참여하는 기획전 ‘사각사각’이 오는 31일 춘천 개나리미술관에서 개막한다. 춘천에서 활동하는 원주 출신 한동국 작가를 비롯한 중앙대 미술학과 출신 작가모임 ‘808’의 전시다. 곽현규·구구·권원석·최성우·한태호 작가가 함께 한다.

한동국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적은 유서에서 “연명치료는 거부하겠습니다. 우리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기후위기와 일상 속 각종 재난·재해를 겪고 있는 요즘 20대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가 드러난다.

기획전 ‘사각사각’은 죽음을 주제로 50여점의 평면회화를 선보인다. ‘사각사각’은 작가들이 유서를 적을 때 나는 소리이자 자신들이 죽음을 표현해 내는 평면 공간을 함께 의미한다. 목탄으로 직접 쓴 유서 글귀부터 디지털아트, 만화, 펜화, 유화, 일러스트레이션, 콜라주 등 다양한 형식으로 주제를 풀어냈다. 죽음을 주제로 했지만 20대가 관찰하는 사회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갓 사회에 입성한 청년들이 전하는 메시지도 담긴다. 권원석 작가는 작품 ‘어 2023’ 등을 통해 “노력해도 보상받지 못하는 시대”를 떠올린다. 청년이 사회의 주역이 돼야 하지만 패배자로서 체념하게 되는 현실을 꼬집는다.

죽음에 관한 작가의 개인적 기억부터 죽음을 떠올리며 펼쳐낸 상상력도 눈길을 끈다. 한태호 작가는 괴물의 형태로 죽음에 대한 혐오, 공포를 표현한다. 구구 작가는 생사의 경계에 대한 중의적 의미를 담아 ‘죽음’을 위트있게 풀었다. 한동국 작가는 나무의 죽음을 상징하는 ‘재’로 만든 목탄을 소재로 활용해 9컷의 만화를 선보인다.최성우 작가 역시 목탄으로 쓴 유서로 나무판을 까맣게 채웠다.

수동적 관람을 넘어 관객이 주체가 돼 감상하도록 한 젊은 재치도 돋보인다. 전시장의 한 공간에는 목탄과 나무판자가 비치돼 독립 공간에서 유서를 써 볼 수 있다. 작가들이 유서쓰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 참여를 유도한다.

춘천에서 첫 개인전을 한 후 정착한 청년 작가가 타지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연대해 이끈 지역 전시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정현경 개나리미술관 관장은 “이제 막 사회에 발딛은 작가들은 패배와 추락을 부정하지 않고 그 속에 새로운 형태로 피어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며 “죽음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공감과 소통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달 12일까지 열린다. 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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