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학교도 공교육만으로 명문대 보낼 수 있어"
한때 폐교 위기에 놓였던 시골 고등학교가 전국에서 학생 수 대비 서울대 진학 비율이 가장 높은 일반고로 거듭났다. 한반도 '땅끝' 경남 남해군에 위치한 남해해성고등학교다.
남해해성고의 '변신'은 이중명 아난티그룹 회장(사진)이 하영제 전 남해군수(현 국민의힘 의원) 요청으로 해성학원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이 회장은 2006년 해성학원 이사장에 취임한 뒤 100억원이 넘는 사재를 투자하며 남해해성고를 굴지의 명문고로 변화시켰다. 2023년 입시에서 남해해성고는 수시에서만 서울대 8명, 연세대 6명, 고려대 9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학생 수 대비 서울대 합격자 비율 전국 1위(일반고 기준)다. 지난 16일 이 이사장은 국민 교육 향상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해성학원 관계자들은 남해해성고가 성공한 비결로 세심하게 설계된 학풍을 꼽는다. 전국에서 모여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학업에 열중하고 바른 인격을 기를 수 있도록 학교 전체가 면학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남해해성고는 교사와 교직원, 학생 모두가 참여하는 멘토링 제도를 적극 운영하고 있다. 학년별로 3명씩 9명의 학생과 교사 1명, 총 10명이 그룹을 이뤄 학업과 교내 행사, 기숙사 활동 등 학교 생활 전반을 함께한다. 이 이사장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교사와 교직원이 부모처럼 학생을 돌보고, 선배는 형제자매처럼 후배들을 챙기며 제2의 가족공동체를 구성한다"며 "올바른 학풍이 유지될 때 학력도 인성도 길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해해성고는 인성교육 프로그램도 적극 운영하고 있다. 남해해성고 학생들은 한 달에 한 번 집에 갈 때 부모 발을 씻겨드리거나 조부모에게 안마를 해드리고 그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제출하는 등의 과제를 부여받는다. 또한 교내 농장인 '해성농장'에서 직접 기른 농작물을 부모에게 갖다드리고, 지역 주민과 소아암 환아를 돕는 등 부모 사랑, 이웃 사랑 실천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 이사장은 "시켜서 하는 일이라도 실제로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공부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 사람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전한 학풍과 인성교육 토대 위에서 남해해성고는 교과 융합 수업, 주말·야간 심화 선택 수업, 학술제 및 과제 연구, 개방형 독서 등 학생의 필요에 따른 맞춤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04년 농어촌 자율학교로 지정돼 학생 선발, 교육과정 운영 등에 비교적 자율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해성학원의 성공은 시골에서도 공교육만으로 얼마든지 명문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교육개혁을 위해 많은 자산가가 지역마다 좋은 학교를 만드는 데 나서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형주 기자·사진/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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