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물에 잠겨버린 '정관아쿠아드림파크'… 타들어가는 기장군 시민 마음

허시언 기자 2023. 1. 29. 21: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군비 524억 들였지만 개장 두 달 만에 물바다
침수 사고 전부터 계속해서 건물에 문제 발생

국제신문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겨울을 맞아 살이 조금 올랐어요. 통통해진 제 모습을 보니 예전의 몸짱 라노가 그리워 수영을 하기로 했어요. 수영이 칼로리를 태우는데 최고의 운동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부산에 수영하기 좋은 곳이 어디에 있을까 알아보던 중, 기장군에 국내 최대 규모로 지은 수영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동시에 그 수영장이 개장 두 달 만에 침수로 무기한 휴장에 들어갔다는 사실도 알게 됐죠. 라노가 수영을 배우겠다는 다짐은 어느새 기장군의 수영장이 무기한 휴장에 들어간 사연을 알고 싶다는 호기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정관아쿠아드림파크가 침수로 인해 무기한 휴장에 들어갔다. 아쿠아드림파크 홈페이지


기장군은 지난해 6월 16일 국내 최대 규모의 수영장 ‘정관아쿠아드림파크’ 문을 열었습니다. 군은 총 사업비 524억 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된 총면적 1만 1567㎡ 규모의 정관아쿠아드림파크를 조성했습니다. 국내 최대라고 홍보한 27개의 레인(50m 3개, 25m 19개, 아동풀 5개)이 있는 실내 수영장과 실내체육시설, 물빛광장, 야외풀장 등으로 구성돼 있죠. 기장군은 ‘국내 최대 규모 실내 수영장’으로 홍보하며 군민을 기대에 부풀게 했습니다.

하지만 정관아쿠아드림파크는 개장한 지 두 달 만에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하 1층의 기계실과 정비실이 80cm의 깊이로 침수된 것입니다. 침수의 원인은 두 가지로 파악됐습니다. 밸런싱 탱크 물 넘침과 유아풀장 물 빠짐 때문이었죠.

침수는 지난해 8월 27일 오후 7시 29분 밸런싱 탱크 배수조 고수위 경보가 발생하며 시작됐습니다. 수영장의 수위 조절 역할을 하는 밸런싱 탱크에 물이 넘친 건 수위 감지 센서에 문제가 생겨 한계 수위에 도달해도 물이 계속 유입되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사고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밸런싱 탱크 물 넘침 사고가 일어난 바로 다음 날인 지난해 8월 28일 오전 5시께 유아풀장의 수위가 하락한 것입니다. 기계실을 확인했을 땐 이미 침수가 된 상태였죠. 유아풀장에서 물이 빠졌던 건 배수 밸브가 열려 있었고, 체크 밸브가 손상됐기 때문으로 조사됐습니다. 침수로 엉망이 된 수영장은 바로 휴장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쿠아드림파크는 침수 사고 전부터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천장에 누수가 생겨 물이 떨어지고, 벽에 금이 갔으며, 에어컨이 고장 나는 등 건물 전체에서 하자가 발생했죠. 기계실과 정비실에 침수가 생긴 후 진행한 원인 조사 용역 결과 보고서를 보면 건물에서 63건의 문제점이 발견됐습니다. 설계·시공 오류, 시공·관리 미흡까지 여러 문제가 겹쳐 건물 전체 보수와 무기한 휴장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국·시비 보조금을 반납한데 따른 군비 손실액 84억 원, 기계실과 정비실 침수에 의한 피해액 2억5742만 원, 앞으로 지출할 보수 비용 등 손해가 상당합니다. 기장군의회에 따르면 아쿠아드림파크 시설 조정 손실 금액은 172억 783만 8000원, 정상 운영 시에도 연간 약 41억 원의 손실액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 모든 금액은 세금으로 충당돼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이 떠안게 됐죠.

이쯤에서 여러분들은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500억 원이 넘는 군비를 들였고, 군청에서 만든 공공시설인데 이렇게까지 하자가 많은 이유가 궁금하실텐대요. 군의원은 오규석 전 군수가 임기 종료 전 무리하게 개장을 추진해 부실시공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규모 공사임에도 1년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공사가 마무리됐죠. 또, 건립 당시 중앙정부의 규모 축소 권고(7개 레인 이하)를 무시하고 국·시비를 반납한 뒤 기장군 자체 예산만으로 규모를 키워 수영장을 건립하기도 했습니다.

수영장은 물이 가득한 만큼 전기 설비, 누수 확인 등 안전성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감전 등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설계와 시공에는 오류가 있었고, 안전시공은 미흡했습니다. 준공 확인도 제대로 되지 않았죠.

지난 17일 정관읍행정복지센터에서 아쿠아드림파크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허시언 기자


아쿠아드림파크를 향한 시민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지난 17일 열린 ‘아쿠아드림파크 주민설명회’에서 여러가지 불만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시설을 사용하는 시민은 이미 문제를 알아차리고 여러 차례 민원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얼마든지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하며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은 듯합니다. 주민설명회에서 기장군 관계자가 “하자 확인을 했다” “보수를 요청하겠다” “최선을 다해 복구하겠다” 등의 말을 반복했습니다. 사고가 터진 지금에 와서야 보수를 진행하는 것이죠. 초반에 민원이 들어왔을 때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보수 공사를 했다면 지금과 같은 침수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군 관계자는 조속한 시일 내에 재개장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1월 중 기계실 및 정비실 장비 복구 설계 용역 발주를 하고 하자 보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음 달 초 설계 용역이 완료되면 장비 복구 발주 및 계약을 하고 3월 중에는 수영장을 제외한 헬스장 등 부대시설을 개방할 예정이라고 말했죠. 5월에는 수영장을 포함한 전체 시설을 재개장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군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시설물 복구공사를 완료해 주민께 돌려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 시민은 “재개장이 급한 건 아닌 것 같다”며 “시일이 더 걸려도 괜찮으니 완벽하게 보수를 해서 다시는 사고가 나지 않게 해달라”고 지적했습니다.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복구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