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전장사업, ‘미운오리’→‘황금알 거위’ 탈바꿈 중

이정훈 2023. 1. 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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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하만, 2016년 인수 뒤 지난해 급성장
LG전자 VS사업부도 7년 만에 흑자 전환
삼성전기·LG이노텍도 자율주행 등에 기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된 전자업계가 전장(자동차용 전기·전자장비)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수년간 가까스로 흑자를 유지하거나 적자에 허덕이던 ‘미운 오리’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거위’로 탈바꿈하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엘지(LG)전자에서 전장사업을 맡는 브이에스(VS)사업본부는 지난해 연간 매출 8조6496억원, 영업이익은 1696억원으로 7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다만 4분기 영업이익은 302억원으로 전분기(961억원)보다 68.6% 줄었다. 회사 쪽은 전장사업 합작사인 엘지마그나의 멕시코 공장 투자 비용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LG전자 제공

브이에스사업본부는 2013년 엘지시앤에스(CNS)의 자회사 브이이엔에스(VENS)를 인수하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부품사업을 하는 카(Car)사업부 등을 합쳐 신성장 사업이란 기대를 안고 만들어졌다. 하지만 2015년 50억원이라는 ‘잠깐 흑자’를 빼면 모두 적자였다. 매년 수십조원의 수주 잔량을 자랑했지만 좀처럼 빛을 내지 못했던 브이에스사업본부가 이제 촉망받는 분야가 됐다. 조주완 엘지전자 사장이 이달 초 간담회에서 “10년 만에 턴어라운드(흑자전환)했고 고속도로 올라가서 액셀을 밟을 일만 남았다”고 말할 정도다. 하이투자증권 고의연 분석가는 “전장부품은 2025년까지 연평균 15% 외형 성장하는 것이 목표로, 이를 달성할 경우 2025년엔 전사 매출의 20%(별도기준)를 차지하게 될 전망”이라며 “전기차 모터의 성장성은 물론이고, 과거와 달리 차량용 정보안내 디스플레이(CID·Center Informationi Display),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 등 모듈 단위의 고부가품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엘지전자 관계자도 “앞으로 수익성을 고려한 수주가 더 많아질 예정이어서 수익성은 더욱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하만도 오랜 기지개를 끝내고 본격 도약이 예상된다. 지난해 4분기 매출 3조2천억원에 영업이익 2천억원으로 추산되면서, 연간으로는 12조5천억원, 영업이익 7천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실상 경영에 나선 이후 가장 큰 인수합병(M&A)으로 꼽히는 하만은 2016년 인수된 뒤에도 전장사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매출이 10조원 안팎을 맴돌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카오디오뿐 아니라 디지털 콕핏,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에서 좋은 실적을 내면서 매출을 늘렸다. 하만은 최근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에 드라이빙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하는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대형 수주를 따내며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또 삼성전기·엘지이노텍 등 부품회사와 반도체 부문 등도 전장사업에 희망을 거는 분위기다. 스마트폰 판매량이 지난해 12억4900만대로 전년보다 7% 줄어들 전망(시장조사기관 옴디아) 속에서 전장사업이 실적을 유지하는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4분기 매출 1조9684억원, 영업이익 10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 68% 줄었다. 삼성전기는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분야 매출은 늘었지만 스마트폰, 피시(PC) 등 정보기술(IT)용 제품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재고가 조정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향후 전장부품을 향후 먹거리로 꼽고 지난해 연말 조직 개편을 통해 각 사업부에 전장 전담팀도 꾸렸다. 엘지이노텍도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7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4% 감소했다. 피시·스마트폰 등의 수요 부진이 주된 원인이라며, 전기차·자율주행차 관련 수요는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엘지이노텍은 자율주행 분야가 자사가 보유한 광학솔루션, 기판소재, 전장부품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블루오션’ 영역으로 보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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