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지역 살리기 약속, 이번엔 ‘헛구호’ 아니길

염창현 기자 2023. 1. 3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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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국토부·해수부 등 이번달 대책 발표 잇따라
빈틈 없는 사업 추진으로 실질적인 성과 이뤄내야 지겨운 ‘희망고문’ 사라져

지난 설에 가족들과 성묘를 다녀왔다. 워낙 외진 곳에 산소가 있는지라 명절 연휴였는데도 도로가 막히지는 않았다. 다른 시골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아 마을 역시 명절 기분을 느낄 수 없을 만큼 한적했다. 조상들께 절을 드리고 음복을 한 뒤 가족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마을 어귀 초등학교 앞에 있던 임대 아파트가 잠시 화제가 됐다. 이 주택은 몇 년 전 광역 및 기초지자체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힘을 합쳐 만들었다. 아이들을 해당 초등학교로 전학시키는 외지의 학부모들을 위한 공간이다.

보도에 따르면 전적으로 임대 아파트 덕분은 아니겠지만 이 대책은 일정 부분 인구 유입 효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도시 생활에 신물이 난 이들에게 괜찮은 거주 여건 제공은 귀촌·귀농을 결심하게 하는 요인일 수 있었을 터다. 아직도 그곳에 친인척이 많이 거주하는 데다 선산이 있는 터라 가족들 처지에서는 마을이 되살아난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임대주택 공급 등의 임시 대책으로 점점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마을이 예전처럼 북적일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걱정스럽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이 같은 문제는 한두 군데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지난 2021년 10월 정부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고시한 곳은 전국에서 89곳이나 된다. 부산에서는 동구·서구·영도구 등 3곳, 경남에서는 거창군·고성군·남해군·밀양시·산청군·의령군·창녕군·하동군·함안군·함양군·합천군 등 11곳이 포함됐다. 일부에서는 부산의 지자체가 이 명단에 들어간 것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 있었다. 인구감소지역은 으레 중소지역일 것이며 대도시와는 상관없지 않겠느냐는 선입견이 깨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시 인구감소지역에 대해 지방소멸대응기금 및 기타 국고보조금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일자리 창출과 청년인구 유입 등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올해 들어서는 정부의 인구감소지역 대응책이 더 구체화됐다. 지난 16일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중소벤처기업부 등 5개 정부 부처는 지방소멸 위기 극복에 공동 대처키로 하고 인구감소지역 89곳에 ‘지역활력타운’을 조성하겠다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은퇴자·청년층 등의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주거·문화·복지 등이 복합된 주거단지를 지역에 만드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9일 ‘2023년도 어촌신활력증진사업’ 대상지 65곳을 뽑았다. 앞으로 5년 간 3조 원을 들여 몰락하고 있는 어촌 300곳을 살리자는 것이 사업 목표다. 어촌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 지원이 이뤄진다. 부울경에서는 부산 기장군 문동, 울산 동구 일산항, 거제시 장목항, 사천시 광포, 고성군 우두포항 등 17곳이 선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고용노동부도 같은 날 ‘농업 일자리 활성화를 위한 범정부 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전까지 부처별로 시행되던 관련 사업을 연계해 ‘도농 상생’ ‘일자리 구조 개선’을 꾀하자는 것이 취지다. 올해 경북과 전북에서 시범사업을 한 뒤 내년에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 역시 지난 27일 지역균형발전 등이 담긴 올해 업무 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맞춤형 입지 공급 및 세제 혜택, 자녀교육 요건 개선, 교통 기반시설 확충, 지자체 기능과 유사한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지자체 이관 검토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교부세 규모는 1조 원에서 2조 원으로 늘어난다. 이 자리에서는 윤 대통령도 지역균형발전에 큰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을 살린다는 정책은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인구감소지역을 없애려는 정부의 계획을 보면 일단 ‘배가 부르다’.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보다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의지가 보이는 까닭이다. 범부처가 힘을 모아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자세도 돋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오래 전 ‘지역소멸 위기론’이 대두된 이래 정부가 이런저런 대책을 마련해 추진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서다. 현실은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책상 위에서 만들어낸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늘 나오는 주장이지만 지역이 없으면 대한민국은 제대로 굴러갈 수가 없다. 사람이 몰리고 기반시설이 집중되며 일자리가 넘쳐나는 수도권만 존재하면 나라가 어떻게든 발전하지 않겠느냐는 발상은 어리석기 그지없다는 말이다. 이왕 정부가 올해 들어 잇따라 굵직한 지역 살리기 정책을 내놓은 이상 이번에는 제발 헛구호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이러다가는 동네가 통째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을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느껴서야 되겠는가.

염창현 세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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