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처럼…깐깐해지는 실업급여 수급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받는 것이 더 까다로워지는 방향으로 관련법·제도 개편이 추진된다. 고용정책을 급여 지원에서 일자리 연계 등 고용서비스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근로연계 복지정책(워크페어·workfare)’ 구상에 따른 조치다. 1990년대 이후 서구에서 빠르게 확산된 워크페어는 복지급여를 축소하고 국가의 책임보다 개인의 노력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영향에 따라 등장한 개념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7일 올해 첫 고용정책심의회를 열고 ‘고용서비스 고도화 방안’을 심의·의결했다고 29일 밝혔다. 고용서비스는 취업 지원, 직업훈련 등을 통해 구직자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는 정책이다. 정부는 전국 132개 고용센터(102개는 고용복지플러스센터로 운영)를 통해 고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고용서비스 고도화 방안은 취약계층의 노동시장 진입 촉진을 위한 서비스 강화, 기업의 인력난 해소·혁신성장 지원, 고용센터의 상담 서비스 전문화, 민간과의 협업을 통한 고용서비스 시장 활성화 등 4대 부문의 12대 과제로 구성돼 있다.
핵심은 구직의무 부여, 상담사 개입 강화 등을 통해 실업급여 수급자가 일자리를 찾도록 촉진하는 것이다.
노동부는 반복 수급자의 실업급여 감액, 대기 기간 연장을 주 내용으로 하는 고용보험법과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수급자 재취업 촉진을 위한 실업급여제도 추가 개선안도 올해 상반기 중 마련하기로 했다. 실태조사와 노·사, 전문가와의 논의를 거쳐 실업급여 기여 기간·지급 수준 등을 손볼 예정이다.
고용·복지 연계도 강화한다.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참여하는 조건부 수급자에 대해 매월 2회 이상 구직활동 확인(방문·유선), 대면상담을 통한 구직의사 중간 점검 등 취업 활동에 대한 개입 강도를 높인다. 대신 취업활동 계획을 세운 뒤 3개월 이내 조기취업 시 50만원의 수당을 1회 지원한다. 2021년부터 시행된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저소득 구직자, 청년, 경력 단절 여성 등을 대상으로 정부가 취업·생계 지원 서비스를 하는 ‘한국형 실업부조’다.
노동부는 고용서비스 시장 활성화를 위해 현행 직업안정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해당 개정안은 서비스 제공 대상을 구직자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직업안정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인공지능(AI) 기반 기업 추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고, 법인의 유료직업소개사업 진입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이 같은 방안을 통해 3년 안에 실업급여 수급자의 수급 중 재취업률을 26.9%에서 30%로, 국민취업지원제도 참여자의 취업률을 55.6%에서 6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고용서비스·직업훈련 등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 수준인 한국에서 수급자에 대한 제재·관리에 방점을 찍을 경우 취업 증가가 아니라 수급 탈락만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재욱 한국교원대 교수는 “설사 단기적으로 취업이 증가한다 해도 지금처럼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선 단기적이고 불안정한 고용만 증가시키는 워크페어로 귀결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실업급여 부정수급을 억제해야 하지만 도덕적 해이 최소화를 명분으로 과도하게 수급자 제재·관리를 강화할 경우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가 보여준 문제가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영국 켄 로치 감독이 만든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심장질환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된 목수가 생계를 위해 실업급여를 신청하지만 거듭 거절당하다 숨을 거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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