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이별의 종착역
서울에서 부산을 하루면 오르내릴 수 있는 시대에 역(驛)은 더는 만남과 이별의 장소가 아니다. ‘이별의 부산정거장’이나 ‘대전 블루스’에 스며 있는 정서는 ‘쌍팔년도’ 얘기가 됐다.
그런데도 손석우가 작사·작곡한 ‘이별의 종착역’은 지금 들어도 가슴 저릿한 서사가 느껴진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외로운 이 나그네 길/ 안개 깊은 새벽 나는 떠나간다. 이별의 종착역/ 사람들은 오가는데 그이만은 왜 못 오나/ 푸른 하늘 아래 나는 눈물진다. 이별의 종착역”
특유의 미성이 돋보이는 손시향(孫詩鄕)이 최무룡·조미령 주연의 동명 영화 주제곡으로 불렀다.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손시향은 손석우가 만든 <검은 장갑>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경북고 동창인 신성일이 그에게 자극받아서 영화배우가 됐다는 일화도 있다. 손시향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마이애미에서 교민회장까지 지내면서 노래 활동을 이어갔다. 그의 여동생은 이화여대 출신의 미스코리아였다.
이 노래는 블루벨스, 남진 등이 리메이크했지만 가객 김현식이 불러서 더 유명해졌다. 신촌블루스의 3집(1990년)을 만들던 엄인호는 김현식에게 이 노래를 부르게 했다. 개그맨 전유성의 소개로 신촌블루스에 합류한 김현식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서 한 곡만 부르는 데 만족해야 했다. 녹음 당시 김현식은 양주 한 병을 나눠 마시면서 녹음을 끝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요절한 이후 이 노래는 더욱 유명해졌다. 엄인호는 특유의 쇳소리로 절규하듯 부르는 김현식의 노래를 들으면서 전무후무한 ‘노래꾼’의 탄생을 직감했다. 그러나 김현식은 노랫말처럼 안개 깊은 새벽에 외로운 나그네의 길을 떠났다. 이후에도 많은 가수가 이 노래를 불렀지만, 김현식의 절절함을 넘어서지 못했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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