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오래갈 것 … 배당주·채권에 관심둘 때"

김정범 기자(nowhere@mk.co.kr) 2023. 1. 2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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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융계 영향력 1위 여성
제니 존슨 프랭클린템플턴 회장
근원 물가 여전히 높은 수준
美금리 2~3번 더 올릴 것
현금 흐름 좋은 기업이나
채권에 투자하기 좋은 때
스무살로 다시 돌아간다면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할 것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3차례 금리를 더 올리고 그 수준의 금리가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다. 재무 구조가 탄탄하고 현금 흐름이 우수한 좋은 기업을 고르는 '운용 실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최근 한국을 찾은 제니 존슨 프랭클린템플턴 회장(CEO)은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올해로 창립 76년을 맞은 프랭클린템플턴은 자산 규모만 1조4000억달러(약 1744조원)에 이르는 미국 10대 운용사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증시 전망에 대한 질문에 존슨 회장은 낙관적으로 보지 않지만 동시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각국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지정학적 위험까지 겹치면서 코스피는 25%, 미국 S&P500지수는 20% 하락한 바 있다.

그는 "시장에 대한 전망에서 가장 큰 전제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수준"이라며 "근원 소비자물가지수가 생각보다 쉽게 잡히지 않아 연준은 올해도 이를 누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근원 소비자물가는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다.

그는 올해도 연준이 추가로 25bp(0.25%포인트)씩 2~3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현재 기준금리는 4.25~4.5% 구간에 있다. 존슨 회장은 "금리는 그 수준에서 오래 유지될 것"이라며 "그걸 전제할 때 미국 역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는 만큼 투자 시 재무 상태나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을 고를 수 있는 적극적인 운용이 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시장에 대해선 기업 실적이 투자 수익률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의 등락과 관계없이 실적과 현금 흐름이 좋은 우량 기업을 선별하면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배당주와 채권 투자에도 관심을 둘 때라고 조언했다. 존슨 회장은 "S&P500에서 나오는 수익의 40%는 기업이 지급하는 배당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구조"라며 "하이일드 채권(위험도가 높은 등급 채권)도 신용 스프레드가 벌어진 반면 기업들이 그 정도까지 어려움을 겪는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채권 투자로 수익을 내기 좋은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신용 스프레드는 하이일드 채권과 국채 간 금리 격차다.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수익률이 높고 경기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기술 변화에 특히 관심이 높은 경영자이기도 하다. 그가 관심을 보이는 대표적인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이 기술에 매료돼 "만약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블록체인 생태계를 활용한 비즈니스를 구축하겠다"고 말할 정도다.

존슨 회장은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스마트 계약을 활용하면 거래할 때 발생하는 부수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자산을 세분화해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자산운용 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승인한 최초의 블록체인 기반 머니마켓펀드를 내놓기도 했다.

기술 중심의 신생기업(스타트업)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실리콘밸리에 인큐베이터를 두고 매달 스타트업 100개 중에서 20개를 추려 심층 검토하고 그중 한 곳에 투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는 회사들에 관심을 두고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3년 전 프랭클린템플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존슨 회장은 공격적 행보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취임 직후부터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 탐나는 기업이 있다면 '통 큰 베팅'을 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취임 4개월 후 액티브 펀드 회사인 레그메이슨을 사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인수가격만 65억달러(약 8조원·부채 포함)로 76년 프랭클린템플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딜이다. 그는 당시 인수 결정에 대해 "방어가 아닌 공격을 위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그 결과 운용자산 규모도 1조4000억달러 수준까지 껑충 뛰었다.

공격적인 행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듬해 맞춤형 지수 제공업체 테크놀로지 플랫폼 전문 오쇼네시자산운용, 2차(세컨더리) 사모펀드 투자사 렉싱턴파트너스를 사들였다. 레그메이슨 인수 이후 7건의 추가적인 M&A를 단행했고, 그 결과 현재 그룹사 내에 독립된 자산운용사 18개를 보유하고 있다. 전통 자산인 채권·주식 운용에 그치지 않고 부동산, 사모펀드 등 대체자산 부문에서 시너지를 내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존슨 회장의 행보는 보수적이라 평가받는 프랭클린템플턴에 대한 월가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존슨 회장은 "사모 시장에서 역량을 키워 대체자산 부문에서도 상위 10대 운용사로 성장했다"며 "다양한 투자자들에게 대체투자 자산을 제공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 회장 인터뷰 영상은 매일경제 해외 증시 유튜브 채널인 '월가월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QR코드를 찍으면 '월가월부'로 연결됩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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