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스스로 무너졌던 사발렌카, 멘털 잡으니 트로피가 잡혔다
마침내 꿈에 그리던 메이저대회 정상에 우뚝 섰다. 남들보다 뛰어난 신체 조건에도 늘 정신적인 부분에서 약점을 보여왔던 아리나 사발렌카(5위·벨라루스)가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드디어 꿈을 달성했다.
사발렌카는 28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 여자 단식 결승에서 지난해 윔블던 우승자인 엘리나 리바키나(25위·카자흐스탄)를 세트 스코어 2-1(4-6 6-3 6-4)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앞서 메이저대회 단식에서 준결승만 3번 올랐던 사발렌카는 처음 결승 무대를 밟은 데 이어 우승까지 이뤄냈다. 벨라루스 선수가 메이저대회 여자 단식 우승에 성공한 것은 빅토리야 아자란카(24위)가 2013년 호주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10년 만이다.
17세이던 2015년 프로에 데뷔한 사발렌카는 우월한 체격 조건을 바탕으로 어린 나이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182㎝의 건장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서브는 현역 여자 선수들 중에서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평균시속 123.4㎞를 자랑하는 그의 포핸드는 분당 2341번을 회전하면서 날아와 무게감이 엄청나다.
사발렌카는 프로 입문 후 2년 만인 2017년 처음으로 랭킹 100위권 내로 진입했고, 2018년에는 10위권을 오르내리며 급성장했다. 여자 프로테니스(WTA) 투어에서도 무려 11번이나 우승했다.
하지만 메이저대회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21년 윔블던과 US오픈, 2022년 US오픈에서 모두 4강에 올랐으나 고배를 들어야 했다. 그 3번 모두 3세트 승부였으며, 그중 2번은 1세트를 먼저 가져가고도 역전패를 당한 것이었다. 사발렌카는 어린 시절부터 유독 지나간 실수나 아쉬운 샷을 날리면 이를 흘려 넘기지 못하고 흔들리다 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대회 결승도 마찬가지였다. 사발렌카는 1세트 자신의 두 번째 서브 게임에서 리바키나의 샷이 네트를 스치는 등 불운 끝에 포인트를 내주자 연이어 더블폴트와 언포스드에러를 범하며 브레이크를 허용했다. 사발렌카는 이후 리바키나의 4번째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다시 균형을 맞추는 듯했으나, 바로 다음에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브레이크 위기에 몰렸고, 더블폴트를 범하며 허무하게 게임을 내줬다. 실수할 때마다 짜증을 내면서, 이전 3번의 준결승과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세트에서 사발렌카는 이전과는 다르게 빠르게 안정감을 찾고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이후 강력한 공격으로 리바키나를 압박하며 짜릿한 역전 우승을 만들어냈다.
사발렌카는 경기 후 “난 스스로 ‘우승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 노력하자’고 말했다”며 “덕분에 모든 감정을 정리하고 이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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