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만이 아니다···MZ 업고 J콘텐츠 '쾌속 순항'

정지용 2023. 1. 2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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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만화책, 한달 만에 60만부 발행
소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베스트셀러 11위
일본 청춘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개봉 두 달 만에 100만 관객 돌파, 일본 실사 영화로 20년 만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만화책 '슬램덩크 챔프'.

일본 콘텐츠가 ‘조용히 흥행’ 중이다. 최근 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뿐만 아니라 소설과 드라마 등 각 분야에서 꾸준히 득점 포인트를 쌓고 있다. 1990년대 일본 콘텐츠 붐을 겪은 X세대(1970~1980년대생)가 주요 소비자. 여기에 ‘문화는 문화’라며 국적과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 콘텐츠 자체의 재미에 집중하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생)가 유입되는 흐름이다.

1990년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슬랭덩크'는 애니메이션 영화 인기 덕에 스크린을 찢고 나와 30여 년 만에 다시 종이책까지 점령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는 주간 종합베스트셀러 2위부터 23위까지 전부 슬램덩크다. 지난주 예스24 종합베스트셀러 6,7,8,10위, 교보문고 온라인 베스트셀러 17,20위도 슬램덩크다. 출판사 대원씨아이 측은 “영화 개봉 후 약 한달 간 슬램덩크라는 이름이 붙은 만화책 60만부가 발행됐다”며 “이 추세라면 누적 100만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국내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른 '희망의 끈'과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이는 슬램덩크만의 반짝 흥행이 아니다. 일본 청춘 연애소설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치조 미사키)와 추리소설 ‘희망의 끈’(히가시노 게이고)은 지난주 교보문고 소설 분야 4위와 10위에 올랐다. 2021년에 국내 번역된 '오늘밤'은 누적 판매부수가 40만 부를 돌파하며 스테디셀러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를 원작으로 삼은 동명의 일본 영화도 국내 개봉 두 달여 만인 29일 100만 관객수를 돌파하며 이례적인 흥행을 이끌고 있다. 일본 실사영화가 국내에서 100만 관객을 모은 것은 2003년 6월 개봉한 '주온' 후 20년 만이다.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노 재팬 운동’이 한창인 2021년 215만 명을 극장으로 불러들여 화제가 됐다.

지난해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1위를 차지한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무라세 다카시)도 '위로'를 키워드로 한 일본 소설. 한국작품이 천하통일한 웹툰과 달리 만화책 분야에서는 ‘원피스’ ‘주술회전' 등 일본 콘텐츠의 위상이 굳건하다. 어린이 분야에서는 ‘이상한 과자가게 전천당’ ‘엉덩이 탐정’ 등이 스테디셀러다.

폭발적 인기는 아니더라도, 쏠쏠히 인기를 끄는 일본 드라마도 제법 나오고 있다. '데스 게임'을 소재로 한 드라마 ‘아리스 인 보더랜드’와 애니메이션 ‘주술회전’은 넷플릭스 공개 후 국내 시청 상위 10위에 들었다. 일본이 강점을 지닌 애니메이션에선 일본 콘텐츠가 꾸준히 인기를 얻긴 했지만, 근래 들어 드라마 소설 영화 등으로 저변을 더욱 넓히는 양상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아리스 인 보더랜드'와 영화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무엇보다 일본 콘텐츠를 소비하는 연령대가 다양해지고 있다. 네이버 집계에 따르면 영화 ‘귀멸의 칼날’은 10대 관객이 11%, 20대 관객이 54%에 달한다. 영화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역시 1020세대 관객이 47%다. 성상민 문화평론가는 “자기 취향과 의사를 밝히는 게 자연스러운 MZ세대는 기존 세대보다 자유롭게 일본 콘텐츠를 소비하는 분위기”라며 “슬램덩크도 탄탄한 기존 팬층에 신규 팬들이 더해져 흥행을 거둔 것”이라고 했다. 홍난지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교수는 “어려서부터 만화 전문 채널 투니버스나 애니플러스 등을 통해 일본 콘텐츠를 접한 경험이 쌓인 효과"라고 했다.

여성층의 인기도 흥미 포인트. 교보문고에 따르면 슬램덩크를 가장 많이 구입한 고객층은 30대 여성(25%)이었고, 20대 여성(13.4%)의 규모도 상당했다. 매력적인 남성 캐릭터의 우정과 경쟁이 성별을 불문하고 대중에 소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ㆍ미국 콘텐츠가 대세인 국내 문화계에서 일본 콘텐츠를 ‘주류’라고 부르긴 아직 시기상조다. 다만 팬층이 다양화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슬램덩크’가 나올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주호 교보문고 만화 분야 MD는 “넷플릭스 등 OTT 소비가 대중화하면서 젊은 층이 일본 문화를 보다 친근하게 느끼는 분위기”라며 “예전에는 마니아 계층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향유했다면 지금은 보편적 소비로 이동하는 추세”라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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