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피아르’일까, ‘피알’일까?
처음 영어를 배울 때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발음 가운데 하나가 ‘R(r)’이다. [알]도 아니고, [아르]도 아니고 우리말로는 내기 어려운 발음이다. [아] 발음과 동시에 혀를 목구멍 쪽으로 말아 넣으면서 [알]도 아니고 [아르]도 아닌 소리를 내야 한다. 이 ‘R’ 발음을 얼마나 능숙하게 하느냐에 따라 영어 발음의 완성도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널리 알리는 것을 뜻하는 ‘PR’은 우리말로 어떻게 적어야 할까? 우리말과는 체계가 다른 발음이라 정확히 표기하긴 어렵고 차선책으로 ‘피아르’나 ‘피알’ 중 하나로 적는 수밖에 없다.
국립국어원이 제정한 ‘국제음성기호와 한글대조표’에서 ‘R’은 모음 앞에서 등을 제외하곤 ‘아르’로 표기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PR’은 ‘피아르’로 적어야 한다. 실제로 표준국어대사전에도 한글로 ‘피아르’라는 표제어로 올라 있다.
그러나 영어의 현실 발음과 ‘피아르’는 차이가 크다는 의견이 많다. ‘아르’는 마치 언어 체계가 달라 받침 자체를 잘 발음하지 못하는 일본어에서 억지로 모음을 추가해 [아루]로 발음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그래도 ‘알’로 적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이런 점을 감안해 최근 국립국어원(원장 장소원)은 국어심의회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 논의 결과 영어 ‘R(r)’의 한글 표기로 ‘아르’와 ‘알’ 모두를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피아르’ ‘피알’ 어느 쪽으로 적어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DVR’도 전에는 ‘디브이아르’로 적었지만 이제는 ‘디브이알’로 적어도 된다. 늦었지만 잘한 결정이라 생각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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