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이통사, 알뜰폰 인수 줄잇는데… 국내는 여전히 규제 `덫`

김나인 2023. 1. 2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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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모바일, 민트모바일 인수 검토
인수땐 가입자 1억400만명으로
국내 자회사 알뜰폰 점유율 규제
이통업계 "시장 자율성 확대 필요"
윤영찬 의원.

글로벌 시장에서 해외 이동통신사들은 알뜰폰을 자회사로 두거나 인수해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직접적인 시장점유율 제한 등의 제도를 도입한 곳도 찾기 힘들다. 이와 달리 국내에서는 알뜰폰 사업과 관련해 이동통신사에 '도매제공의무사업자 제도' 등의 규제를 두고 있어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9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2위 이동통신사 T모바일이 자사 망을 활용해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하는 MVNO(알뜰폰) 사업자 민트모바일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민트모바일은 2015년 알뜰폰 사업을 시작해 2021년 기준 약 2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데이터 4GB(기가바이트) 제공 15달러(1만8000원) △10GB 20달러(2만4000원) △15GB 25달러(3만원) △데이터무제한 30달러(3만7000원) 등 저렴한 요금제를 앞세웠다.

2020년 통신사업자 스프린트와 합병해 2021년 기준 1억2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T모바일이 민트모바일을 인수할 경우 가입자는 1억4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통신 업종에서 자유로운 경쟁 환경이 조성돼 있어 MVNO 인수를 통한 저가 서비스 확대 시도가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 실제 미국은 1983년 도입했던 MNO(이동통신 사업자) 도매제공 의무를 2002년 일몰 이후 자율 협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신고만으로 이동통신 자회사의 알뜰폰 진출이 가능하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동통신사들에게 '도매제공의무사업자 제도'와 자회사의 알뜰폰 점유율 규제가 적용된다. 통신업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알뜰폰 사업자에게 빌려주는 통신망 도매가격을 정부와 협의하도록 한 도매제공의무사업자 제도는 일몰제로 지난해 9월 만료됐지만, 정부가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또한 2012년 알뜰폰 시장 진입 조건으로 통신 3사 자회사들에 대해 알뜰폰 시장점유율 50%를 넘길 수 없다는 조건을 붙였다. SK텔링크, KT엠모바일, KT스카이라이프, LG헬로비전, 미디어로그 등이 이동통신 알뜰폰 자회사다. 이들 기업이 규제받는 사이에 금융, 핀테크 등 타 업종의 기업들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알뜰폰 가입자가 지난해 11월 기준 1200만명을 돌파해 전체 이동통신 시장의 16.4%에 달하는 만큼 시장에서 자율성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국민은행의 리브엠에 이어 토스(비바리퍼블리카)까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서 위기의식이 커진 것도 이런 배경 중 하나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알뜰폰 외연이 넓어진 만큼 사업자들이 단순 판매상에 머무는 게 아니라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알뜰폰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자율성이 확대돼야 알뜰폰 사업자들의 투자도 늘어나고 단순한 요금 경쟁을 넘어 서비스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도매대가 규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도매제공 의무와 도매대가 규제를 폐지해 시장 자율에 맡기자는 게 법안의 골자다. 도매대가 제도 폐지로 인해 예상되는 시장의 충격 완화를 위해 한 차례에 한해 도매제공 의무를 추가 연장(3년)하는 내용도 담았다. 윤 의원은 "알뜰폰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정부의 인위적인 지원보다는 시장 내에서 자체적인 경쟁력과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도매제공 의무가 사실상 가격 상한선으로 작용해 알뜰폰 사업자들의 설비 투자가 미진했고, 중소 사업자들이 난립해 소비자 이익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현재 알뜰폰 사업자는 현재 76개까지 늘어났다. 이동통신망 도매대가에 대해 정부가 개입해 사전규제하는 것이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해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반면, 알뜰폰 업계는 도매제공 일몰제도와 관련해 일몰제 자체를 폐지하고 영구적인 도매제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도매제공 의무가 없어지면 알뜰폰 사업자들이 존립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신규 사업자 진입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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