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암,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극복한다

2023. 1. 2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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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훈 ETRI 진단치료기연구실 책임연구원

국가암정보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대수명은 83.5세이다. 기대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9%라고 한다. 즉 국민 3명 중 1명은 암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그럼 암은 언제부터 발생되었을까? 인류의 적인 '암'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 가장 오랜된 암에 대한 기록은 BC 3000년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발견되었다. 당시, 파피루스에 적혀진 고문서에는 외과수술에 대한 해부학적 관찰, 진단, 실험, 치료 및 예후에 대한 기록 등이 있는데, 특히 '치료법이 없는 종양이 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고 전해진다.

최근 초음파, 카메라 내시경, MRI, CT 등 의료 영상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이로써 암에 대한 진단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진단이 빠를수록 생존율도 높아진다. 다만, 지금의 의료영상기술은 이미 비정상적 병변이 발병된 이후에 활용되는 아쉬움이 있다. 병리학적 진단을 위해서는 추가로 염색을 통해 세포조직 검사(Biopsy)를 하고 광학현미경으로 비로소 진단한다. 즉, 전문의가 눈으로 보고 진단하는 셈이다.

많이 들어본 고사성어가 있다. '백문불여일견',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라는 뜻이다. 그럼 암세포 속을 들여다 볼 수 있을까?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무엇이 다르며 어느 순간에 암세포로 변할까?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왔지만, 아직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다만, 이를 찾기 위해서는 한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바로 실시간 세포안을 들여다보는 기술이다.

암세포는 처음에는 정상세포였다. 다만 어떤 요인에 의해 이 정상세포가 비정상적인 성장을 거듭해 암덩어리(악성종양)으로 변한 것이다. 세포는 핵과 세포질로 구성되며, 출입 물질을 조절하는 세포막 내에 들어 있다. 더욱 작은 단위로 보면, 단백질과 핵산과 같은 많은 생체 분자들로 구성돼 있다.

그럼 암세포로 변하기 전 분자들의 변이를 관찰하면 암의 근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분자들은 1000조분의 1초 단위로 빨리 이동한다. 찰나의 순간 움직임을 촬영하려면, 1000조분의 1초 셔터속도를 갖는 카메라가 있으면 된다. 예를 들면, 1000분의 1초 셔터속도를 가진 카메라로 손흥민 선수가 차는 축구공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그럼 1000조분의 1초, 즉 펨토초의 셔터 속도를 가지는 카메라는 존재할까? 정답은 광자(光子, Photon), 즉 빛을 이용하면 가능하다.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펨토초 광자를 발생시키는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해 빛과 분자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왔다. 세포 내 가장 작은 단위인 분자의 진동에 따라 산란되는 빛 주파수 차이를 뜻하는 '라만 산란'을 영상화하는 기술을 활용하면 정상세포에서 암세포로 전환되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이미 1980년대에 선보이면서 기술적으로 성숙돼 글로벌 현미경 기업들이 상용화했다. 그러나 해당 제품들은 부피가 너무 크고 값이 수십 억원으로 비싸고 광학전문가가 유지보수해야 하는 단점이 있어 임상 연구 등을 위한 보급의 한계가 있었다.

최근 반도체 발달은 펨토초 레이저에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더 싸게, 더 작게 만들어야 하는 펨토초 레이저에 반도체 발광소자를 결합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합은 크기와 가격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고, 펨토초 현미경의 빠른 보급을 가능하게 한다.

필자는 지난주 동료 연구진들과 함께 세계에서 처음으로 암이나 종양의 조기진단이 가능한 값싼 반도체 발광소자(다이오드)를 결합한 펨토초 레이저 현미경(카스, CARS) 개발에 성공했다. 국산화는 물론 기존 외산 현미경 가격의 10% 이내로 제작 가능하고, 4배 더 높은 해상도와 최대 4배 가까이 영상해석도 빠르다. 아울러 크기도 기존 제품의 절반 이하로 줄였다. 상용화되면 랩탑컴퓨터 두 배 정도의 크기로 줄일 전망이다.

펨토초 현미경은 이제 막 산업에 쓰여지는 기술이다. 아마 가까운 미래에는 로봇이 환자의 특정 부위를 스캔하고, 세포의 극초기 단계에서 암을 진단하고 수술하는 기술이 상용화될 것이다. 필자는 바이오·의료 융합기술로 행복한 국민 건강 100세를 위한 의료 실현을 앞당길 수 있게 되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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