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알 수 있어, 너의 마음을[다함께돌봄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기자 2023. 1. 2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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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일과 삶의 균형? 돈?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40대가 된 지금 많은 돈과 사회적 인정 모두 좋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는 일에 있어 보람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돌봄센터에서의 업무와 이 안에서 맺는 인간관계는 나에게 보람과 기쁨을 동시에 주고, 내가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 준다. 한마디로 살맛나게 해주는 곳이다.

세림(가명)이와의 첫 만남이 떠오른다. 긴 머리에 새까만 눈을 한 채 ‘도대체 너는 누구냐?’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여느 다른 아이들과는 사뭇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해서 조심스럽게 먼저 근무하셨던 선생님께 여쭈어 보니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세림이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돌봄교실에서 항상 뒤처지는 아이, 놀이에 끼지 못해 또래 곁을 맴도는 아이. 그런 것들이 세림이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이었다.

세림이와 친해지고 싶어서 세림이가 좋아하는 간식도 주고 혼자 있는 세림이 옆에 앉아 말을 걸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쁜 미소를 활짝 보이며 말을 건넸지만, 그럴 때마다 세림이는 ‘대체 왜 이러는 거야’라는 시선으로 반응했다.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항상 같은 반응을 보이는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오기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6개월쯤 지났을까, 바쁜 업무로 인해 아이들이 센터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에서 나가 인사하는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그런데 한 아이가 갑자기 사무실로 불쑥 들어와 “센터장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고 쿨하게 퇴장했다. 바로 세림이었다. 불쑥 들어온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인사의 주인공이 세림이였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일이지만 6개월 동안 반응이 없던 아이가 먼저 다가와 주었다는 사실에 마음 한쪽이 짠했다.

그렇게 세림이가 처음 말을 걸어오고 점차 관계가 좋아진 후 아이는 곧잘 “선생님, 나 좋아해요?”라고 질문을 던진다. 내가 “그럼~ 세림이도 선생님 좋아하니?”라고 장난스럽게 물으면, 세림이는 장난스럽게 “아니요~”라고 답하고 사라진다. 아직도 그 딱딱한 짧은 말에 가슴이 ‘쿵’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세림이가 마음과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것이 그 아이만의 표현방식이라는 것을.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이 무뚝뚝한 대화들이 센터에서 영원하길 바라본다.

지식이 많은 사람은 아니어도 지혜로운 사람으로, 곱하기·나누기는 할 수 없어도 내가 가진 것을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세림이가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본다. 세림아 사랑해~

정현경(서산시 다함께돌봄부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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