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빅토르안, 성남시 코치직 탈락…국내 복귀 ‘일시 정지’

‘러시아 귀화 쇼트트랙 스타’ 빅토르 안(37·안현수)의 국내 복귀에 잠시 제동이 걸렸다. 경기 성남시청 빙상팀 코치직 전형에 지원하며 국내 복귀 수순을 밟던 안씨는 전형 과정에서 탈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코치 선발을 위한 최종 2∼3배수 후보자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체육계와 성남시 등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 12일 성남시청에서 열린 빙상팀 쇼트트랙 코치직 면접에 참여했으나, 시의 선발 과정에서 떨어졌다. 시는 기술적 능력 외에 선수들과의 소통 능력과 리더십 등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지난 12일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열린 시청 빙상팀 코치직 면접에 참석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국내 빙상의 메카’로 불리는 성남시청 빙상팀은 안씨가 러시아로 귀화하기 직전까지 몸담았던 친정팀이다. 시 관계자는 “빅토르 안이 성남시 빙상팀에서 활동하다가 팀이 해체되면서 러시아로 귀화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단순히 기술만이 아니라 여러 요소들을 종합해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남시는 오는 31일 빙상팀 코치직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빅토르안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따낸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선수였다. 2011년 성남시청이 재정 문제로 빙상팀을 해체하자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러시아로 귀화했다. 이후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대표로 출전, 3관왕에 올랐고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선 중국 대표팀 기술코치로 활약했다.

하지만 귀화 당시 석연찮은 해명과 올림픽 금메달 연금 4년치 일시불 수령 등을 놓고 잡음이 일기도 했다. 

시는 코치 선발을 두고 향후 팀의 성적 외에 직장인운동부로서 갖는 상징성과 팀 분위기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성남시청팀에는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간판인 최민정 등이 뛰고 있다.

앞서 시 고위 관계자 등은 빅토르 안의 면접 참여를 놓고 최종 2∼3배수 후보에 들어올 경우 진지하게 선발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는 지난달 19일 빙상팀 코치를 뽑는 채용공고를 냈는데, 안씨를 비롯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중국 대표팀을 이끈 김선태 전 감독 등 7명이 지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복귀를 시도하는 안씨의 지원을 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한국빙상지도자연맹은 “빅토르안은 한국 국적을 버리고 귀화 당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며 “한국 빙상이 국민에게 다시 신뢰받고 사랑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지도자의 정직한 직업윤리와 건강한 마음가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 누리꾼은 안씨의 재능과 실력을 아까워하며 “법적 문제를 일으킨 것도 아니고, 쇼트트랙 전력 향상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옹호했다.

이에 성남시는 채용에 관한 ‘공정성’을 내세워 여론몰이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안씨는 이번 코치직 선발이 좌절되면서 당분간 국내 복귀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채용은 체육계의 귀화 문제 등을 놓고 선례를 남길 수 있는 사안이어서 체육계 안팎에서 민감한 반응을 내비쳐왔다.

성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