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남편 위해 굿 해야”…8년간 33억원 뜯어낸 동창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cay@mkinternet.com) 2023. 1. 2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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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남편을 잃고 괴로워하는 초등학교 동창생에게 접근해 굿 대금 명목으로 8년간 584회에 걸쳐 33억원을 뜯어낸 60대 여성이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29일 춘천지법 원주지원 제1형사부(신교식 부장판사)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60)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 씨는 2013년 2월 16일부터 2021년 2월 24일까지 지인 B 씨에게 굿 대금 명목으로 총 584회에 걸쳐 32억9800만여원을 뜯어내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강원도 원주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B씨(61)는 2013년 2월 남편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워했다.

인근 식당에서 일하며 B씨의 사정을 알게 된 A씨는 ‘죽은 남편을 위해 굿을 해야 한다. 노여움을 풀지 못하면 극락왕생하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된다’고 속여 B씨에게 굿 대금 70만원을 받아냈다.

이후 A씨는 무속인으로부터 들었다며 “너에게 신기가 있다. 이를 막으려면 굿을 더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네 아들이 죽거나 되는 일이 없어 정상적으로 살 수 없다”고 B씨에게 굿 비용을 들먹였다. 굿 비용은 점점 늘어나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렀다.

B씨는 굿 대금을 현금으로 마련하기 위해 소유하고 있던 각종 부동산까지 모두 처분했다. 그는 재산을 다 날리고 난 뒤에야 뒤늦게 사기 피해를 당했음을 깨달았다.

A씨는 재판에서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빌린 돈이고 일부는 갚았기 때문에 공소장에 담긴 금액을 모두 다 편취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가 피해자인 B씨에게 은행 계좌로 송금해 갚은 금액은 6800만원뿐이고, 편취한 금액의 대부분은 자신의 생활비나 노후자금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위해 굿을 해주거나 무속인에게 굿을 부탁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8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불우한 가족사를 이용해 거액을 편취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편취한 돈을 생활비나 자신의 가족을 위해 사용하는 등 범행 경위나 동기도 매우 불량하다”며 “초범이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줬고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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