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물든 쿠데타 2년…출구 안보이는 혼돈의 미얀마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군부 쿠데타로 미얀마가 극도의 혼란에 빠진 지 다음 달 1일이면 2년이 된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필두로 한 군부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둔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며 이듬해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켰고, 반대 세력을 유혈 탄압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무기력한 제재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 사이 미얀마인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고, 군정은 장기집권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피로 물든 2년…끝나지 않는 싸움
29일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정치범으로 약 1만7천500명이 체포돼 여전히 1만3천500명 넘게 구금 중이다. 군부 폭력으로 숨진 사람은 2천900명에 달한다.
쿠데타 직후 반군부 거리 시위와 시민불복종운동(CDM)이 일어나자 군부는 무자비한 폭력을 앞세워 진압에 나섰다.
반군부 세력은 무장 투쟁으로 맞섰다.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가 조직한 시민방위군(PDF)과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끈질기게 저항하고 있고, 군부가 무차별 공습을 가하면서 민간인 다수도 목숨을 잃었다.
군정이 물리적으로 미얀마를 지배하고 있지만, 일부 외곽 지역에서는 수세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쪽도 확실히 승기를 잡지 못한 채 공방이 계속되는 동안 희생자는 계속 늘고 있다.
군부는 공포 정치로 국민들을 짓누르고 있다. 쿠데타 이후 사형선고를 받고 수감 중인 사람만 100명이 넘는다.
지난해 7월에는 NLD 소속 표 제야 또 전 의원 등 반군부 세력 인사 4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수치 고문은 선거 조작 및 부패 등 19개 혐의로 기소됐고, 18개월간의 재판 끝에 총 33년형이 선고됐다. 그는 현재 수도 네피도 교도소 독방에 수감 중이다.
경제 사정 갈수록 악화…난민 속출
아시아 최빈국 미얀마의 경제 사정은 더 악화해 미얀마인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서방국들의 제재가 가해지고 외국 기업들이 줄줄이 미얀마 시장에서 철수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 속에 군정의 경제 정책 실패까지 더해져 미얀마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물가는 급등했다.
쿠데타가 발생한 2021년 미얀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8%로 곤두박질쳤다.
전기 부족으로 정전 사태도 겹쳐 미얀마 서민들의 삶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의 빈곤층이 전체 인구 약 40%인 2천200만 명까지 늘었다고 분석했다.
군정의 폭정과 생활고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다.
NUG는 지난해 1년 동안 미얀마군이 가옥을 4만1천 채 이상 불태우거나 파괴됐다고 밝혔다.
민간 전략정책연구소인 ISP미얀마는 지난달 기준 실향민이 200만 명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미얀마 인구의 약 3%가 난민이 된 셈이다.
무기력한 국제 사회…우크라에 밀려 관심 밖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포함한 대규모 지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미얀마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NUG를 이끄는 라시 라 대통령 대행은 "우리에게 대공 무기가 있다면 6개월 안에 승리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처럼 미국과 유엔의 지원을 받는다면 군부의 학살로 인한 사람들의 고통도 끝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과 유엔 등 국제기구가 군정을 상대로 일부 제재를 가하며 폭력 중단과 민주주의 복귀를 종용했지만 군정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중국, 러시아 등 일부 친군부 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하며 '마이 웨이'를 고수했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해결책 모색에 나섰지만 역시 소용이 없었다.
아시안은 2021년 4월 특별정상회의에서 미얀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5개 합의를 도출했으나 군정은 이행하지 않고 있다.
토머스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은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2년간 변화가 고통스러울 만큼 느리게 일어났다"며 "국제사회가 한 일의 대부분은 언론의 관심을 끄는 잔혹한 행위가 알려지면 이에 대한 반응으로 나올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군정, 올해 총선 통해 장기집권 시도
미얀마 사태는 올해 중대한 기로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군부가 선포한 국가비상사태 체제가 종료되고 민간 정부로 권력을 이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8월께 총선 개최를 추진 중인 군정은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데 이어 새 선거법을 제정하는 등 장기집권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사실상 민주 진영의 선거 참여와 승리 가능성을 차단했다.
군정이 짜놓은 각본대로 총선에서 승리하면 미얀마 사태는 더 혼란스러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선거가 끝나도 국제사회와 미얀마 국민들이 새 정권을 인정할지 불확실하다"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오리무중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내부적인 사태 해결 가능성이 희박한 가운데 국제사회의 대응이 중요한 변수다.
인권단체 저스티스포미얀마(JFM)는 "NUG를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하고 군정의 불법적인 선거를 지원하거나 승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초 모 툰 주유엔 미얀마 대사는 지난 24일 유엔 회의에서 "군정의 잔혹한 폭력을 막고 전쟁범죄가 처벌받지 않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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