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지역혁신과 규제혁신을 통한 대학의 변화와 기회

문보경 2023. 1. 29.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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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학령기 인구의 감소로 지방대학과 지역은 위기에 처해 있다. 게다가 디지털 대전환, 신기술 발전 등으로 사회는 급격히 변화하고, 인재 양성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지만 우리 교육은 여전히 기존의 익숙한 방식에 정체된 상태다. 이제 교육이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현 정부는 사회와 기술의 유례없는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개혁에 힘쓰고 있으며, 특히 기존 교육부가 독점했던 대학규제와 재정지원 권한을 내려놓고 지자체와 대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교육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역혁신과 규제혁신을 고등교육분야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지방대학과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지역혁신의 중심이 돼야 한다. 지역 발전을 위해선 인재, 즉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학은 지역 발전에 필요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이 정주하며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지역과 대학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이 선순환의 핵심 고리가 되기 위해선 학생을 교육하고 연구하는 데서 나아가, 지역과 협력을 통해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동반 성장을 선도하는 지역혁신 생태계의 허브로서 변화해야 한다.

대학의 변화를 지원하고자 교육부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약칭 라이즈(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기존 대학 규제는 과감히 완화하고 대학에 대한 지자체의 행·재정 권한은 확대하는 등 지역 주도의 대학 지원을 통해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촉진한다. 서울시와 관악구, 서울대가 협력하여 창업밸리를 조성한 경우나 전북에서 지역대학과 지자체가 인구소멸과 인력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고 비자 시범사업 등과 연계하려는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산·보편화되기 위해서는 기존 교육부 중심의 대학재정지원방식을 개편하고, 관련 규제를 개혁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먼저, 그간 중앙부처에서 개별 대학에 특정한 사업목적으로 지원했던 재정을, 앞으로는 지역혁신 관련 예산을 통합해 지자체에 지원하고 이를 지자체가 지역 내 대학들과 협력해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기존의 방식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큰 변화이기에 올해 5개 내외 지역을 선정해 시범운영을 실시할 예정이다. 시범운영을 토대로 제도 개선 사항의 발굴과 필요한 법령 개정을 완비해 2025년에는 전국에서 지역주도 방식으로 산학협력, 평생·직업교육 등 지역과 연계가 필요한 대학재정지원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역 주도 대학재정지원으로 전환되면 재정지원의 절차와 흐름이 달라진다. 현재는 각 부처에서 사업을 기획하고 개별적으로 대학을 선정하여 재정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는 시·도가 대학과 협력해 지역발전전략과 연계한 대학지원계획을 중앙부처에 제안하고, 교육부를 포함한 관계부처가 지자체와 함께 협약을 체결해, 지역 주도로 지역대학에 예산을 지원하고 활용하게 된다. 이러한 지원방식의 변화로 대학은 기존에 개별 사업의 예산 내에서 주어진 목적과 방식에 맞게 예산을 사용했다면, 이제는 지역과 협력하여 대학의 강점이 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필요한 방식으로 예산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 지정을 통한 규제특례를 바탕으로 지역과 대학의 혁신을 위해 필요한 규제 개선을 신속히 뒷받침하고, 지역혁신 관련 사업의 예산도 통합하여 연계·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지역이 겪고 있는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의 우수 인재 유출이라는 심각한 위기를 극복하려면 재정지원 방식의 변화 외에도 더 혁신적이고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감한 혁신과 변화의 시작점은 바로 지역대학이 될 것이다. 독일에서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 중 하나인 미텔슈탄트대는 지역 강소기업을 위한 혁신적인 학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하여,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강소기업에서 일자리를 찾는 등 혁신적인 결과를 창출하고 있다. 스웨덴의 말뫼대도 버려진 조선소 부지에 학교를 세워 지역 스타트업에 최적인 인재를 공급하는데 주력하며 지역의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역을 살리는 대학이 필요하다. 지역의 우수 인재가 경쟁력 있는 지역 대학에 진학하고, 이 인재가 지역에 머물며 지역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지역을 살리기 위해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할 의지와 역량이 있는 글로컬대학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며, 글로컬대학이 혁신과 변화의 동력을 얻을 수 있도록 중앙부처와 지자체는 집중적인 투자와 맞춤형 규제 특례 등 밀착 지원을 해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글로컬대학이 특화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성장하여 지역에 우수한 정주인원을 양성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지역대학에 대한 지원과 함께 대학의 변화를 가로막던 규제를 과감하게 개혁하여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지원해야 한다. 헌법 제31조에는 대학의 자율성을 기본권으로 보호하고 있으나, 현재는 규제 중심의 법령 체계로 인해 대학의 변화가 더딜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부터 지침과 시행령 등의 개정을 통해 재산, 정원, 대학운영 관련 규제를 선제적으로 완화하고 교육부 주도의 획일적 대학평가도 폐지하였으나 여전히 과제는 산적해 있다. 올해에는 대학 현장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불필요한 규제를 발굴하여 혁파해 나가는 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대학의 혁신에 걸림돌이 되는 고등교육 규제는 모두 없앤다는 목표로 모든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차후 고등교육 관련 법률의 근본적인 검토와 개편을 통해 대학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개혁할 계획이다.

대학과 지역의 거대한 변화는 교육부 혼자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는 모든 관계부처와 지자체가 힘을 한데 모아야 한다. 교육부의 선도적인 변화가 다른 관계부처들의 대학 재정지원과 대학 관련 규제 혁신을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

대학의 위기는 지역의 위기이며, 지역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이다. 지역소멸의 위험 속에 대학이 지역혁신 생태계의 허브로 도약해 국가균형발전의 키(key)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서울대 국제경제학 학·석사를 졸업한 후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2003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에 임용된 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육개혁연구소 소장을 거쳐 제 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2008년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과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제 1차관을 지내고 2010년 8월부터 2013년 3월까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했다. 2020년 아시아교육협회를 설립하면서 교육 디지털 전환과 에듀테크 활성화에 힘썼다. 대학 관련 규제 혁신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2022년 교육부 장관으로 취임직후부터 지역 중심의 교육개혁 정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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