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지친 우리 모습 '좀비'에 빗댔죠"

박대의 기자(pashapark@mk.co.kr) 2023. 1. 2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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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위아더좀비' 이명재 작가
좀비 습격에 봉쇄된 쇼핑몰
생존자 고군분투 이야기에
'힐링 스토리' 호평 이어지자
"시트콤 만들자" 기대 높아
공모전 대상으로 정식 연재
SF어워드서 우수상 수상
이명재 작가가 경기 성남 네이버웹툰 본사에서 '위아더좀비' 표지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좀비물의 핵심은 보는 이들에게 얼마나 공포감을 심어주느냐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들과 목숨을 지키려는 인간들의 대립은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전개를 만들며 긴장감을 준다. 무너져내린 사회의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좀비들의 비현실적인 행동은 다른 장르는 선사하지 못하는 좀비물만의 매력을 만들어낸다.

"오히려 더 귀엽게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명재 작가(31)가 네이버웹툰에서 연재하는 '위아더좀비'는 좀비물에 대한 선입견을 좀처럼 지키지 않은 작품이다. 웹툰은 서울 최대 쇼핑몰 '서울타워'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안에 갇힌 인간들의 생존기를 그린 좀비물이다. 하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좀비의 습격보다 살아남은 인간들의 유대감에 더 주목하게 된다.

"내가 좀비인 척하는데 상대도 좀비인 척하는 이야기를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원래 좀비물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초반엔 고민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저같이 조금만 잔인하거나 무서워도 못 보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생각보다 더 귀엽게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비가 나오는 장면을 조금 많이 빼기도 했어요. 좀비물이 지켜야 할 규칙 같은 게 있는데 섣불리 표현했다가 잘못된 좀비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반응은 뜨거웠다. 좀비물에서 기대하는 생존자들의 치열함 대신 일상을 다룬 이야기가 에피소드를 달리하며 이어지는 것에 독자들은 '힐링 시트콤'이라고 추켜세웠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캐릭터별로 어울리는 배우들을 거론하며 진짜 시트콤으로 제작되는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트콤 제작을 원하시는 분들은 많아요. 그런데 아직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습니다. 진짜 제작이 된다면 좋은 일이죠. 작품을 이 정도로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웹툰은 20대 초반의 남성 '김인종'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는 좀비의 습격으로 친구들을 잃었지만, 오히려 타워가 봉쇄된 것에 만족해하며 1년 넘게 좀비들의 눈을 피해 조용히 살아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숨어있던 생존자들이 하나둘씩 나타나며 불편해하면서도 그들과 원만하게 지내려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보는 이들에게 동질감을 전하는 인물이다. 타워 안의 삶에 안주하며 벗어나지 않으려는 인종은 '좀비'와 같다. "기본적으로 요즘 사람들이 다 지쳐있는 거 같아요. 학교나 직장에서 생활하다 보면 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또 누군가를 만나면 즐거우니까 쉬는 시간을 쪼개서 쓰게 되고요. 자신의 영역을 지키면서 남들과 교류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인종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위아더좀비'는 2020년 네이버웹툰 지상최대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이듬해부터 정식 연재작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부천만화대상 신인상에 이어 SF어워드 만화·웹툰부문 우수상까지 수상하며 국내 주요 만화 시상식에서 좋은 평가를 이어가고 있다.

"저는 제 작품이 공상과학(SF) 장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서 처음에 수상자로 뽑혔다고 들었을 땐 놀랐어요. 흔히 SF 하면 떠오르는 우주나 과학적인 이야기가 제 작품에는 없거든요. 그런데 알아보니 SF의 범위가 상당히 넓고 장르의 포용성이 상당히 크더라고요. 좀비에 지배당한 도시를 아포칼립스(종말의 세계관)로 이해해 평가해주신다고 느껴서 재밌었어요. 제가 제 작품을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요."

약 2년간 이어져온 이야기는 어느새 후반부로 접어들었다. 이 작가도 애정 있게 그려온 작품을 마무리할 준비를 조금씩 하고 있다.

"제 첫 장편작이다 보니 신경이 많이 쓰여요. 지금까지 늘어놓고 전개시키는 것만 해봐서 잘 수습할 수 있을지 걱정되고요. 캐릭터를 잘 공감해가면서 이야기를 끌어왔는데, 그걸 잘 마무리지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보시는 분들이 끝까지 편하게 봐주셨으면 좋겠거든요."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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