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끔없는 미호천에 유채꽃밭…공무원들 허둥지둥

엄재천 기자 2023. 1. 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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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충북지사의 말 한마디로 충북도청 공무원들이 그 뒷감당을 하느라 허둥지둥 애를 먹고 있다.

김 지사가 뜬금없이 미호강에 대규모 유채꽃밭을 만들겠다며 후보지를 물색하고 나서면서 곤혹스런 모습이다.

김 지사는 "그거 5년, 10년 논의해서 용역 줘가지고 여기 시민단체하고 합의해서 태스크포스 만들어서 공무원들이 하면 날이 샙니다. 갖다 심자. 이것이 대담한 실행이다 그런 말입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김 지사의 말대로 하천 둔치에 대규모 농작물을 키우는 일이 가능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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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지사, 지역경제인 대상 특강
관계 법령은 돌보지 않고 말이 먼저
스마트포럼에서 김영환 충북지사가 강연하는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화면캡처

[청주]김영환 충북지사의 말 한마디로 충북도청 공무원들이 그 뒷감당을 하느라 허둥지둥 애를 먹고 있다. 김 지사가 뜬금없이 미호강에 대규모 유채꽃밭을 만들겠다며 후보지를 물색하고 나서면서 곤혹스런 모습이다.

김 지사가 여기저기 다니면서 이렇게 하겠다고 먼저 얘기하면서 많은 일들이 파생되고 있다. 막상 실무진이 이 문제를 추진하려고 관련법을 들여다보니 김 지사의 말대로 하면 법을 어기게 된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이 정책을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청댐과 미호강 등 물과 관련이 있는 사업들은 대부분 환경부의 관계 법령을 풀어야 한다. 대청댐 지역 주민들이 수십년 간 이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려고 무던히 노력했지만 법령은 이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지난 19일 김 지사가 지역 경제인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다. 80분에 걸쳐 혼자 강연을 하다가 강연 끝 무렵에 "이건 지금 어디 언론에 나가면 안 되는 건데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좀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한다.

그러면서 "미호강 둔치가 100만 ㎡에 이르는데, 여기다 옥수수와 유채꽃, 보리와 메밀을 심겠다"고 덧붙인다. 이어 "둔치에 있는 나무도 모두 걷어내겠다"고 강조한다.

김 지사는 용역을 줘서 검토하면 시간이 걸리니 당장 심겠다면서 이것이 대담한 실행이라고 말한다.

김 지사는 "그거 5년, 10년 논의해서 용역 줘가지고 여기 시민단체하고 합의해서 태스크포스 만들어서 공무원들이 하면 날이 샙니다. 갖다 심자. 이것이 대담한 실행이다 그런 말입니다"라고 말한다.

김 지사는 언론에 나가면 안 된다는 이 영상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다.

김 지사의 이 말은 해당 실무과에 과제로 떨어지고 급하게 법률 검토를 하고 대상 부지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김 지사의 말대로 하천 둔치에 대규모 농작물을 키우는 일이 가능하지는 않다. 불가능에 가깝다.

관련법에 따라 공공기관이 아니면 하천 변에 농작물 경작 허가를 받을 수도 없고, 공공기관이 직접 키우더라도 비료와 농약은 아예 사용할 수 없다. 농작물에 농약을 살포하면 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작물을 농약을 주지 않고 농사를 짓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로 인해 경제성이 떨어진다.

특히 둔치에 있는 나무도 김 지사의 말처럼 함부로 걷어낼 수 없다. 상당수는 4대강 사업으로 정부가 심은 나무여서 충청북도 마음대로 뽑을 수 없고, 자생하는 나무를 뽑는 것 역시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청주시와 환경단체가 반대하고 있다.

경관용으로 꽃을 심더라도 1만 ㎡가 넘으면 용역을 거쳐 환경영향평가를 받게 돼있어 시간이 걸린다.

충북도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미호강 작천보 주변에 소규모 유채꽃밭을 먼저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찬우 충북도 축수산과장은 "우선은 가능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저희가 먼저 추진을 해보고, 나머지 부지에 대해서는 점차적으로 환경영향평가 등을 검토한 후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의 6개월 행보는 늘 이런 식이었다. 먼저 말하고 나머지는 공무원들이 진행하고, 안 되면 공무원을 대기발령 시키거나 교육을 보내는 방식이다. 못나이 김치로 김치 의병활동을 한다면서 못난이 김치를 해외에 수출하는 원래의 취지와는 상반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 법률 검토를 전혀 거치지 않은 구상을 김 지사 스스로 당장 시행할 것처럼 공개하면서 새해 시작부터 혼란이 적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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