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 흑인 청년 목숨 앗은 미국 경찰들의 ‘묻지마’ 폭행
교통 단속 이유로 가혹 행위
사망 후 증거 영상 공개되자
미 전역서 ‘항의 시위’ 확산
경찰의 인종차별적 행태
유색인 채용으론 해결 안 돼
가해 경찰 5명은 해고·기소
미국에서 흑인 등 소수인종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부상했다.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경찰의 집단 구타로 인해 숨진 흑인 타이어 니컬스(29)가 폭행당하는 현장 영상이 공개되면서 미 곳곳에서 항의 시위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멤피스 경찰이 공개한 약 67분 분량의 ‘보디캠’ 영상에는 지난 7일 경찰관 5명이 교통 단속을 이유로 니컬스를 운전석에서 끌어낸 뒤 무차별 구타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전기충격기와 페퍼스프레이로 제압된 뒤 얼굴과 몸을 폭행당한 니컬스가 여러 차례 울먹이는 목소리로 “엄마”라고 외치는 장면도 있다. 희귀병인 크론병을 앓는 니컬스는 호흡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흘 만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니컬스 유족 측의 요청으로 영상이 공개된 직후 이날 밤 멤피스는 물론 뉴욕, 로스앤젤레스, 애틀랜타, 워싱턴 등에서는 경찰의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시위가 28일까지 이어졌다. CNN방송은 멤피스에서 시위대는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고 전했다. 멤피스 경찰은 28일 니컬스 사망에 연루된 경찰들이 소속된 특수 조직 ‘스콜피온 유닛’을 해체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전날까지도 2021년 설립된 이 조직이 설립 목적인 우범지역 순찰에 효과를 거둬왔다고 옹호한 바 있다. 주로 불법 총기 소지, 차량 탈취, 살인 용의자 등을 검거하는 데 주력해온 이 조직은 작전 수행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경찰 마크가 없는 차량을 타고 과잉 행동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사건은 2020년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도입된 각종 경찰개혁 조치가 폭력 근절을 이뤄내는 데 여전히 미흡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플로이드 사망을 계기로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하자 주마다 경찰의 강경진압을 억제하기 위한 140개 법률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목조르기 금지, 긴급체포영장 제한, 경찰관 면책특권 폐지 등을 담은 연방 차원의 경찰개혁법안 ‘조지플로이드법’은 상원에서 표류 끝에 좌절됐다. 특히 가해 경찰관 5명 모두가 흑인이라는 사실은 그간 반복적으로 제기돼온 경찰의 ‘인종차별적’ 행태에 관한 새로운 논쟁도 던지고 있다. 유색인 출신 경찰 채용 또는 고위직 등용 확대와 같은 경찰 조직의 다양성을 높이는 조치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니컬스 측 변호인 벤 크럼프는 “우리는 흑인 등 유색인에게 과도하게 무력을 사용해도 된다는 불문율이 있는 제도화된 경찰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컬러오브체인지’ 라샤드 로빈슨 대표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경찰의 치안 유지 활동은 다양성을 담보하지 않고서는 개선되기 어렵지만, 다양성만으로는 경찰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의 대응 속도는 과거 수사와 기소에 비하면 비교적 빠른 편이다. 경찰은 니컬스 사망 이후 2주가 되지 않은 지난 20일 경찰관 5명을 해고했고, 26일에는 대배심이 이들을 2급 살인, 가중 폭력, 납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비영리 연구단체 ‘경찰 폭력 매핑’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시민이 1096명으로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미국에서 경찰 총격에 의한 사망 건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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