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행동주의펀드 제안 '나 몰라라'…'백복인 불만' 증폭

윤정원 입력 2023. 1. 30. 00:00 수정 2023. 1. 3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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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인삼공사 분리상장 거절…"실익 적다"
IR 이튿날 주가 하락세…2.49% 내린 9만4000원 마감

백복인 대표이사 사장이 이끄는 KT&G가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를 거절함과 동시에 향후 5년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KT&G 오는 2027년까지 매출 10조2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KT&G가 행동주의 펀드의 KCG인삼공사 분리 상장, 사외이사 확충 요구 등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힌 가운데 백복인 대표이사 사장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KT&G는 향후 5년간 매출을 10조 원대를 달성하겠다는 등 목표를 공언했으나, 소액 주주들은 막연한 청사진이 오히려 주가 기대치를 낮춘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 백복인 대표이사 해임안이 오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 KT&G "KGC인삼공사 분리 상장 안 해…매출 10조2000억 원 목표"

KT&G는 지난 26일 이뤄진 기업설명회(IR)에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 등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장해 온 KGC인삼공사 분리 상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KGC인삼공사가 농가 관리와 유통업체 교섭, 해외 사업 등에서 KT&G의 후광을 누리고 있어 분리 상장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은 "분리 상장 추진은 장기적 관점의 기업 가치와 주주적 관점의 실익이 적다고 판단한다. 최근 인적분할 사례를 검토했을 때 기업가치에 거의 영향이 없다"면서 "KGC인삼공사는 KT&G와 유무형 시너지를 공유하며 성장했고, 분리될 경우 이런 시너지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KT&G는 중장기 주주환원 실행 계획도 발표했다. 3개년 주주환원 계획에 따라 2023년에 3000억 원의 자사주 매입과 5900억 원 규모의 배당금 지급 등 주주환원을 예정하고 있다. 올해 주당배당금으로는 전년 대비 200원 인상된 5000원을 지급할 방침이며, 배당락에 따른 주가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반기 배당을 시행할 예정이다. 다만 이는 2년 전 내놓은 자사주 매입(3년간 1조 원)이나 배당(3년간 1조7500억 원) 구상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이날 KT&G는 오는 2027년까지 매출 10조2000억 원을 달성하고, 사업의 질적 성장을 통해 글로벌 사업 매출 비중을 50%, NGP(Next Generation Products‧차세대 제품)·건기식(건강기능식품) 등 매출 비중을 60% 이상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NGP·건기식·글로벌 CC(궐련담배) 등 3대 핵심사업의 2027년 합산 매출 목표치는 8조 원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3조9000억 원 규모의 설비투자(CAPEX)를 집행하기로 했다.

KT&G 관계자는 "KT&G는 그간 핵심 사업의 글로벌 성장 가속화를 강력하게 추진해 최근 5년간 매년 매출 최고기록을 경신해오고 있다"면서 "더 높은 미래성장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회를 빠르게 포착하고 공격적인 투자와 혁신으로 글로벌 톱티어(Top-Tier)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 FCP‧안다자산운용 '발끈'…"사외이사 바뀌어야"

KT&G가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를 사실상 묵살하자 반발은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이상현 FCP 대표는 "KT&G가 주인 없이 20여 년을 안주했는데 30년은 왜 안 되냐는 것 같다"며 "주가가 연일 폭락하는 와중에도 고정급으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온 경영진이 마치 KT&G는 자신들의 영토, 주주는 외부의 간섭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안다자산운용은 KGC 인적분할 상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KT&G의 입장에 "독립된 자회사로 있는 KGC를 상장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일 뿐이기에 KT&G와의 협력관계가 현재와 같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고, 상장 후에도 KT&G가 보유한 자사주로 인해 최대주주로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CAPEX도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상현 대표는 "주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경영진이 무턱대고 돈을 쓰려고 하는 것"이라며 "제2의 트리삭티, 제2의 꽃을 든 남자, 제2의 미국 수출이 될까 걱정된다. 이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KT&G에 글로벌 사업의 경험과 역량을 가진 사외이사가 시급히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FCP는 지난 19일 FCP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황우진 전 푸르덴셜 생명보험 대표이사의 사외이사 선임 등 2023년 주주총회 안건을 회사 측에 공식으로 접수했다. 안다자산운용의 경우 지난 17일 KT&G 경영진에게 금융위원회 위원 출신의 재무전문가와 글로벌 패션브랜드와 맥킨지 출신 여성 마케팅 전문가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주가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백복인 KT&G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이사회 연봉은 오히려 올리고, 역대급 성과급을 주는 게 납득할 수 없다는 견해다. 백복인 대표의 경우 업계 전문경영인 중 연봉이 높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백 대표는 급여 5억6700만 원, 상여 19억8800만 원 등 25억5700만 원을 수령했다. 백 대표의 보수는 전년인 2020년과 견주면 2배 이상 뛰었다. 2020년 당시 백 대표는 급여 4억5000만 원, 상여 7억2100만 원 등 11억73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2019년에는 급여 4억5000만 원, 상여 7억2300만 원 등 11억7700만 원을 수령했다.

