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추워지는 겨울…에너지 대란 없길[찌릿찌릿(知it智it) 전기 교실]

기자 2023. 1. 2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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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전국적으로 낮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 안팎이던 지난달 크리스마스 주간에는 충청, 전라, 그리고 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폭설이 내렸다. 출장으로 제주에 잠시 머물렀던 필자도 하루만 더 늦게 출발했다면 며칠 동안 계속된 항공편 결항으로 꼼짝없이 가족과 떨어져 홀로 크리스마스를 보낼 뻔했다.

새해가 시작되고 맞은 이달 둘째 주에는 최고 기온이 영상 10도 부근까지 올라가며 봄을 맞은 듯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지만, 한파가 최근 더 강해져 다시 찾아왔다. 찬 바람을 막기 위해 단단히 옷을 껴입고 다니지만, 외출할 때마다 느껴지는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냉기는 잠시 찾아왔던 봄의 기억을 잊게 하기에 충분하다.

지난 100년간의 겨울 가운데 다섯 번째로 추운 겨울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 예측이 나올 정도인 이번 한파의 원인으로는 북극 냉기를 막아 주던 제트기류의 약화가 지목된다. 제트기류는 대류권 상부나 성층권에서 서쪽으로부터 흐르는 강한 바람이다. 워낙 흐름이 강해서 비행기를 타고 다른 대륙으로 이동할 때 제트기류를 타고 순행하는지, 거슬러 올라가며 역행하는지에 따라 비행시간이 크게 차이 난다.

제트기류의 여름철 풍속은 시속 65㎞ 정도인데, 겨울철 풍속은 기온에 따른 공기 밀도의 차이 때문에 2배에 가까운 시속 120㎞까지 빨라진다. 제트기류는 북극 상공의 냉기를 가두는데, 북극이 차가울수록 제트기류가 강해져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하지만 북극 온도가 높아지면 제트기류가 약해져 북극 냉기를 막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제트기류의 약화는 북극 지역이 그만큼 따뜻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눈과 빙하 등이 녹아 없어지면서 반사할 수 있는 태양 에너지 양이 줄어들었고,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지면과 해수의 온도도 올라갔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북극 해역의 온도가 올라가면 동아시아의 온도가 떨어진다는 음의 상관관계를 밝혀낸 바 있다. 북극의 온도 상승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쉽게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추진하는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들도 평균 온도 상승 속도를 최대한 늦추려는 노력이다. 따라서 올해 겨울뿐만 아니라 매년 계속해서 한국에는 한파가 올 가능성이 크며, 이는 곧 에너지 산업의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우리 인간은 추위에 약하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한파를 견디기 위해서는 에너지 사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한파가 시작된 지난달의 평균 최대 전력수요는 8만㎿(메가와트)를 넘었다. 특히 추웠던 크리스마스 주간에는 최대 전력수요가 9만㎿를 넘기며 공급 예비율이 10%대 초반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가스 소비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가정용 수요도 겨울이 되면 난방용 연료의 사용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1년이 다 돼 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여전히 불안정한 천연가스 공급망 상황은 액화천연가스(LNG) 수요와 가격에 영향을 주며 국내 에너지 업계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상황을 예의주시할 때인 것이다. 큰 에너지 위기 없이 이번 겨울이 지나가기를 소망해 본다.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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