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돈 빼낼래”…수익률 부진에 외면받는 ‘절세상품’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3. 1. 29. 14: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서민들을 위한 절세용 상품으로 주목받았던 소장펀드(소득공제 장기투자 펀드)에서 자금이 지속해서 빠져나가고 있다. 장기 수익률이 일반 주식·채권형 펀드 대비 부진해 공제 혜택을 받는 것보다 손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소장펀드의 지난 5년 수익률은 -11.11%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0.67%), 국내혼합형 펀드(6.92%), 국내채권형 펀드(7.34%) 수익률 대비 크게 부진한 수치다. 총 45개의 펀드 테마 유형을 수익률을 기준으로 줄 세우면 소장펀드 순위는 42위였다. 코스피의 5년 수익률은 0.4% 정도인데 소장펀드가 시장 평균치에 크게 못 미치는 장기 수익률을 보인 셈이다.

소장펀드는 연봉이 5000만원 이하인 투자자들이 연간 40%의 소득공제 혜택을 볼 수 있는 투자 상품이다. 최대 납입한도는 매년 600만원으로 최대치로 납입할 경우 공제 혜택 규모는 240만원이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연말 정산 때 세금 16.5%에 해당하는 39만6000원을 환급받을 수 있어 서민을 위한 대표적인 절세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소장펀드는 2014년 출시 당시 펀드 트렌드에 맞춘 상품인데 출시 이후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 정체된 측면이 있다”며 “특히 팬데믹 이후 기술·성장주 위주 투자 흐름이 심화되면서 수익률이 높은 새로운 투자 트렌드들이 많이 생겨나 소장펀드가 최신형 펀드들의 수익률을 따라가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선 소장펀드에 대형·가치주보다 중·소형 종목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게 장기 수익률 부진의 또 다른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국내 A소장펀드의 포트폴리오 구성 비중을 살펴보면 올해 1월 기준 중·소형 종목의 비중이 43.9%로 절반가량에 달했다. 보유종목 상위권 구성을 보면 골프존, SBS, 한솔케미칼, 덴티움 등 변동성이 큰 중·소형주가 많았다.

소장펀드의 공제 혜택은 펀드 가입 후 10년까지 주어진다. 소장펀드 가입 기간은 지난 2014년 3월부터 2015년 말까지로 가입자들은 2024~2025년까지 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여전히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임에도 단순 지수추종 상품보다 부진한 수익률에 첫 환매가 가능해진 2019년 이후 가입자들은 자금을 지속적으로 빼는 모습이다.

일부 가입자는 공제 혜택을 받으려다 오히려 큰 손실이 발생하자 환매에 나선다고 한다. 지난 3년 동안 소장펀드에선 1660억원의 돈이 유출됐다. 올해에도 2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1조원을 넘어섰던 소장펀드 설정액은 현재는 820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