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징집 피해 한국 온 5명, 인천공항서 수개월째 살고 있다는데...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출국자들이 줄을 서서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징집을 피해 한국으로 도피한 러시아인들이 수개월째 인천공항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28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을 피해 서울 인천공항에 입국한 러시아인 5명이 수개월째 인천공항에 발이 묶여있다. 이들 가운데 3명은 지난해 10월, 나머지 2명은 11월 한국에 도착해 난민심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법무부에서 난민심사 회부를 거부해 현재까지 출국장에서 지내고 있다.

이들의 활동 반경은 출국장과 면세 구역으로 제한됐으며, 옷은 직접 손세탁해 갈아입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들의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을 돕는 이종찬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는 CNN에 “이들은 하루에 점심 한 끼만 제공받을 뿐, 나머지는 빵과 음료수로 때우고 있다”며 “의료 서비스를 접할 기회가 제한적인 데다, 불안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은 전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을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전쟁에 반대하는 병역거부는 난민인정 사유가 된다”며 “적어도 난민심사를 받을 기회가 주어져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병역거부가 정치적 의견과 같은 난민협약상 사유와 관련이 있으면 난민에 해당할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단순 병역기피는 난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무부 의견과 대치되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법무부 난민정책과 관계자는 조선닷컴에 “심사와 관련된 부분이고, 재판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당장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오는 31일 내려진다.

한편 CNN은 러시아인들이 난민으로 인정될 경우, 군 복무와 관련한 사안을 민감하게 보는 한국에서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봤다. CNN은 “18∼35세 사이의 모든 건강한 남자들이 의무적으로 군에서 복무해야 하는 한국에서 징병제는 민감한 사안”이라며 “한국에서는 운동선수나 케이팝(K-POP) 슈퍼스타조차 군 복무를 면제받을 수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나 대체복무제와 관련한 논란도 여전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