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강력 요청에… 年 10조원 포기한 일본

이유진 기자(youzhen@mk.co.kr),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2023. 1. 2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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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굴기' 싹 자르는 美
日 반도체장비 수출 33%가 中
발빼던 네덜란드도 결국 동참
中반발 의식, 합의사항 비공개
실제 적용까지 수개월 걸릴듯
中매체 "수년내 독자개발할것"
지난 1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끈질긴 압박과 동참 권유에 자국 기업의 피해를 우려하던 일본과 네덜란드가 백기를 들었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장비를 만드는 글로벌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국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지난 13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17일에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억제하기 위한 반도체 포위망 구축에 참여해 달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회담에서 일본은 기술적·경제적 측면에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네덜란드도 반도체 공급망에 혼란이 발생하면 안 된다면서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상황은 열흘 만에 급변했다. 일본과 네덜란드 관계자들은 지난 주말 미국 워싱턴DC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재한 회의에 참석해 작년 10월 발효한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에 동참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발표한 반도체 수출통제 전략에 다른 나라들이 동조하면서 미국·일본·네덜란드가 '3각 반도체 동맹'을 완성한 것이다. 다만 3개국은 중국 반발을 고려해 상세한 합의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번 합의로 세계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 대부분이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KLA·램리서치 등 미국 회사에 이어 ASML(네덜란드), 도쿄일렉트론·니콘·캐논(일본) 등이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된다. 자동차, 스마트폰, PC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드는 보편적인 장비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일부도 중국 유입이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은 반도체 장비 판매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아 직간접적인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교도통신은 29일 2021년 일본 반도체 제조장비 해외 매출액이 2조9705억엔(약 28조2000억원)이며, 중국 매출액이 전체 중 33%인 9924억엔(약 9조4000억원)이었다고 지적했다.

세계 5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은 2021년 4월부터 1년간 매출액 중 26%가 중국에서 나왔다. 이 회사의 일부 반도체 회로 관련 기기는 중국 매출액 점유율이 90%에 달한다.

닛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를 저해하는 물품 수출을 관리하는 '외환 및 외국무역법'에 근거해 장비 수출통제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관리 대상 품목을 추가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해 실제 시행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 신문은 일본의 새 규제 도입에 중국이 대응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우려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반도체 분석가를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년간 칩 동맹을 위한 조치를 거듭 주장했지만 거의 진전이 없었다"고 비판하며 중국이 수년 내 독자 기술로 장비를 만들 것이라고 낙관했다.

[서울 이유진 기자 / 워싱턴 강계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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