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 마르는 혹한에, 용대리는 함박웃음

최승현 기자 2023. 1. 2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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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북천변에 자리 잡은 산골황태덕장에서 지난 25일 주인 이종구씨가 건조 중인 명태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덕장에 걸린 명태는 혹한에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3~4개월가량 건조되는 과정을 거쳐 황태로 만들어진다.
28개 덕장 2000만마리 ‘빼곡’
국내 생산량의 70% 차지해
3~4개월간 얼었다 녹기 반복
추울수록 황태 품질 좋아져
“몸 꽁꽁 얼어도 마음은 훈훈”

“이곳 주민들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냉기를 오히려 반길 겁니다. 콧속이 쩍쩍 달라붙을 정도의 매서운 한파가 이어져야 황태의 품질도 좋아지고 일할 맛도 나거든요.”

지난 25일 오후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330번지 일대 북천변에 자리 잡고 있는 산골황태덕장에 들어서자 철재와 나무로 만든 야외 건조대에 빼곡하게 걸려 있는 명태가 눈에 가득 들어왔다.

1650㎡ 규모인 이 덕장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건조 중인 명태는 24만여마리에 달한다. 맹추위에도 불구하고 명태의 건조 상태를 꼼꼼히 살피던 주인 이종구씨(62)는 “이번 겨울엔 영하 5도~영하 15도 안팎의 추위가 이어져 최고 품질의 황태가 만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인제군 북면의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24.1도를 기록했다. 한낮에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등 동장군이 기승을 부렸다.

(사)인제용대황태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이씨는 “혹한의 날씨에 명태가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3~4개월가량 건조되는 과정을 거쳐야 속살이 스펀지처럼 부들부들한 황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좋은 품질의 황태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눈·바람·추위,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며 “이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추울수록 더 바빠진다”고 말했다.

내설악을 품고 있는 백두대간의 들머리에 있는 산골 마을인 용대리는 고산준령을 타고 내려오는 칼바람으로 인해 강추위가 이어지고 폭설이 잦다. 인제군 북면 백담사 입구에서 진부령과 미시령 길로 갈라지는 용대삼거리 사이 북천변 3㎞ 일대에는 매년 겨울 990~1만3200㎡에 이르는 20~30여개 황태덕장이 설치된다. 올해에는 28개 덕장에서 1800만~2000만마리 황태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는 국내 전체 황태 생산량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엄청난 양이다.

품질 좋은 황태가 많이 생산되다 보니 마을 곳곳에는 20여개 전문 요리점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영용 용대3리 이장(57)은 “240가구 430여명 주민 가운데 90% 이상이 황태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용대리는 영하의 날씨와 공생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이장은 “겨우내 하얀 눈이 쌓인 황태덕장의 모습은 내설악 자연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면서 “많은 사람이 우리 마을을 찾아 겨울철 낭만을 즐기며 구수한 황태맛의 진수를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혹한의 자연 속에서 건조된 용대리 황태는 2개월가량 저온저장을 통한 숙성 과정을 거쳐 4월부터 본격 출하된다.

글·사진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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