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의 NBA다이브] 데그널트, ‘구글 검색도 안 뜨던 남자’➡‘제2의 브래드 스티븐스’로

김호중 2023. 1. 29.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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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스티븐스(좌) 보스턴 사장의 감독 초창기 시절이 떠오른다. 리빌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OKC 데그널트 감독(우)

[점프볼=김호중 객원기자] 마크 데그널트. 이름 자체가 생소한 NBA 팬들이 많을 것이다.

시장 규모가 가장 작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팀의 감독이고, 선수 커리어도 없다. 빌리 도너번(시카고 감독)의 뒤를 이어 오클라호마시티 감독으로 선임된 자다.

최근 NBA계에서 이 감독을 향한 평가가 매우 좋다. 전문가들은 브래드 스티븐스 현 보스턴 사장의 감독 시절이 아주 많이 보인다고 평하고 있다.

분명 알아둘 필요가 있는 이름이다. 지금은 서부 중하위권 팀 감독이지만 그는 최근 강팀 킬러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 어떤 상위권 팀들도 데그널트 감독의 오클라호마시티를 만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데그널트 감독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러 가보자.

 


#NBA 역사 통틀어, 가장 무명 감독

국내에 데그널트 감독 선임을 최초로 전한 자는 필자였다. 2020년 11월의 어떤 날 새벽, 필자는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구단이 새 감독 선임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미 현지 보도를 기다리던 중, 공식 발표가 났다. 그때의 당혹감을 잊을 수 없다. 새 감독으로 ‘Mark Daigneault’가 선임되었다는데, 어떤 포털 사이트에도 이 남자에 대한 프로필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 흔한 '위키피디아' 조차 없었다. 현지 기자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의 나이, 간단한 경력 한 줄 정도 외에는 어떠한 정보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날 나온 현지 보도들이 대부분 비슷했던 기억이 있다. 인터넷에 있는 정보 자체가 나이 및 이력 한 두 줄이 전부였기 때문.


NBA 감독은 전 세계에서 가장 능력있는 지도자 30명에게 돌아가는 자리다. 초고액 연봉이 보장되며, 명예도 따라온다. NBA에서 날고기는 코치들이 몇 십년의 경력을 쌓아도 밟기 어려운 자리가 감독직이다.

이런 자리에, 포털 사이트 검색 결과도 거의 없는 남자가 선임된 것이다. NBA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왜 무명 선임한건데?

오클라호마시티는 샘 프래스티라는 손꼽히는 경영자를 보유하고 있다. 프래스티는 왜 무명 인물을 감독으로 앉힌 것일까.

데그널트는 2014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G 리그 팀에서 5시즌을 보냈는데, 총 3번 디비전 우승을 안겼다. 해당 기간 승률은 59.2%(143승 107패)였다.

2군 무대에서 긴 시간을 보낸 그는 2019-2020 시즌부터 1군 무대에 어시스턴트 코치로 합류했다. 정확히 1년동안 1군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1군 감독이 되었다.

프래스티 단장이 주목한 것은 육성 능력이었다. 보통의 감독들과 데그널트 감독의 우선 순위는 다를 수밖에 없다. 1군 무대에서 긴 시간을 보낸 지도자는 승리가 1순위 덕목이지만, G리그에 거의 있었던 데그널트 감독은 선수 육성을 해서 1군 무대에 선수 한 명이라도 올려보내는 것이 핵심 가치였다.

당시 오클라호마시티의 팀 사정을 들여다보면 이 선임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오클라호마시티는 늘 서부 상위권에 있었다. 케빈 듀란트, 러셀 웨스트브룩, 카멜로 앤써니, 폴 조지, 크리스 폴 등 최고 스타들과 함께 했다. 하지만 우승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2010년대를 전부 강팀으로 보냈지만, 우승에는 계속 실패했다. 상위권까지는 갔지만, 최상위권과는 격차가 명확했다. 새판을 짜야할 시점이 왔고, 오클라호마시티는 크리스 폴, 다닐로 갈리나리, 스티븐 아담스, 데니스 슈로더, 안드레 로버슨을 모두 트레이드시켜서 신인 지명권과 유망주로 바꿔놓았다.