보수와 관련해 KT&G 측은 "급여는 사내이사 보수지급 규정에 따라 직위, 위임업무의 책임·역할 등을 종합 고려해 결정했고, 상여는 평가위원회의 경영성과 평가 결과에 기초한 것"이라며 "단기성과급과 3년 단위의 장기성과급을 지급하는데, 단기 성과는 매출, 시장점유율, 해외담배 매출 등으로 구성된 계량지표와 신성장 동력사업 가치창출, 그룹 인프라 혁신, ESG경영 고도화, 투명·윤리경영 기반 강화 등으로 구성된 비계량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IR 이튿날인 지난 27일 KT&G는 전 거래일(9만6400원) 대비 2.49%(2400원) 떨어진 9만4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네이버 증권정보 캡처

◆ 주주에게 8900억 원 푼다는데…KT&G 주가 내리막길

KT&G가 알맹이 없는 공언을 내놨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KT&G의 주가 역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IR 이튿날인 지난 27일 KT&G는 5거래일 연속 상승장을 마무리 짓고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이날 KT&G 주가는 전 거래일(9만6400원) 대비 2.49%(2400원) 떨어진 9만4000원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9만4800원으로 문을 연 KT&G는 장 초반에는 9만1900원까지 고꾸라지며 9만 원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허울 없는 청사진이 도리어 주가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고 지적한다. 현재 온라인 증권 커뮤니티와 종목 토론실 등에는 "담배회사 경영진이 5년간 70% 매출 성장 목표를 잡고 있는 게 어이가 없어서 IR 보는 내내 헛웃음이 나왔다", "이번 IR이 KT&G가 개미들을 바보로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 자사주 소각이 주주 가치 증대에 효과가 없다는 대목에서는 분노가 치밀었다", "말만 장기 계획일 뿐, 주가를 낮추려는 의도로 보였다"는 등의 비판이 주를 이룬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주제안을 통과시키자며 적극적인 행동을 독려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주주총회일이 공시되면 한국예탁원 홈페이지에서 주총 안건을 확인하고, 주주제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라는 자세한 설명이 덧대지기도 한다.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지극히 '공기업스러운 발상'을 여전히 갖고 있는 것 아니냐며 백복인 대표이사를 비판하는 글도 왕왕 눈에 띈다. "3월에 주주종회가 소집되면 백복인 대표의 해임안은 무조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의결권을 양도해서 반드시 몰아내야 한다"는 식이다.

백 대표는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의 공채 출신 첫 전문경영인(CEO)이다. 1993년 입사해 해외사업과 마케팅을 담당하며 고속승진했다. 지난 2015년 10월 민영진 전 대표이사 사장의 뒤를 이어 경영을 총괄하기 시작해 3연임하고 있다. KT&G 역대 최장수 CEO 타이틀을 쥐고 있는 그의 임기는 오는 2024년 초까지다.

한편, 행동주의 펀드들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주주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상현 FCP 대표는 "이제 남은 것은 다양한 주주의 목소리를 주총에서 듣는 것이다. 주주총회 소집 공고 전까지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주주들과 꾸준히 소통하겠다. We Go High(우리는 품위를 지킨다)의 마음으로 차분히 주총을 기다려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철홍 안다자산운용 ESG투자본부 대표는 "KT&G 경영진은 회사의 현재 주가가 2008년 수준인 것에 대해 아무런 유감의 표시도 하지 않은 채 앙꼬 없는 찐빵처럼, 내용 없는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일반 주주들을 호도하고 있다"며 "우리는 최근 회사 주주명부를 확보해 일반 주주들의 의사를 모으고 있다. 이를 취합해 KT&G 경영진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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