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스크리닝] '바빌론' 당신은 영화를 이만큼 사랑합니까? 영화에 미친이가 쓴 러브레터 ★★★☆

김경희 2023. 1. 2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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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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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하면서도 위태로운 고대 도시 ‘바빌론’에 비유되는 할리우드에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당대 최고의 스타 ‘잭 콘래드’(브래드 피트). 누구나 ‘잭’과 같은 성공을 꿈꾸지만 아무나 이룰 수 없던 그 때, 화려한 데뷔를 위해 당차게 야망을 좇는 ‘넬리 라로이’(마고 로비)와 열정적인 청년 ‘매니 토레스’(디에고 칼바)가 영화 같은 삶을 꿈꾸며 할리우드에 입성한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는 기존 영화 산업의 틀을 깬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고 그 격변의 한가운데에서 ‘잭’과 ‘넬리’, 그리고 ‘매니’는 살아남아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모든 순간이 영화가 되는 곳에서 뜨겁게 꿈꾸고, 거칠게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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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포스크리닝

데뷔작 '위플래쉬'로 29살의 나이에 선댄스 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 전 세계 140여 개 어워드를 석권하며 할리우드의 주목받는 신예 감독으로 떠오른 데이미언 셔젤. 이후 꿈을 좇는 청춘의 열정과 사랑을 그린 뮤지컬 로맨스 영화 '라라랜드'로 74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감독상과 각본상,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연소로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탁월한 재능의 천재 감독으로 입지를 굳혔다. 생생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스토리텔링과 감각적인 연출로 전 세계 영화 팬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온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신작이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무려 15년 동안 세계관을 구축한 끝에 탄생시켰다는 이 영화는 어떤 예술의 한 행텨와 그 산업이 처음 형성되던 초창기의 일들, 이들이 막 자리를 잡아가던 시절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싶어서 이 작품을 시작했다는 그는 당대의 사진, 영상, 문헌 등 폭넓은 자료 보사를 걸쳐 10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완성했고 이를 통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8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작품상, 28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작품상과 감독상, 미국 배우조합상 SAG 최고상 후보에 올랐으며 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의상상, 음악상, 미술상의 3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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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프터스크리닝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가장 큰 장기인 대범하고 압도적인 이야기, 화려한 미장센, 심장을 뛰게 하는 강렬한 음악까지 그의 모든 에너지의 총집약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영화였다.

무려 188분의 시간 동안 청소년 관람불가의 세계관이 펼쳐진다. 너무 사이즈가 크고 화려하고 요란해서 처음에는 이 세계관 속에 덥석 뛰어 들지 못하고 귀퉁이에서 조금씩 주인공 '매니'(다이고 칼바 분)의 시선을 빌어 바라보게 된다. '매니' 역시 헐리우드에서 '좀 더 의미 있고 대단한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꾸는 인물. 그를 따라 얼결에 뛰어들게 된 헐리우드는 혼돈 자체였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영화계 현장과 사뭇 다른 상황. 화려한 파티나 참석하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요즘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인데 영화에서 보여지는 영화 현장은 난장판이었다. 알고 보니 이는 지금의 우리가 보지 않았던 무성영화의 시대. 그야말로 영화 산업의 초창기였던 것. 그러고 보면 왜 '잭 콘래드'(브래드 피트 분)의 전부인들은 영화산업을 무시했는지, 영화의 자막을 쓰는 직업이 왜 필요했는지가 이해가 된다.

그렇게 무성 영화의 시대에서 유성 영화의 시대를 거치며 당시로서는 '격변'하는 산업의 변화를 맞이하는 상황에서 무성영화 시대에 가장 빛나는 별인 '잭 콘래드'는 점점 빛을 잃어가고, 이제 막 빛을 보기 시작한 샛별 '넬리 라로이'(마고 로비 분)는 자신에게 닥친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을 친다. 얼결에 헐리우드에 뛰어든 '매니'는 '잭'과 '넬리' 사이를 오가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지만 순진했던 그에게 헐리우드는 감당하기 힘든 시련이었다.

'미쳤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거침없는 전개에 넋을 잃고 바라보다 보면 이 세 사람의 서사를 통해 헐리우드의 영화 산업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영화가 인류에게 주는 문화적 의미는 무엇인지, 대중이 영화를 통해 어떤 위로와 희망을 받고 사는지,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영화인을 꿈꾸게 되는구나라는 걸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감성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영화를 보고 난 모든 관객들은 한결같이 극장 문을 나서며 '영화를 엄청 사랑하는 사람이 만든 영화네'라는 소리를 하게 될 것.

'위플래시'의 광기 어린 집요함과 '라라랜드'의 낭만을 둘 다 껴안은 '바빌론'은 돌아버릴 것 같은 화려하고 난잡한 파티의 반복과 극단적으로 그려낸 당시 영화 촬영의 현장, 그 와중에 귀를 때려 박는 강렬한 재즈 선율로 요란한 외형을 하고 있지만 그 내면에서 다루는 메시지는 아주 순수하게 '영화에 대한 러브레터'를 담고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왜 음악, 의상, 미술을 후보로 올렸는지 단박에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되는 부분이다.

연기적인 부분에서 아카데미의 후보가 되지 못한 건 너무 아쉽다. 최소 여우주연상과 신인배우상의 후보 정도는 될 법도 했건만. 마고 로비는 우리가 알던 그 배우가 맞나 싶게 천연덕스럽게 본능에 충실한 천박하지만 끼가 넘치는 '넬리 라로이'를 연기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한 '메니 토레스'를 연기한 디에고 칼바는 이 작품이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라고. 낯선 얼굴이지만 눈빛에서는 오랫동안 관객을 사로잡을 깊이가 느껴지는 그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스토리텔러로서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 브래드 피트에 대해서는 무슨 말이 필요하랴.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대 스타를 연기하는 장면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후반부 자신이 더 이상 주목받는 배우가 아니고 변화하는 산업에 어울리거나 필요한 배우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받아들이는 순간의 연기는 영화를 보고 난 한참 뒤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떠오르게 되는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었다.

1990년에 개봉한 '시네마 천국'이 당시 영화를 사랑하던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과 여운을 안기며 잊지 못할 영화 음악과 키스신 모음의 대표 짤을 생성시켰다면 2023년에 개봉하는 '바빌론'은 100년 전 영화계의 눈부신 비약과 음영을 그리며 지금에 이르기까지 영화 기술의 혁신과 발전을 칭송하게 한다.

앞으로 30년쯤 후에는 그린 스크린에서의 작업, 혹은 배우나 그린 스크린조차 필요 없는 영화가 만연하며 '그 시대 영화배우라는 직업이 있었지'라며 지금의 대 스타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영화가 만들어질 수도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지금 보게 되는 모든 영화들이 하나하나 얼마나 의미가 있고 소중할까. 이 영화는 지금 개봉하는 모든 영화, 지금 연기하는 모든 배우들을 소중하게 기억하게 해 준다.

위태로운 고대 도시 ‘바빌론’에 비유되던 할리우드에서 꿈 하나만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이를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강렬하면서도 매혹적인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바빌론'은 2월 1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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