아예 구단 경영진이 당분간은 성적을 포기하고 유망주 수집에 집중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리고 이를 이끌 수장으로 데그널트를 선임했다. 2군 무대에 오래 있어서 NBA 팬들 사이에서는 무명이다. 하지만 거꾸로 선수 육성만 해왔던 자여서 성적 신경 쓰지 않고 육성을 잘 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시 나이도 35살이었다. 젊은 선수들이 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지도자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몸값이 쌌다. 당시 자세한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1군 무대 경력 1년 지도자를 감독으로 선임하는데 큰 돈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은 확실하다. (데그널트 감독은 지금도 30개 팀 가운데 최하위권 규모의 계약을 맺고 있다)


#결과

이 파격적인 선임의 결과는 어떨까?

현재까지는 매우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일단 데그널트 감독의 역량이 놀랍다. 당초 기대받았던 선수 육성 관련 능력은 가히 정상급이다. 샤이 길저스 알렉산더는 데그널트 감독을 만나고 경기당 20점을 넣는 에이스로 진화하더니, 올 시즌은 경기당 30.9점 5.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초특급 선수로 거듭났다.

루겐츠 도트는 전임 감독 아래에서 수비 전담 선수로 나섰는데, 데그널트 감독 부임 후 경기당 15점 내외의 득점을 기록하는 공수겸장으로 거듭났다. 저니맨이었던 켄리치 윌리엄스도 로테이션에 합류해 생애 첫 정식 계약을 따냈고, 트레 맨, 알렉세이 포쿠솁스키, 애런 위긴스 등의 무명 영건들도 NBA 무대에 본인들의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궁금해진다. 선수를 잘 키우는 비법이 무엇일까? 모든 지도자들이 꿈꾸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특출나게 잘 키운다.

다른 지도자들과의 차별점이 있다는 뜻이다.

첫째로 황당할 정도로 유연한 1군-2군 연계를 꼽을 수 있다. 오클라호마시티의 시즌 운영을 보면 상당히 흥미롭다. 전날 1군 무대 주전으로 뛴 선수가 다음날 G리그 무대로 강등되어 G리그 경기를 소화하기도 한다.

이는 본인이 G리그 감독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G리그에 대한 이해도가 엄청 깊다. 1군 무대에서 뛴 선수가 특정한 부분의 개선이 필요하거나, 혹은 경기 감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2군에서 이를 보충시킨 뒤 곧바로 1군 무대에 합류시키는 느낌이다. 쉽게 예시를 들자면, 지난 28일 클리블랜드와의 경기에서 주전 센터로 출전한 제일런 윌리엄스는 올 시즌 G리그에서 11경기 평균 30.6분을 소화한 자원이다. G리그 선수가 팀 주전이 되고, 핵심 멤버가 G리그에서 부족한 점을 채우고 온다. 이런 시스템이다. 신인 우스만 젱 같은 경우에는 전날 1군 무대 경기를 뛴 뒤, 다음 날 2군 무대를 뛰고, 그 후 1군 무대를 뛴 적도 있다.

둘째. 일관성이다. 데그널트의 가장 큰 장점이다. 1군 무대든 2군 무대든 주전이든 백업이든 아예 똑같은 시스템을 돌린다. 데그널트 본인이 “2군에서 1군과 똑같은 플레이를 운영한다. 선수들이 적응하는데 별도의 시간이 필요 없다”고 했다. 실제로 케머룬 웃즈 오클라호마시티 G리그 팀 감독은 데그널트 감독의 경기 플랜을 완벽히 복사 붙여넣기 수준으로 경기를 운영하고 있다. 데그널트 감독의 지시 때문.

