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임대인·세입자 앞세워… 청년 전세대출 83억 ‘꿀꺽’

김석모 기자 2023. 1. 29.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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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책 등 14명 구속, 151명 검거

정부가 보증하는 ‘무주택 청년 전세대출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청년을 위한 전세 대출금 83억원을 가로챈 일당 151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정부의 무주택 청년 전세대출 제도를 악용해 대출금 명목으로 83억원을 챙긴 일당이 무더기 검거됐다.2023.1.29/인천경찰청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대출사기 일당 총책 30대 A씨와 브로커 등 14명을 구속하고, 허위 세입자 등 11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또 범행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18명은 행정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21년 10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수도권과 대구·대전·광주·경북 등 전국에서 무주택 청년 전세대출금 83억원을 빼돌려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무주택 청년 전세대출은 19세 이상∼33세 이하 무주택 청년들에게 최대 1억원을 정부 보증으로 대출해주는 제도다.

조사 결과 A씨는 무주택 청년 전세대출의 경우 서류 심사만으로 시중은행이 쉽게 대출을 진행해준다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31명의 대출 브로커들과 함께 빌라·다세대 주택 83가구를 무자본 갭투자로 매입했다. 기존 주택 세입자의 전세금을 떠안는 조건을 걸어 자기 자본 없이 주택을 매입한 것이다. 이후 이들은 공인중개사들을 통해 미리 섭외한 허위 세입자들과 가짜로 전세계약서를 작성하고, 이 전세계약서를 이용해 무주택 청년 전세대출을 받았다.

총 83가구에서 세대별로 1억원의 전세대출금을 받은 이들은 각자의 역할에 따라 돈을 나눠 가졌다. 허위 세입자들에게는 건당 1000만~30000만원이 돌아갔고, 임대인 역할을 한 브로커들은 건당 500만원씩 챙겼다고 한다. 허위 전세계약서 작성에 가담한 공인중개사들은 건당 20만~40만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대출 실행 예정인 42억원을 확인하고 해당 금융기관에 알려 이를 긴급 중단시키기도 했다. 이들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아 정부가 대신 갚은 대출금은 현재까지 2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대출 취급 은행이나 보증기관이 허위 임대차 계약인지 아닌지 확인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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