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개 로봇이 하루 100만개 물품 나른다

런던/이미지 기자 2023. 1. 30. 03: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신선한 식품, 원할 때 배송”… 롯데 손잡은 英 ‘오카도’ 물류센터 가보니
오카도를 대표하는 ‘오토 프레임’ 시스템. 상자 위를 오가는 2000대 로봇은 오카도가 3D프린팅 기술로 직접 제작한다. /오카도

지난 24일 영국 런던 시내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오카도의 최첨단 물류센터(CFC·Central Fulfillment Center). 물건을 운반하는 피킹 로봇들이 불과 5㎜ 간격으로 초당 4m의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그로서리(식품·생필품) 자동화 물류센터인 이곳은 70만개의 저장 상자를 갖춘 축구장 6개 크기 규모다. 물건을 담은 박스를 냉장·냉동, 실온으로 나눠 적게는 6단, 많게는 21단으로 쌓아 두고 있었다. 보관된 박스 위를 2000개의 피킹 로봇이 오가며 하루에 100만개 이상의 물품을 고르고 나른다. 오카도의 상징인 ‘오토 프레임’ 기술이다. 오카도 설루션의 루크 젠슨 CEO는 “컨베이어 시스템의 경우 하나의 공정이 멈추면 모든 공정이 멈추지만 오카도의 CFC는 가동 가능 시간의 99%를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공장 한가운데에 넘어진 로봇이 한대 보였지만 다른 로봇들은 충돌 없이 피해 가고 있었다. 이날 오카도가 에리스(Erith) CFC를 한국 언론에 공개한 건 처음이다. 보안을 이유로 사진 촬영은 막았다.

◇하루 2000만번 고객 주문 예측해 미리 대응

‘유통업의 마이크로소프트(MS)’로 불리는 오카도그룹은 2021년 24억9880만파운드(3조826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5.1%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22년 4분기 기준으로 오카도는 일주일에 38만2000건의 고객 주문을 소화했다. 롯데마트(15만건)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오카도는 롯데와 손잡고 2025년 한국에 진출한다. 지난 11월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맺은 롯데는 최근 오카도의 물류 기술을 적용한 첫 번째 물류센터를 부산 강서구 미음동에 짓기로 했다.

오카도그룹 팀 스타이너 CEO. /런던=이미지 기자

롯데가 1조원을 투자한 오카도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통한 첨단 혁신 물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카도 서버는 하루 2000만번 고객 주문을 예측해 홈페이지와 앱에 노출되는 상품과 세일 상품, 물류 보관함의 순서와 위치를 정한다. 로봇은 물건을 담는 것은 물론, 서버와 1초당 10번씩 정보를 주고받으며 ‘곧 주문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박스를 위로 옮겨놓는다.

전체 주문의 40%는 로봇 팔이 출고를 담당한다. 냉장·냉동 식품이 많은 오카도의 특성상 흡입형과 집게형 두 가지 로봇팔을 사용하는데 카메라로 물건의 모양과 습기 유무를 파악해 물건을 집는 각도와 강도를 조절한다. 주문된 물건이 박스에 실리고, 출고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6.17분에 불과하다. 물건을 실은 배송기사는 매초마다 1400만번 계산된 최적의 경로를 내비게이션으로 전달받아 배송지로 이동한다.

◇새로운 ‘신선’ 개념 도입… 기술 개발에 투자

오카도의 특징 중 하나는 ‘신선 배송’이다. 오카도는 당일이나 다음 날은 물론 일주일 단위로 고객이 예약한 물품도 15분 단위로 배송 시간에 맞춰 배송한다. 고객이 ‘필요한 시간’에 배송하는 것이 가장 신선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시간대별로 다른 배송 가격을 보고 저렴한 시간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오카도는 또 물건을 판매하는 단계부터 ‘신선 보장 기간’을 표기한다. 상품 정보와 가격 외에 ‘6일 후’처럼 신선 기한을 표기하는 식이다. 영수증에는 ‘소비 독려 기한’을 적어둔다. 월요일까지 소비해야 하는 재료, 수요일까지 소비해야 하는 재료, 소비 기한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품목 등을 나누는 것이다.

오카도 그룹 팀 스타이너 CEO는 “오프라인에서는 선입선출(先入先出)로 상품을 진열해도, 고객이 앞에서부터 물건을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신선도 관리가 어려웠지만, 온라인에서는 우리가 이를 통제할 수 있다”며 “공급망을 완벽히 관리하는 것은 오카도는 물론, 납품업체와 고객의 폐기율까지 낮춰주는 해법”이라고 말했다.

사업 초기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을 했던 오카도는 온라인 유통 기업을 넘어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오카도는 3D프린팅 기술을 통해 직접 제조한 로봇을 시스템으로 운용한다. 2020년 로봇 회사 2곳을 인수하고, 2021년에만 2억5500만파운드(3904억원)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전 세계에 7개의 R&D센터를 운영 중이며 기술 담당 계열사 오카도 설루션 인원 7000여 명 중 2500여 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