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vs -1.5%… 美에 훨씬 뒤처진 4분기 韓 성장률

문혜현 2023. 1. 2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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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한미 성장률 역전 이어질듯
"한국 경제 하반기 더 암울할수도"
유엔 "中성장률 1%포인트 하락때
韓 0.2%포인트 이상 크게 떨어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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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경제는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한국 경제는 10분기만에 마이너스로 하락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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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대 마이너스 1.5%(속보치·전기비 연율 기준). 미국과 한국의 작년 4분기 경제 성적표다. 마이너스 1.5%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4분기 경제 성장률 마이너스 0.4%를 미국의 통계기준에 맞춰 전기비 연율 기준으로 다시 산출한 것이다. 경제규모가 한국보다 14배가량 큰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9%에 달한 반면 우리는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반도체 수출 부진 등이 이유라지만 글로벌 수요 감소 탓만으로 돌리기엔 심각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새 성장동력의 미흡이나 국내 산업의 경쟁력 약화, 여전한 반기업 정서 등이 보다 근본원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산업 발전을 막는 구조개혁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견고한 성장…소비지출이 떠받쳐= 미 상무부에 따르면 는 지난해 4분기 미국의 성장률은 전기비 2.9%(연율 기준)로 집계됐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2.8%)과 블룸버그통신(2.6%)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들을 소폭 상회한 것이다. 작년 1분기(-1.6%)와 2분기(-0.6%)에 뒷걸음질하며 기술적 경기침체 상태에 빠졌던 미 경제는 3분기(+3.2%)부터 다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로써 미국 경제는 상반기 하락분을 모두 만회하고 2022년 연간으로도 2.1%의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앞서 2021년에는 미 경제가 5.9% 성장했다.

4분기 GDP 증가를 견인한 것은 민간 재고 투자, 소비자 지출, 연방·주·지방정부 지출, 비주거 고정투자 증가라고 상무부는 설명했다. 이가운데 미 경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지출이 2.1% 증가해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다만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 여파로 성장 속도가 느려지는 조짐도 관찰됐다. 미 경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자 지출은 지난 분기 2.1% 증가했으나, 3분기(2.3%↑)보다는 증가세가 다소 꺾였다. 4분기 소비자 지출은 분기 초반에 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소매판매(소비)는 지난해 12월 전월 대비 1.1% 감소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1월 베이지 북(Beige Book, 12개 지역 연준이 관할 지역별로 수집한 최근 경제동향 관련 보고서)에서 향후 몇 달 동안 성장세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경제 하반기엔 회복? '더 나빠진다' 암울한 전망도= 한국은행과 정부는 대체로 경기가 올해 상반기 바닥을 찍고 하반기 반등하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오히려 하반기에 더 나빠져 본격적으로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한은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는 1.3%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 추정치(2% 안팎)를 밑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하반기의 경우 성장률이 상반기보다 0.8%포인트(p)나 높은 2.1%에 이르면서, 연간 성장률을 1.7%까지 끌어올린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은 '상저하고' 예측의 근거에 대해 "하반기 이후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부진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며 "상품 수출 증가세도 글로벌 수요 감소 등으로 둔화 흐름이 이어지다가, 하반기 이후 중국과 IT(정보기술) 경기 부진이 완화하면서 반등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1.6%를 제시한 기획재정부의 시각 역시 한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1분기의 경우 기저효과, 중국 경제 리오프닝(오프라인 활동 재개) 등에 힘입어 플러스(+) 성장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상반기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 위축 등으로 매우 어렵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세계 경제와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점차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지난 19일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8%로 크게 낮추면서도 '상저하고'(상반기 1.6%·하반기 2.0%)를 점쳤다.

하지만 이런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LG경영연구원의 경우 올해 성장률 전망치(1.4%) 자체가 한은(1.7%)이나 정부(1.6%)보다 낮을 뿐 아니라, 흐름 역시 '상고하저'를 예상하고 있다. 하반기 성장률(1.3%)이 상반기(1.6%)보다 0.3%포인트나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데, 글로벌 경기 회복이 기대만큼 빠르지 않은데다 높은 물가와 금리가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를 억누르면서 내수 반등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한국 경제가 아예 0.6% 후퇴할 것으로 예상하는 노무라증권도 하반기로 갈수록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 위축이 뚜렷해지는 하반기 성장률(-0.7%)이 상반기(-0.5%)보다 0.2%포인트나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가 1분기를 기점으로 경기 침체에 진입할 것"이라며 "특히 고금리·고물가와 부동산 시장 부진 등으로 국내 소비의 냉각 속도가 빨라지면서 경기 침체를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 상반기 1.7%(전년동기비)에서 하반기 -2.1%로 추락하면서, 하반기 수출이 다소 좋은 수치가 나오더라도 상고하저 경기 흐름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엔 "중 성장률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0.2%포인트 넘게 떨어져"= 유엔은 최근 한국 성장률을 2.0%로 전망하면서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내려가면 한국 성장률도 1%대로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엔 경제사회처(UN DESA)는 세계 경제 예측 모델을 근거로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경우 동아시아·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성장률도 0.06∼0.41%포인트 빠질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은 0.2%포인트 중반대의 성장률 감소를 겪을 것으로 전망됐으며, 보고서에 언급된 14개국(홍콩·대만 포함) 가운데 8번째로 하락률이 컸다.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제로 코로나' 해제와 부동산 경기 부양책 등에 힘입어 올해 기본적으로 4.8% 성장해 지난해 성장률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 예측치는 2.0%이며, 일본을 제외한 동아시아·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은 전체적으로 4.4%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경제활동 재개 과정에서 중국의 난관 및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이 지역의 경제회복 여건은 여전히 취약하며, 중국의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치면 이 지역 전체의 성장률도 전망치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대중 수출(1558억1000만달러)이 4.4% 감소한 반면 수입(1545억6000만달러)은 11.5% 증가하는 등 중국과의 무역수지가 악화하는 추세지만, 올해 중국의 본격적인 경제활동 재개로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문혜현기자 mo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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