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명 애용’ 알뜰폰 어디로?…“지원 그만” vs “더 도와야”

이재철 기자(humming@mk.co.kr) 2023. 1. 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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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3사 “이젠 자율경쟁 해야”
알뜰폰 업계선 현행 적극 옹호
윤영찬 의원 ‘시장 자율’ 법안
내달 국회서 찬반여부 논의
서울 중구 충정로 매장 [이승환 기자]
알뜰폰 시장의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알뜰폰 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개입 문제를 두고 사업자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가계 통신비 절감과 시장 경쟁 촉진을 위해 2010년 닻을 올린 국내 알뜰폰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마침내 가입자 1200만명을 돌파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통신3사의 고가 요금제와 통신 품질에 대한 불만이 겹치면서 자급제로 스마트폰을 구매해 반값 수준의 알뜰폰 요금제를 선택하는 MZ세대들의 합리적 소비 성향이 알뜰폰 시장 확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점유율 16%대를 돌파한 알뜰폰 시장이 올해 가입자 1300만명 시대를 열면서 20%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역설적으로 알뜰폰 시장의 고공행진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통 사업자인 SK텔레콤 등 통신3사는 시장 점유율 하락 등에 따른 위기감에 시달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내달 국회에서 일명 ‘알뜰폰 무제한 지원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본격 논의될 예정이어서 업계의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대표발의안 이 법안은 SK텔레콤(도매제공 의무사업자)이 저렴한 도매 가격으로 자사 통신망을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재판매하도록 한 ‘도매제공 일몰규정’을 아예 폐지해 영구적으로 저렴하게 재판매 의무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 일몰규정은 2010년 알뜰폰 시장 태동시 정부가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만든 것으로,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로 SK텔레콤을 지정해 정부와 매년 알뜰폰 사업자에 재판매할 망서비스 가격을 결정하는 규제다. 알뜰폰 이용자들이 통신3사 대비 반값으로 알뜰폰 요금제를 쓸 수 있는 비결이 정부가 개입하는 가격 통제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특정 시장을 돕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민간기업과 가격 협상을 벌이는 이례적인 규제이다보니 2010년 제도 도입 당시 이를 3년 한시의 일몰 규정으로 채택했다. 문제는 이 제도가 2013년, 2017년, 2019년, 2020년 등 매번 연장돼 알뜰폰 1300만명 시대를 앞둔 2023년까지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매년 정부와 협상해 알뜰폰 사업자에 공통 적용될 저렴한 서비스 가격을 만들어내야 하는 SK텔레콤 등 통신사들은 이에 따른 ‘규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민트 모바일 등 알뜰폰 사업자들이 다양한 서비스 전략을 가지고 자생력을 키우며 성장해왔다“라며 ”이 과정에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알뜰폰 사업자와 통신사 간 서비스 가격을 결정하지는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사인 간 계약이 아닌, 정부 가격 통제 방식으로 서비스 사용료를 책정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한국이 유일하다“라고 덧붙였다.

김영주 의원안에 대한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역시 일몰규정을 아예 폐지해 영구 규제로 가는 방식에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정부가 알뜰폰 도매가격 협상에 나서는 한국 방식이 세계적으로 희소한 규제라는 점을 인정하는 동시에 정부 개입 없이 거대 통신3사와 영세 알뜰폰 업체들 간 가격 협상이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로 흐를 가능성도 염려했다.

보고서는 일몰 폐지 여부가 어느 일면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님을 강조하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2월 국회 논의 상황에 통신3사와 알뜰폰 사업자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같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역으로 정부의 시장가격 개입 수준을 크게 완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함께 논의되기 때문이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그것으로, 윤 의원은 재판매 가격을 정부와 협상하는 방식 자체를 없애고 기업 자율로 바꾸도록 하고 있다. 다만 가격협상력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는 통신3사의 영향력을 고려해 정부가 ‘시정명령’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당 소속이면서 상반된 내용의 법안으로 충돌하는 김영주 의원과 윤영찬 의원은 정치 성향에서도 확연히 다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 의원은 금융노조 간부 출신으로 정부 시장 개입에 무게를 싣는 성향으로 분류된다. 실제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활동하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주도한 바 있다. 반면 윤영찬 의원은 대기업 네이버 출신으로 시장 자율 기조를 중시하는 인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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