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훈장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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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은 등급의 훈장을 타려는 다툼은 있어도 거부한 사례는 잦지 않아 화제가 되곤 한다.
유신헌법 철폐를 요구한 민주인사이자 인권운동가인 고 이이효재 전 이화여대 교수는 20여 년 전 군사반란 정권에 기여한 이들과 함께 국민훈장 수여 대상자에 오르자 원칙을 잃은 선정이라며 거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전 정부에서도 훈장을 거부한 일이 있었다지만 이번엔 38년간 근무한 한 국어교사의 포기서 내용이 언론에 알려져 더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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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은 등급의 훈장을 타려는 다툼은 있어도 거부한 사례는 잦지 않아 화제가 되곤 한다. 유신헌법 철폐를 요구한 민주인사이자 인권운동가인 고 이이효재 전 이화여대 교수는 20여 년 전 군사반란 정권에 기여한 이들과 함께 국민훈장 수여 대상자에 오르자 원칙을 잃은 선정이라며 거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2020년 별세했을 때 정부가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해 비로소 영정 앞에 놓일 수 있었다.
2월 퇴임을 앞둔 교육계 공무원 중 일부가 정부포상인 훈포장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퇴직 교원에게는 청·황·홍·녹·옥조근정훈장부터 장관 표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등급의 정부포상이 있다. 정년퇴임하기 까지 재직기간이 적어도 33년 이상 40여 년이라야 대상에 속하니 평생의 사회적인 공적을 인정받는 것이다. 더구나 여야 정권 교체 속에서 여러 규정에 부합하는 등 조건에도 충족해야 주어지는 영예이다. 이 훈장을 거부하려면 공적조서 대신에 거부 취지를 담은 포기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전 정부에서도 훈장을 거부한 일이 있었다지만 이번엔 38년간 근무한 한 국어교사의 포기서 내용이 언론에 알려져 더 화제가 됐다. 에이포 2장 분량의 포기서에는 “참교육을 위해 노력하던 교사들은 오히려 징계를 받고 급기야 해직까지 당하여 ‘정부포상의 제외대상자’가 된 현실 속에서 단순히 거기에 속하지 않았다고 떳떳하게 정부포상을 받기에는 너무 부끄러운 일입니다”라는 글귀를 포함해 이유가 빼곡하다. 정의롭지 않은 교육 현장과 청소년을 무한경쟁으로 내몰도록 부추기는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의 취지를 찾을 수 있다.
훈장은 실질적으로 국민이 수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나 훈장증 서명은 수여권자인 대통령을 비롯 국무총리, 행정안전부장관 이름이 나란히 쓰인다. 국가적 권위가 부여된 훈장이기에 일단 받은 뒤 묵혀놔도 되지만, 포기서를 작성하면서까지 단호히 거부한 데는 분명한 취지가 있다. 정부는 이전에도 훈장 거부 사례가 있었다고 치부할 일이 아니라 그 내용을 살피고 귀 기울여야 한다. 상훈의 본질적 의미는 명예성에 있고, 통치자의 정치적 산물이라는 점에서 작년 11월의 양금덕 할머니 논란에 이은 이번 여러 훈장 거부를 예사롭게 넘겨선 안 된다.
박미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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