일관성이 얼마나 큰 장점이냐면, 단편적인 예시가 있다. 오클라호마시티의 절대 에이스는 샤이 길저스 알렉산더. 나머지 선수들은 G리그와 1군을 오가는 영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오클라호마시티는 올 시즌 길저스 알렉산더가 결장한 4경기서 3승 1패로 매우 순항하고 있다. 무슨 말이냐? 완벽한 시스템 농구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팀 공격 시스템이 유기적 시스템 농구고, 에이스가 빠져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의 핵심은 일관성이다. 1군에서 뛰어도 2군에서 뛰어도 같은 패턴 플레이만 계속 소화한다. 숙련도가 정상급이라는 것이다.

셋째. 창의성이다. 그의 두 번째 덕목과 아예 반대되는 항목이다. 일관적인 팀 운영 때문에 상당히 보수적인 지도자로 생각될 수 있는데, ATO(After TimeOut Play: 작전 타임 이후 패턴)가 리그 30개 팀 감독 가운데 가장 창의적이다. 상대 감독 전술을 파훼해 선수들에게 공짜 득점을 만들어주는 능력도 있다. 올 시즌 오클라호마시티가 위닝샷이 가장 많은 팀 중 하나인 이유다.

넷째. 디테일이다. 알 호포드(데그널트 1년차때 함께함), 길저스 알렉산더 등이 극찬하는 부분인데, 지도의 디테일이 매우 살아있다고 한다. 예컨대, 데그널트 감독은 오버 코칭에 대해서 극도로 예민하다. 단편적인 예시로 패턴 플레이를 들 수 있다. 선수들의 노선을 하나하나 다 지정해주면 선수들의 창의성이 죽는다는 것이다. “선수들에게 패턴 관련해서 과하게 주문하면 오히려 그의 창의성을 망칠 수 있다. 그를 오버 코칭(over coaching)하는 것이다”고 한다. 반면, 기본기, 수비 등에 대해서는 심도있게 지도하는 편이라고 한다.

 

본인이 건드려야 할 부분과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을 세밀하게 조정해서 선수들을 지도한다. 창의성이 발현되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선수들 자유로 두고, 지도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세밀하게 지도한다. A부터 Z까지 지도하려는 몇몇 지도자가 디테일한 것이 아니다. A부터 Z중 본인이 지도해야 할 것과 지도하면 안 될 것을 명확히 구분해 지도할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지도하는 것이 디테일한 것이다.


#함께 성장하는 감독

이 감독의 커리어 승률은 고작 34.5%다. 203경기서 70승 133패를 거뒀다. 하지만 이같은 승률은 최약체 스쿼드에서 기인한 것이지, 감독 개인의 역량과 별개라는 평가다.

 

블리처리포트는 2022-2023 시즌 개막 전, 오클라호마시티의 예상 순위로 30개 팀 가운데 27위를 예상했다. 하지만 오클라호마시티는 29일 기준 24승 25패를 기록하며 레이커스, 포틀랜드 등 서부 상위 시드를 노렸던 팀들을 오히려 압도하고 있다. 지난 시즌 우승팀 골든스테이트와의 승차는 단 한 경기에 불과하다.
첫 시즌부터 육성에 대한 능력치는 잘 보여줬다. 팀을 승리로 이끄는 능력은 검증이 필요했다. 올 시즌은 이를 이뤄냈다. 일단 지난 시즌 거둔 승리를 벌써 다 거뒀다. 애초에 컨셉이 어린 감독을 뽑아서 어린 선수들과 함께 키워쓴다는 것이었다. 데그널트도 선수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벌써 감독을 맡은지 세 시즌째인데 아직 37살이다. 그가 경기 경험을 더 쌓아가면 얼마나 더 성장할지 궁금해진다.

 


#제2의 브래드 스티븐스?

