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횡재세

서의동 기자 입력 2023. 1. 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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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이 2주 연속 올랐던 지난 15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연합뉴스

‘횡재세’는 이미 100년 전부터 주요국들에서 시행돼왔다.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 기간 ‘전시이윤 원리’를 환수해 전비 조달에 기여토록 하는 횡재세를 도입했다. 미국에서도 1917년 ‘수익률 8%’를 초과하는 자산소득에 최고 80%까지 세금을 물렸다. 영국은 1997년에도 공공부문 민영화 과정에서 발생한 시세차익을 환수하기 위해 횡재세를 도입했다. 일본도 2004년 미국계 펀드 리플우드가 공적자금 370억달러가 투입된 신세이은행 주식을 사고팔아 막대한 차익을 거두고도 세금 한 푼 내지 않게 되자 횡재세인 ‘신세이(新生) 조항’을 마련했다.

비상 시기 특정 부문에서 발생한 과다 차익을 국민 경제에 환류시켜온 주요국들의 관행은 최근에도 작동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석유회사 BP·셸 등의 영업이익이 폭증하자 영국 정부는 석유·가스회사의 법인세에 추가부담금을 매기는 횡재세를 도입했다. 독일과 이탈리아, 네덜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그리스, 벨기에 등도 횡재세를 시행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은행과 에너지 기업에 부과한 횡재세를 재원으로 대도시권 통근열차 서비스를 4개월간 무료 제공했다.

국내 정유사와 은행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반면, 서민과 취약계층은 급등한 난방비와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횡재세 도입에 손사래를 친다. 반대론자들은 자체 유전에서 원유 생산을 병행하는 메이저 정유사와 정제 마진에만 의존하는 국내 정유사는 사정이 다르다고 반론한다. 하지만 횡재세를 도입한 유럽 국가 모두가 ‘메이저 정유사’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극단적 시장 변동이 초래한 분배 불균형을 조절해 자본주의 건강성을 유지하자는 게 횡재세의 취지다. 영국 같은 자본주의 종주국이 도입에 적극적인 걸 보면 횡재세를 ‘반(反)자본주의’적이거나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진 것으로 여길 일도 아니다. 국내에도 이미 유사한 법 조항이 마련돼 있다. 석유사업법 18조는 ‘국제유가의 현저한 등락으로 지나치게 많은 이윤을 얻게 되는 업자에게 부과금’을 거두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부터 활성화시켜 보자.

서의동 논설위원 phil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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