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한대가 3.5명 역할…롯데가 들여올 英오카도의 물류 혁명

홍성용 기자(hsygd@mk.co.kr) 2023. 1. 2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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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동부의 에리스 지역에 위치한 오카도 자동화물류센터(CFC)에서 수천 대의 로봇이 움직이며 주문 들어온 식료품을 운반하고 있다. 【사진제공=오카도】

영국 런던 중심지에서 1시간 정도를 달리면 위치한 동부 에리스 지역에는 영국 최대 식료품 기업 오카도(Ocado)의 자동화물류센터(CFC)가 있다. 축구장 3개 크기로 매주 100만개 상품이 입고되고, 매주 20만건의 주문이 소화되는 이 센터에는 수천 대의 로봇과 함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 회사의 첨단 정보기술이 총망라돼 있다. 주문에서 배송까지 온라인 그로서리 전 과정을 다루는 통합 솔루션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은 이 CFC에서 완벽하게 구현된다.

롯데쇼핑이 지난해 1조원을 투자해 곧 한국에 도입될 오카도의 최첨단 유통 플랫폼은 AI의 지휘를 통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였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방문한 CFC의 넓은 용지 전체에는 바둑판 모양 상자들이 21층 높이로 겹겹이 쌓여 있었다. CFC 꼭대기 위로 바퀴 달린 로봇들이 초속 4m로 격자 레일 위를 분주하게 움직인다. 중앙제어시스템에서 로봇들과 초당 10회 통신하면서 가장 먼저 센터를 빠져나가야 할 물건을 집어 올린다.

루크 젠슨 오카도 IT솔루션 총괄 최고경영자(CEO)는 "CFC에선 로봇이 3~4명의 인력을 투입해야 할 일을 해낸다"며 "사람이 물건을 집어오는 물류센터는 한 명이 시간당 최대 200개 품목을 꺼낼 수 있지만, CFC에선 700개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곳에서는 주문 후 출품까지 분류 과정에서 인간이 개입하는 시간이 오직 6분이라고 했다. 젠슨 CEO는 "롯데에서 2025년 말에 첫 CFC를 만들게 되면 전체 주문의 60% 이상을 로봇이 피킹할 경우 사람의 개입이 3분30초까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보통 주문 하나당 한국에서는 12~16개 품목이 주문되는 데 반해, 여기서는 보통 50여 개 상품이 한 주문에 담겨 처리된다"며 "1000여 개에 달하는 슈퍼마켓이 파는 모든 상품의 75% 수준을 오카도 센터에서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영국에서 매장 없는 온라인 슈퍼마켓으로 출발한 오카도는 당시 영국 전체 식료품 매출의 온라인 비율이 0.5% 미만으로 미미한 것에 착안해 자동화 시스템인 OSP를 개발해 식료품의 온라인화에 매진했다. 그 결과 현재는 영국 최대 유통 업체인 테스코, 아스다에 이어 전체 온라인 식료품 시장의 13.3%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수천 대의 로봇이 움직이며 집어내는 물품은 철저히 선입선출의 원칙을 지킨다. 가장 먼저 물류센터를 빠져나가야 할 상품이 가장 맨 위층에 배치된다. 젠슨 CEO는 "하루에도 2400만번의 머신러닝을 거쳐 계절이나 날씨 등 기타 변수를 모두 고려해 특정 날짜에 과일 등 신선식품이 얼마나 팔릴지 예측해낸다"며 "한번 입고된 물품도 신선도 기준에 따라 상품의 위치를 매초, 매분 업데이트해 효율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오카도의 신선식품 폐기율은 0.4% 수준으로, 대형마트(3%)나 편의점(12%)에 비해 월등히 낮다.

이와 연계해 고객들은 오카도 앱에서 구매한 상품을 언제까지 소비하면 되는지 소비 가능 기한을 볼 수 있다. 젠슨 CEO는 "우리가 정해둔 신선식품을 소비해야 할 기한을 소비자들이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상품별로 표기해둔다"며 "월요일에는 사과, 화요일에는 딸기 등 각 신선식품과 냉동식품 소비 기한을 고객에게 알린다. 고객 스스로도 본인의 식단을 효율적으로 짜고, 낭비를 줄인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쇼핑은 현재 부산시 강서구 미음동에 CFC를 설립할 용지를 마련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부산·경남 등 영남권이 다른 지역보다 아직 이커머스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롯데에 부산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런던/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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