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에 돌려줄 한마디 "염치가 있습니까"[우보세]

세종=김훈남 기자 2023. 1. 30.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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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하지만 비정상이 정상처럼 자리잡은 코로나 시기를 넘어오고 몇차례 큰 선거를 치르며 정부의 비상수단이던 추경은 '일반' 수단이 됐고 본예산 집행을 최우선하는 원칙은 뒷전으로 밀렸다.

그런 난방비 대란에 다시 한 번 포퓰리즘적 해결책을 들이대는 이들에게 같은 3년 전 들었던 질책을 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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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2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가정집에서 가스보일러가 가동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여파로 도시가스 요금에 연동되는 액화천연가스와 LNG 수입 가격이 급등했고, 이에 더해 최근 기록적인 한파로 난방 사용량이 늘면서 지난달 가구당 난방비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3년 전 이 맘 때 쯤이었다. 코로나19(COVID-19)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오고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공포가 몰려오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군불을 때던 시기였다. 정부 고위 인사와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추경 편성 여부를 물었다.

"올해 예산 집행이 시작도 안 됐다. 국민께 염치가 있어야지"

다선 의원 경력이 있는 이 고위 인사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추경론을 일축했다. 본예산 집행을 시작한 지 한 달이 갓 지난 시점에 추경을 논하는 건 정부의 자세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언론도 추경을 부추기면 안 된다는 일장 훈계를 들은 뒤에야 자리를 파했다.

그로부터 한달 뒤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다"며 유례없는 '벚꽃추경'을 편성했고 후에 정부 관계자는 "아마 그 때쯤이면 추경안 만들 준비는 하고 있었지"라고 돌이켰다.

결과적으로 "국민께 염치가 있어야한다"는 이 고위관계자의 말은 거짓이었지만 이를 납득할 수 있는 것은 예산에 대한 원칙이 우선한 거짓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정상이 정상처럼 자리잡은 코로나 시기를 넘어오고 몇차례 큰 선거를 치르며 정부의 비상수단이던 추경은 '일반' 수단이 됐고 본예산 집행을 최우선하는 원칙은 뒷전으로 밀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도 어김없이 연초 추경론을 띄운다. 난방비 폭등으로 민생이 어려우니 또한번 30조원대 '선제적' 추경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정부 안팎에선 현재 '대한민국호'에 실린 경제 재료를 가늠해보면 대외 경제요건이 극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결국 '추경'을 더할 수밖에 없다는 풀이도 심심찮게 나온다. 이제는 이상하지도 않은 '1월 추경론'은 어차피 할 추경에 대해 이슈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여기에 난방비 폭탄 국면에 '횡재세' 이슈도 재등장한다. 정유업계가 지난해까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마어마한 이익을 봤으니 세금을 더 걷자는 얘기다. 이 세금을 난방비 폭탄에 시름하고 있는 서민에게 주자는 명분을 내세운다.

얼핏 '부의 재분배'처럼 보이지만 이중과세에 대한 설득, 기업의 조세부담 증가에 따른 보상책 등은 외면한다. 횡재세 논의는 결국 1월 추경론과 실천 여부보다 듣는 사람 좋으라고 하는 포퓰리즘 수준에 불과하다.

승자독식 구조의 정치에서 포퓰리즘은 결코 전체를 위한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 100명 중 51명만 설득하면 되는데 어렵게 100명이 만족할만한 아이디어가 설 자리가 있겠는가. 눈앞의 정쟁에서 이기면 된다는 근시안적 특징까지 더해지면 목소리 낼 수조차 없는 미래 세대의 이익은 포퓰리즘의 좋은 제물이 된다.

올해 1월 각 가정에 날아온 '난방비 폭탄'은 최근 몇 년간의 포퓰리즘적 에너지 정책의 결과물이다. 그런 난방비 대란에 다시 한 번 포퓰리즘적 해결책을 들이대는 이들에게 같은 3년 전 들었던 질책을 돌려주고 싶다. "염치가 있습니까"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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