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구대서 쫓겨난 할머니…부산경찰 인권감수성 반성을

2023. 1. 3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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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밤 추위를 피해 지구대를 찾아온 할머니를 내쫓은 부산경찰이 뒤늦게 사과문을 냈다.

지구대 측은 112신고 출동이 많아 민원인을 계속 데리고 있을 수 없었던 데다 할머니가 직원들에게 시비를 걸며 업무를 방해해 불가피하게 내보냈다고 했다.

해당 지구대가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격무에 시달린다고 해도 겨울 밤 기차를 놓쳐 잠시 몸을 녹이려던 민원인의 입장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점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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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피해 찾아온 민원인 퇴거 공분, 늦은 사과문 … 약자 배려 임무 새겨야

한겨울 밤 추위를 피해 지구대를 찾아온 할머니를 내쫓은 부산경찰이 뒤늦게 사과문을 냈다. 사과문은 “민원인이 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살피는 것은 경찰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는 점에서 생각할 부분이 많은 내용이다. 할머니를 지구대 밖으로 퇴거시킨 경찰과 당사자 간 입장은 엇갈린다. 정확한 진상은 추후 따져볼 일이다. 당시 지구대 근무자들은 이 할머니가 직원들에게 무례한 말을 해 밖으로 내보냈다고 밝혔다. 민원인과 직원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려 해 충돌 예방 차원의 퇴거 조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추운 밤 사정이 있어 찾아온 민원인을 한데로 내몬 행위는 비난받아야 한다.

70대 할머니가 지난달 14일 0시5분께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기차를 놓쳐 첫 기차를 탈 때까지 갈 곳이 없어 인근 지구대를 찾았다. 그런데 이 할머니는 지구대 소파에 앉아 40분 정도 있다가 경찰관에 이끌려 밖으로 내보내졌다고 한다. 지구대 내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는 한 경찰관이 할머니 팔을 강제로 잡아 끌고, 다른 경찰관은 문을 잠그는 모습이 담겼다. 할머니는 어쩔 수 없이 다른 경찰서를 찾아가 몸을 녹이다가 첫차를 타고 귀가했다. 이후 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자체 진상 파악과 동시에 고소장에 따른 수사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유독 혹독한 추위가 몰아친 최근 상황과 맞물려 추운 겨울날 할머니를 내쫓은 경찰에 분노한 사람이 늘었다. 지구대에는 항의전화가 빗발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구대 측은 112신고 출동이 많아 민원인을 계속 데리고 있을 수 없었던 데다 할머니가 직원들에게 시비를 걸며 업무를 방해해 불가피하게 내보냈다고 했다. 실제 부산역 주변은 심야 시간대 치안수요는 물론 노숙인 관련 경찰민원도 많은 편이다. 해당 지구대가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격무에 시달린다고 해도 겨울 밤 기차를 놓쳐 잠시 몸을 녹이려던 민원인의 입장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점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CCTV에는 음성이 녹음되지 않아 “노숙인은 아니다”고 했다는 할머니와 경찰관 사이에 말다툼이 있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그에 대한 사실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지구대의 대처는 부적절했다.

이 지구대를 관할하는 부산 동부경찰서는 지난 28일 사과문을 통해 “민원인 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리고,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서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때 늦은 감은 있지만, 합당한 대처다. 사과문에는 “사회적 약자를 더욱 배려하고 국민의 작은 목소리도 세심하게 살피는 등 공감받는 경찰이 되기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경찰은 이번 일을 통렬히 반성하고 부족한 인권 감수성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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