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아끼려 난로 쓰다 전기료 3배” 취약층 생존비용 급증

정지윤 기자 2023. 1. 29.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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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은 가난을 파고든다.

아끼고 아낀 삶의 비용마저 부담하기 힘든 이들에게 최근 폭발적인 난방비·물가 인상은 '생존'의 문제다.

지난해 가스요금이 여러 차례 인상된 뒤 본격적인 겨울철을 맞은 가운데 최근 이상 한파 등으로 난방 사용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진구 주민 이모(70) 씨는 "사람을 만나려고 해도 부담이 되니까 집에만 있다. 돈 있는 사람은 그나마 서로 만나서 난방비 무섭다고 말이라도 하지만, 없는 사람은 납작 엎드려 버틸 수밖에 없다"고 속상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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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혹독한 겨울나기

- 합판 스티로폼 단칸방 냉기 가득
- 온수 못 켜 찬물로 설거지·세수

- 소득 하위 20% 겨울 생계비↑
- 고령의 홀몸세대 등 대책 시급

혹한은 가난을 파고든다. 아끼고 아낀 삶의 비용마저 부담하기 힘든 이들에게 최근 폭발적인 난방비·물가 인상은 ‘생존’의 문제다. 올해 겨울은 취약계층에 유독 가혹하다.

27일 부산진구 개금동의 홀몸 어르신이 지속되는 한파에 집안에서 외투와 이불을 덮고 추위를 견디고 있다. 이원준 기자


“밥 한 술 뜨는 데도 좀 비싸야 말이지… 자고 일어나면 물가가 오르는데, 한번 오르면 떨어지지도 않아 죽을 맛이야.” 지난 27일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주민 박모(90) 씨가 7㎡(2평) 남짓한 방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날 부산의 체감온도는 영하 2.8도. 박 씨는 미지근한 전기장판 위에서 패딩과 털모자 차림이었다. 합판에 스티로폼을 붙여 세운 방 한 칸짜리 집은 바람이 불 때마다 냉기가 살을 파고들었다. 집에 수도관이 없어 빈 집 수도를 빌려 쓰는 박 씨는 “제대로 씻으려고 목욕탕에 다녔는데, 노인 할인을 해서 6500원이던 목욕탕이 가스비 때문에 할인을 없앴다. 유일한 낙이던 목욕탕도 8000원이라 자주 못 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1분기 취약계층의 생계비 부담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지난해 가스요금이 여러 차례 인상된 뒤 본격적인 겨울철을 맞은 가운데 최근 이상 한파 등으로 난방 사용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1분기 전기요금도 ㎾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됐다. 이 인상 폭은 1981년 이후 가장 크다.

29일 만난 동구 수정동 김모(77) 씨는 생활비가 너무 올라 걱정이라고 했다. 김 씨는 “LPG 가스 20㎏ 한 통이 지난해 4만 원정도였는데 지금은 5만6000원 씩 한다. 온수는 무서워서 틀지 않고 설거지나 세수는 그냥 찬물로 한다”며 “가스비를 아끼려고 전기장판·난로를 트니까 2만 원이던 전기세가 지난달 6만 원 나와 한동안 가슴이 벌렁거렸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김 씨는 냄비에 물을 끓인 뒤 이불 속으로 옮겨 놨다. “이렇게 하면 잠시 버틸만 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모(74) 씨는 장을 볼 때마다 힘이 쭉 빠진다. 차 씨는 “설에 구색이라도 갖추려고 시장에 갔더니 오징어 1마리가 만 원이라 도로 내려놓았다. 돈이 궁해 늘 선택해야 하니 속상하다”고 했다.

중구에서 혼자 사는 강모(87) 씨의 한 달 수입은 노령연금 30만 원에 아들이 주는 생활비 30만 원 해서 60만 원가량이다. 당뇨 고혈압 등을 앓는 강 씨는 식비 병원비 등을 60만 원에 맞춰 살았지만 이번 겨울에는 벌써 20만 원가량 마이너스가 나 밥이 잘 안 넘어간다. 강 씨는 “지난해 20만 원이던 등유 200ℓ가 32만 원 하고, 3만 원하던 전기료가 두 배는 오른 것 같다. 공과금 오른 거 생각하면 입맛도 없어 찬물에 밥 말아서 후루룩 삼킨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주민 이모(70) 씨는 “사람을 만나려고 해도 부담이 되니까 집에만 있다. 돈 있는 사람은 그나마 서로 만나서 난방비 무섭다고 말이라도 하지만, 없는 사람은 납작 엎드려 버틸 수밖에 없다”고 속상해했다.

실제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생계비 부담이 가장 큰 시기는 한겨울이 포함된 1분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2019~2021년 매년 1분기 기준으로 소득 1분위 가구의 평균 필수 생계비는 같은 기간 평균 가처분소득의 92.8%로, 2분기 76.4%보다 월등히 높았다. 전체 소득에서 세금·보험료·이자 등 비소비 지출을 빼고 남은 금액(가처분소득)의 대부분을 필수 생계비로 썼으며, 1분기에 난방비 등 지출이 늘면서 생계비 부담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 강모 씨 한 달 영수증
총 수입 60만 원
지출 64만 원→80만 원 (25% 증가)
식비 15 만 원
난방비 20만 원→32만 원
전기료 3만 원→7만 원
교통비 5만 원
의료비 20만 원
휴대폰 1만 원
※2023년 1월 및 전년 동기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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