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2나노 전쟁’ 4파전 양상

정재영 2023. 1. 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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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삼성전자 양강 체제서
美 인텔 이어 日 라피더스 가세
대중 반도체 수출금지도 확산세
네덜란드·일본, 美 반도체 對 중국 수출 통제 동참 합의
자국 반도체 능력 구축하려는
中의 야망 약화시킬 동맹 형성
국가 이해관계·경쟁 치열해져
한국에도 참여 압박 거세질 듯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주도해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인 2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이하 기술 개발에 미국 인텔에 이어 일본 기업이 추가로 뛰어들면서 4파전 양상으로 치닫게 됐다.

한때 세계 시장을 석권했지만 한국과 대만에 밀린 미국과 일본이 부활의 신호탄을 잇달아 쏜 가운데, 네덜란드와 일본이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한국 역시 참여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국가 간 이해관계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7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 “네덜란드와 일본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데 미국과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이는 자국의 국내 반도체 능력을 구축하려는 중국의 야망을 약화시킬 강력한 동맹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다만 3국이 합의를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며, 각국 행정절차 등을 고려하면 실제 실행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했다.
네덜란드와 일본이 수출 통제에 동참하면 네덜란드의 세계 1위 반도체 노광(Lithography)장비 기업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출은 물론, 일본의 반도체 장비 기업인 니콘과 도쿄 일렉트론 등의 중국 수출 제한이 가해질 수 있다.

EUV 노광장비가 없으면 첨단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해 중국으로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와 관련해 일본과 네덜란드 당국자와 협상을 진행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설리번 보좌관이 네덜란드 및 일본과 며칠 동안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다양한 의제 가운데는 첨단기술 안보 문제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커비 조정관은 “네덜란드와 일본이 대화에 참여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대한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고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후 5대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업체를 보유한 네덜란드와 일본의 동참도 촉구해 왔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와 별도로 한국과 대만이 주도해온 ‘2나노 경쟁’엔 미국에 이어 일본이 가세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8개 대기업 출자로 지난해 하반기 설립된 반도체 회사 라피더스는 최근 “2027년까지 2나노 공정을 개발해 반도체 칩을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나노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데, 선폭이 좁을수록 소비전력이 적고 처리 속도가 빠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6월 양산 공정 중 가장 앞선 3나노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고 TSMC도 같은 해 12월에 3나노 양산에 돌입했다. 2나노 이하 기술 선점을 위한 개발 경쟁에 이 두 업체뿐만 아니라 인텔도 뛰어들었는데, 일본 업체가 개발을 장담하면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

라피더스는 도요타와 소니, 소프트뱅크, 키옥시아, NTT,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8개사가 합작해 70억엔(약 660억원)을 출자했고, 일본 정부가 700억엔 투자를 결정했다.

고이케 아쓰요시 라피더스 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2025년까지 2나노 시제품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전략적으로 탄생한 라피더스는 10년간 5조엔을 투자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 기업까지 뛰어들면서 2나노 양산 경쟁이 치열하다. 세계 최초로 3나노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공정을 도입한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건설 중인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라인도 1개에서 2개로 늘리기로 했다.

TSMC는 2025년 생산을 목표로 대만 북부 신주 지역에 2나노 반도체 공장을 짓고, 이르면 2026년 1나노 공장을 착공해 2027년 시범 생산, 2028년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와 일본 구마모토현에 각각 공장을 짓고 있고, 독일 드레스덴 공장 건설을 협의하는 등 글로벌 생산 거점도 다각화하고 있다.

인텔은 수십년간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중심으로 업계 선두를 지키다가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파운드리 주도권을 TSMC와 삼성전자에 내줬다. 인텔은 2021년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발표했다. 2023년 하반기 3나노, 2024년 2나노, 2025년 1.8나노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지난해 3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6.1%로 압도적 1위다. 삼성전자가 15.5%로 2위다. 인텔과 라피더스의 출사표가 2∼3년 안에 반도체 시장에 어떤 지각변동을 불러올지가 최대 관심사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미래전략산업 브리프’에서 대만과 한국이 경쟁하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이 2025년 대만·한국·미국 구도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2027년 이후엔 일본도 가세해 파운드리 시장 경쟁이 대만·한국·미국·일본 ‘4강’ 구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재영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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