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지역 해제 한 달…"급매물 팔리지만 본격 회복은 역부족"

이미연 2023. 1. 2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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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대책 후 서울 아파트 매수 문의 증가…강남 일부 거래가도 올라
매수자 "급매 아니면 안 사" vs 매도자도 "급할 것 없다" 호가 격차 커
"고금리 부담에 거래 회복은 미미…추가 규제완화 없으면 계단식 하락 가능성도"
연합뉴스

지난 3일 정부가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에 나선 지 한 달 만에 서울 아파트 시장에 문의가 늘고 꽉 막혔던 거래 시장에도 숨통이 다소 트이는 모습이다.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고, 각종 세제 및 대출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이들 들어 매매와 함께 전세 거래도 소폭 늘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그러나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고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는 여전해 본격적인 거래 증가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2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극심한 거래 절벽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 아파트 시장이 최근 3개월 연속 미미하게나마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733건으로 전월(559건)에 비해 31% 늘었고, 12월 들어 다시 828건으로 전월 대비 13%가량 증가했다. 두달 연속 증가에 이어 이달도 거래량이 늘어날 조짐이다. 1월 현재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건수는 총 428건으로 12월 거래량의 절반을 넘었다. 1월 거래의 신고 기한이 다음달 말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이달 거래량도 12월 거래량을 다소 웃돌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대부분의 매수자들이 급매물만 찾으면서 실거래가는 하락한 곳이 많다. 상계동 보람아파트 전용면적 68㎡는 이달들어 6억원에 급매물이 팔렸다. 이 아파트의 다른 일반 매물 가격이 현재 6억5000만∼7억원인 것에 비해 5000만원 이상 싼 것이다.

이 지역 중개업소 대표는 "지난해까지는 급매도 잘 안팔렸는데 그나마 이달 규제완화후 매수문의가 늘었고, 급매부터 소진이 되고 있다"며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진 못하지만 가격이 더 내리진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마포구 아현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마포 래미안푸르지오는 이달 들어서만 전용 84㎡ 2건이 15억5000만∼16억원 선에 거래가 이뤄졌다고 한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이 16억∼17억원 선인데 이보다 최대 1억원 이상 낮은 금액이다.

급매물도 줄고 있다. 최근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양도세 등 세제 완화로 사정이 급하지 않은 집주인들은 급매물 출시를 보류한 것이다. 최근 급매물이 팔리며 일부 강남권 아파트들은 가격이 올라서 거래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송파구는 지난 12월 거래 신고건수가 87건으로, 전월 대비 71% 늘었다. 잠실 트리지움 전용 84.97㎡는 이달에만 17억7000만원, 17억9000만원에 순차적으로 계약이 이뤄졌다. 전용 114.7㎡와 149.45㎡도 이달에만 현재까지 각각 2건의 거래가 신고됐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단지도 저가 매물 위주로 거래가 늘고 있다.

잠실 주공5단지는 현재까지 이달에만 6건의 계약이 성사된 것으로 신고됐다. 3건이 신고된 전용 82.61㎡는 이달 1일에 1층이 21억7천500만원에 팔린 이후 5일에는 거래가가 22억7600만원, 14일에는 24억7600만원으로 올랐다.

잠실 주공5단지는 현재까지 이달에만 6건의 계약이 성사된 것으로 신고됐다. 3건이 신고된 전용 82.61㎡는 1일에 1층이 21억7500만원에 팔린 이후 5일에는 22억7600만원, 14일에는 24억7600만원으로 거래가가 상승했다. 대치 은마 전용 76.79㎡는 지난달 18억원 초반대 매물이 소화된 이후 이달 3일 18억6000만원으로 뛰었다.

그러나 다수의 매수자는 여전히 집값 하락, 경기침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비싸게는 안 산다"는 입장이다. 강동구 고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매수자와 매도자간의 호가 격차가 2억원 이상 벌어져 거래가 쉽지 않다"며 "급매물 소진 후에는 다시 거래 절벽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결국 금리 인하가 시작돼야 본격적으로 거래가 늘고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다"며 "당분간은 금리 부담 때문에 사정이 급한 급매물 위주로 매물 소화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리나 경제여건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집값이 계단식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급매물 소화 과정을 거치며 가격이 소폭 오르더라도 매수세가 다시 감소하면서 낮은 가격이 시세로 굳어지고, 거래를 위해 가격이 추가로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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