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미래 먹거리로 ‘콘텐츠’ 낙점
IPTV·OTT 가입자 유치 ‘미끼’ 아닌 돈 되는 ‘주력 상품’으로 진화
LGU+, 수요 확대 오디오 드라마 시장 첫발…30일 ‘썸타임즈’ 공개
KT는 ‘콘텐츠 밸류체인’ 구축…SKT도 시각특수효과 제작소 열어
통신업체들이 예능·드라마 유통 플랫폼을 넘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체 제작한 콘텐츠가 인터넷(IP)TV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가입자를 늘리는 ‘미끼 상품’이 아닌 돈을 버는 ‘주력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수년 안에 통신사 매출의 큰 축을 콘텐츠 부문이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LG유플러스는 30일 오디오 드라마 <썸타임즈>의 첫번째 에피소드 ‘헤어져서 팝니다’를 공개한다. 남녀의 연애 이야기를 배우들의 목소리로 담은 콘텐츠다. 무선 이어폰, 인공지능(AI) 스피커, 커넥티드카 등의 환경이 구현됨에 따라 수요가 늘고 있는 오디오 드라마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김용세 LG유플러스 콘텐츠 IP시너지팀장은 “새로운 장르의 스토리를 발굴하고, 콘텐츠에 빠르게 적용하는 실험적 시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자사 플랫폼 유통만 노리고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LG유플러스의 <썸타임즈>는 자사 OTT인 U+모바일tv뿐 아니라 윌라, 플로, 스포티파이 등 국내외 오디오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다.
통신업체들은 이 같은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조직과 전문인력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LG유플러스는 ‘STUDIO X+U’라는 조직에서 예능, 다큐, 음악 콘텐츠를 만든다. 지난해 12월 선보인 먹방 예능 <디저볼래-디저트 먹어볼래>에 이어 아이돌 예능 <교양있고>와 스포츠 다큐 <아워게임> 공개를 앞두고 있다. STUDIO X+U에는 SBS, tvN, Mnet 출신의 스타 PD들이 즐비하다. KT는 자회사 설립을 통해 웹툰·웹소설 발굴, 예능·드라마 제작, 플랫폼 유통을 아우르는 ‘콘텐츠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첨단 기술 활용 시도도 눈에 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6월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시각특수효과(VFX) 기반의 미디어 콘텐츠 제작소 ‘팀 스튜디오’를 열었다. 국내에 이 정도 가상현실 그래픽을 연출할 수 있는 스튜디오는 콘텐츠 제작 전문업체인 CJ ENM 정도만 갖고 있다. 팀 스튜디오는 연예인 팬미팅과 쇼케이스, 기업 콘퍼런스와 웨비나(인터넷 세미나) 라이브 콘텐츠 송출도 준비 중이다.
통신업체들이 이처럼 콘텐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은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KT는 지난해 3분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돌풍으로 콘텐츠 자회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7% 성장했다. KT는 2025년까지 미디어·콘텐츠 부문 매출을 5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이는 그룹 전체 매출의 20%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자체 콘텐츠를 늘려 IPTV 가입자 이탈을 막는 ‘록인 효과’를 생각했다면 지금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 판매해 매출을 신장하는 데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K콘텐츠 열풍으로 국내 콘텐츠의 글로벌 판매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점도 통신사들이 이 분야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콘텐츠 수출액은 124억달러(약 14조3000억원)에 이른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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