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곡된 명작 듣는 재미 쏠쏠… 빈약한 서사 아쉬워
가창력 뛰어난 배우들 덕에 ‘귀 호강’
스크린 활용한 현장감 있는 영상 등
브로드웨이 대작에 무대예술 안 밀려
베토벤·토니 사랑에 빠지는 과정 엉성
작품의 메시지도 쉽게 와 닿지 않아
“나의 천사! 나의 불멸의 연인이여! 그대와 함께가 아니라면 나는 도저히 살 수 없소. 다른 이가 그대의 마음을 차지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소….”
미하일 쿤체는 EMK뮤지컬컴퍼니를 통해 “베토벤이 40대 초반이던 1810∼1812년을 배경으로 청력 상실 위기를 맞은 그가 사랑하는 여인을 통해 내면에서 끌어올린 음악에 집중하는 모습을 그렸다”며 “이 작품의 메시지는 외롭고 영혼의 상처가 많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사랑)에 의해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일단 많은 관객의 귀와 눈을 사로잡는 데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작품 속 넘버(노래) 52개는 모두 ‘비창 소나타’, ‘월광 소나타’, ‘엘리제를 위하여’, ‘영웅·운명·전원·합창 교향곡’ 등 베토벤의 명작들을 편곡해 만든 것이다. 처음엔 낯설지만 갈수록 듣는 재미가 쏠쏠하고, 멜로디와 가사들도 이야기 흐름과 어우러진다. 실베스터 르베이는 “관객이 캐릭터에 더 감정이입할 수 있게 하려면 원곡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베토벤의 (모든) 음악을 듣고 공부하면서 사용하고 싶은 곡을 선별했고, 필요한 경우 멜로디를 작곡해 자연스럽게 연결되게끔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넘버 특성상 음악적 영역이 폭넓을 수밖에 없는데 음악 소화력과 가창력이 뛰어난 배우들이 포진해 귀가 호강할 만하다. 박효신·박은태·카이가 베토벤 역을, 조정은·옥주현·윤공주가 토니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무대 연출은 감탄사를 자아낼 만큼 볼거리가 많고 완성도도 훌륭하다. 해외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공들인 티가 난다. 토니를 만나면서 마음의 문을 여는 베토벤의 내면을 보여주듯 한 치의 틈도 없이 맞물려 있던 벽들이 한번에 허물어지고, 체코 프라하 명소인 카를교를 구현한 대형 무대 장치가 순식간에 설치됐다가 사라지는 등 인상적인 장면이 잇따른다. 스크린을 활용한 현장감 있는 영상도 생생하게 다가오는 등 브로드웨이 대작 뮤지컬에 뒤지지 않는 무대 예술을 자랑한다. 베토벤이 지휘하는 장면에서 뮤지컬 오케스트라단 쪽으로 와 직접 지휘하는 모습도 눈요깃거리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뮤지컬에 연극과 영화처럼 탄탄한 서사를 기대하긴 어렵다 해도 베토벤과 토니가 운명적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엉성한 점 등 드라마의 밀도가 빈약한 편이다. 윤리적 잣대가 높은 베토벤이 자녀를 넷이나 둔 유부녀 토니와 ‘불륜’ 딱지를 무릅쓰면서도 금지된 사랑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조정은, 옥주현, 윤공주가 최근 언론 시연회에서 “베토벤과 토니의 사랑에 대해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된다. 이 때문에 창작진이 얘기한 작품의 메시지도 쉽게 와닿지 않는다.
6명 배우가 ‘혼령’ 역을 맡아 베토벤의 내면과 음악 세계를 표현하면서 보여주는 안무도 특색 있고 멋스럽지만 이야기 흐름에 녹아들지 않고 겉돈다는 느낌을 준다. 베토벤 동생 부부인 카스파와 요한나 역시 마찬가지다. 존재감이 너무 없다. 아무래도 세계 초연이라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은 앞으로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연은 3월26일까지.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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