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폼 잡는 게 장군이 아니다”라는 합참의장의 경고
김승겸 합참의장이 지난 27일 전군 작전지휘관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자기 조직을 훈련시키겠다는 의지와 열정이 없다는 것”이라며 “동기부여가 안 보인다”고 했다. 이어 “높으신 분들 앉아 가지고 팔짱 끼고, 가장 많은 일들을 해야 할 분들이 거룩하신 말씀만 하면…”이라며 “폼 잡는 게 장군이 아니다. 폼 잡고 싶으면 (훈련) 다 해놓고 잡으라”고 했다. 합참의장이 작심하고 쓴소리를 쏟아낸 것은 문재인 정부 5년간 만성이 된 우리 군의 훈련 부족과 대비태세 약화가 최근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사태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이 공개한 검열 결과를 보면, 그동안 우리 군은 북 무인기 위협에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선 합참이 통제하는 육군·공군의 실질적 합동훈련이 전무했다. 가끔씩 실시하는 훈련은 육군 따로, 공군 따로였다. 그나마도 북 무인기보다 몇 배 큰 헬리콥터를 가상 적기로 동원했고, 심지어 헬기의 항적을 사전에 공지해줬다고 한다. 답안을 미리 알려주고 시험 본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 무인기의 영공 침범이 처음 위협으로 대두한 게 2014년이다. 실전에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엉터리 훈련을 8년간 되풀이하면서 아무도 고칠 생각을 안 한 것이다.
훈련하지 않는 군대는 존재 이유가 없다. 유사시 국가와 국민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정부는 ‘군사력이 아니라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며 북한 입맛에 따라 각종 훈련을 대폭 축소해 컴퓨터 게임으로 만들었다. 훈련은 뒷전이고 정권 코드에 맞춰 대화·평화를 강조하는 군인들이 출세했고, 야전이 아니라 남북 회담을 열심히 한 간부가 사단장 경험도 없이 군단장으로 진급했다. 전·후방을 막론하고 야전 지휘관들 사이에선 “훈련보다는 안전”이란 의식이 뿌리내렸다. 이번 무인기 사태는 우리 군의 훈련 부족 실상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일 것이다. 실질적 훈련을 통해 해이해진 군 기강을 세우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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