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해양용 용융염원자로 1호기 건조"

이준기 2023. 1. 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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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형 원자력연 부장 비전 제시
4년간 290억 투자 원천기술 개발
"민관과 협력해야 MSR시장 선점"
이동형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전략부장은 올해 용융염원자로 개발에 본격 나선다며 2030년 이후 해양용 용융염원자로 첫 호기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자력연 제공
이동형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전략부장은 민관 협력으로 속도감 있게 기술개발을 추진해야 용융염원자로(MSR)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연 제공
탄소중립 시대 궁극의 원자로로 각광받고 있는 '용융염원자로(MSR)' 개념도
용융염원자로의 활용 분야 원자력연 제공

"용융염원자로(MSR)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층 엄격해진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담보하면서 탄소중립 시대를 대비한 궁극의 원자로가 될 것이다. 지금부터 민관 협력으로 속도감 있게 기술 개발에 나선다면 우리나라가 2030년 이후 '해양 선박용 용융염원자로'를 처음으로 선보일 수 있다."

이동형(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전략부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중에서 용융염원자로가 미래 선진 원자로로 가장 주목받으면서 원자력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이 전망했다.

MSR는 고체의 염을 고온으로 녹인 용융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원자로다. 핵연료가 냉각재에 녹아 있는 형태로 운전해 '액체연료 원자로'로 불린다. 녹는점이 높은 용융염을 핵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원자로가 파손돼 액체연료가 외부에 유출될 걱정이 없고, 공기에 노출되면 굳어 방사성물질이 누출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부장은 "올해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용융염원자로 개발을 본격 시작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탄소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해상분야에서 선박의 발전원으로 용융염원자로를 활용하기 위한 조선업계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SR 개발사업은 초기 단계부터 기업들의 수요를 반영해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은 자본과 기술을 투입하고, 원자력연구원은 기술과 인력을, 정부는 재정·인허가 등을 지원해 MSR의 신속한 상용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지방 정부는 개발된 용융염원자로에 대한 실증 지원을 통해 긴밀한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앞으로 MSR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게 이 부장의 주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올해부터 4년 간 용융염원자로 관련 원천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290억원을 투자한다. 이를 위해 2026년까지 용융염원자로 개념설계과 계통 종합 실증을 거쳐 2028년부터 선급 인허가·원자력 선박 인증을 받아 2030년 이후 해양용 첫 호기를 건조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MSR 상용화의 첫 타깃은 선박용 엔진이다. MSR은 기존 원자로에 비해 용기와 용융염으로 이뤄져 구조가 매우 단순하고, 대기압 운전으로 두꺼운 원자로 용기나 커다란 격납용기도 필요없다. 무엇보다 소형화가 가능해 선박에 싣기 쉽고, 핵연료 사용주기가 30년으로 선박 수명 주기와 거의 같아 교체 필요성이 없어 선박에 적용하기 가장 적합한 이유에서다.

그는 "용융염원자로는 미국의 SMR 기업인 뉴스케일,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 X-에너지 등을 중심으로 영국, 중국, 캐나다, 덴마크 등과 치열한 기술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해외 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이 가운데 덴마크 시보그는 삼성중공업과 부유식 용융염원자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은 중서부 사막에 용융염원자로를 짓고 실증에 나서는 등 앞으로 MSR 기술과 시장 선점을 둘러싼 각 국의 경쟁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조선사들은 운항 중인 선박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단계적으로 줄여야 하는 규제 강화에 맞춰 MSR를 선박에 적용하기 위해 해외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용융염원자로가 대략 203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부장은 "우리나라의 MSR 개발은 주요국에 비해 늦게 출발했다. 다만 원자력연이 20년 넘게 파이로프로세싱 분야를 연구한 경험과 노하우, 관련 인프라 등을 그대로 용융염원자로 개발에 적용하면 단기간 내 따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공공연구기관이 민간과 함께 기술개발에 속도를 낸다면 2030년대 본격 개화하는 MSR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MSR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원자로 부식을 막기 위한 최적의 융용염 물성 확보와 사용후핵연료 처분, 안전의 핵심 기능을 하는 액체핵연료 보관용기(덤프탱크) 기술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남아 있다.

이 부장은 "용융염원자로는 개발 단계부터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도록 민간이 주도할 수 있는 생태계와 공급망을 형성하는 데 정부가 역량을 모아야 한다"며 "해상에서는 부유식 원전, 대형선박 출력원으로, 내륙에서는 산업단지 내 자가발전원 등으로 활용 가치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MSR 시장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실현에 가장 중요한 차세대 원자로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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