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씌울까 말까”…유치원‧어린이집 학부모는 고민돼요

전지현·김세훈 기자 2023. 1. 2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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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 시행을 하루 앞둔 29일 서울 중구 서울역 안에서 한 어린이의 마스크가 귀에 걸려있다. 권도현 기자

“앞으로 어린이집에서 마스크 벗어도 된대. 어때?”

경기도 평택에 거주하는 나현정씨(49)가 29일 딸 하은(7)에게 물었다. 하은양은 단박에 좋다며 “야호!” 소리 질렀다. 마스크 해방이 마냥 즐거운 딸을 보며 나씨는 복잡한 생각에 잠겼다. 30일부터 어린이집·유치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실내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에서 권고로 바뀐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들은 당장 내일부터 가능할 ‘노마스크’ 등원이 반가우면서도 걱정된다고 했다.

보호자들은 최근 유행하는 독감 등 호흡기질환을 걱정했다. 나씨 가족은 한 달 전 온 가족이 코로나에 걸렸고, 열흘 전엔 하은이가 독감에 걸렸다. 나씨는 “3년간 습관이 돼서 어른보다 마스크를 잘 챙기는 딸을 보면 안쓰럽다”면서도 “아이가 병치레가 잦다보니 마스크 해제가 걱정되기도 한다”고 했다. 7살짜리 딸을 키우는 학부모 박찬진씨(42)도 “코로나가 계속 발생하고 있으니 아이에게 계속 마스크를 쓰라고 할 것 같다”고 했다.

아이들의 언어발달이 지연되는 것을 걱정하던 보호자들은 노마스크 시대가 반갑다. 서울 영등포구 어린이집에 다니는 정모군(4)은 1살이 되기 전에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정군은 선생님의 입모양을 볼 기회가 적었다. 그래서 지금도 자음 발음을 어려워한다. 정군의 이모 임모씨(29)는 “ㅋ, ㅌ, ㅍ 같은 거센소리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다”며 “언어발달 측면에서는 마스크를 벗는 게 다행”이라고 했다.

이번 마스크 실내 해제 조치는 권고사항이다. 보육기관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다. 지역 맘카페에서는 각자의 상황을 공유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현재 학부모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다른 누리꾼은 “아무 공지가 없어 마스크를 씌워 보낼지 말지 눈치게임 해야 한다”고 했다. 한 어린이집 교사는 “아이들은 마스크를 벗고, 선생님은 쓰기로 했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장소마다 다른 마스크 지침에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어린이집과 달리 어린이집 통학버스는 마스크 착용 의무 공간으로 지정됐다. 보호자들은 통일성이 없으면 아이들이 따르기 어렵다고 반응했다. 임씨는 “아이에게 통학버스 안에서는 써야 한다는 걸 설명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며 “같은 실내인데 통학버스와 어린이집을 다르게 하는 게 효과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실내 마스크 자율화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의 경우 영유아는 감염으로 면역 획득한 비율이 높고, 독감 인플루엔자 유행도 유행 정점이 지나간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금이 마스크 해제로 나아가는 데 맞는 시점으로 보인다”고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언어발달이 가장 왕성한 만 2~3세에 마스크를 쓰면 언어발달이 지연될 뿐 아니라 사회성이나 정서발달에도 악영향을 준다”며 “앞으로 어린이집에서 또래와의 협동수업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무가 해제된다는 것은 ‘쓰지 말라’보다는 ‘가급적 착용하자’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며 “결정하기 애매할 땐 착용하면 되니, 학부모들이 지나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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