비NBA출신, 갑작스러운 1군 감독 선임, 놀라운 선수 육성 능력, 침착한 태도, 탁월한 ATO, 선수들의 신뢰…

최근들어 데그널트 감독은 브래드 스티븐스 보스턴 사장과 비교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스티븐스 사장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보스턴 감독으로 지냈다. 우승은 한 번더 거머쥐지 못했지만 폴 피어스, 케빈 가넷 등이 떠난 보스턴을 성공적으로 리빌딩한 감독으로 꼽힌다. 아이재아 토마스, 제이슨 테이텀, 제일런 브라운은 물론 알토란같은 벤치 자원들을 대거 육성해냈다.

데그널트가 현재 처한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아무 것도 없는 로스터에서 맡은 리빌딩이라는 숙제. 이를 너무 잘해내며 최약체 전력으로 강팀을 잡아내는 모습들. 그 속에서 폭풍 성장하는 선수들이 과거 보스턴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다.

스티븐스는 선수로서 NBA를 밟지 못했다. 2001년 무명 대학 버틀러 대학의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2007년 감독이 되었고, 이후 버틀러를 파이널 무대로 두 번 이끌며 화제가 되더니 NBA 감독으로 선임되었다. 모두가 갑작스럽다고 평가했지만 그 뒤에는 상당한 경력이 있었다.

데그널트도 마찬가지다. 구글 포털에 뜨지도 않던 남자지만, 알고보면 G리그에서 수많은 선수들을 육성해낸 자였다. 알렉스 카루소(시카고), 디욘테 버튼(전 KBL, 현 새크라멘토) 등이 대표적이다.

스티븐스처럼 매우 침착하다. 열정으로 가득한 NBA 감독들 사이에서 코트사이드에서 팔짱을 끼고, 조용히 선수들을 응시한다. 조곤조곤 작전을 지시하고, 위닝샷이 터져도 표정 변화가 일절 없다. 풍기는 분위기도 스티븐스와 유사하다.

기세만 보면 소리를 치고, 액션이 과한 상대 감독들에 비해 밀린다. 하지만 지략으로 상대를 압도한다. 조용히, 침착하게. 올 시즌만해도 클리퍼스를 두 번 잡았고, 리그 1위 보스턴도 잡았다. 필라델피아, 브루클린, 클리블랜드 등도 모두 오클라호마시티에게 업셋을 당했다. 다시 얘기하지만 이 팀은 시즌 전 30개 팀 가운데 27위로 예상되었던 최약체 전력이다.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통산 승률 34% 감독에게 평가가 너무 후한 것 아니냐. 하지만 스티븐스 사장도 지도자 초반 시절에는 승률 30%대를 기록했던 과거가 있지 않은가. 그가 이후 통산 354승 282패를 기록하며 명장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오클라호마시티의 미래가 보스턴 이상일 수도 있다. 일단 2022 신인 드래프트 2순위 초특급 신인 챗 홈그렌이 다음 시즌 합류하고, NBA 역사상 최다에 해당하는 드래프트 지명권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샐러리캡도 텅텅 비어있다. 대어 FA 영입도 두 명까지 내다볼 수 있다.

당장 이 감독을 두고 명장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이름 정도는 알아둘 만한 인물일지도 모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평가가 정말 좋다. 그리고 올 시즌 최약체 스쿼드를 들고 플레이인 토너먼트권의 성적을 내고 있고, 강팀 킬러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몇 년 뒤, 이 감독이 홈그렌과 또 다른 대형 유망주, 길저스 알렉산더, 조쉬 기디, 대형 FA 선수들 등으로 구성된 로스터를 들고 파이널 무대에 오른다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그만큼 팀의 미래가 밝고, 수장도 영리하다.

 

한 번쯤은 기억해둘만한 이름이다. 마크 데그널트, 구글에 뜨지도 않던 이 남자는 제2의 브래드 스티븐스로 성장할 수 있을까. 그는 서부 중하위권 팀에서 조용히 본인의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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