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이 온다下] '딥 임팩트' 지구방위 작전 시작됐다

윤현성 기자 2023. 1. 2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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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다트' 우주선으로 인류 최초 지구 방위 임무 성공
소행성과 사전 충돌해 궤도 변경…안전성·효율성 모두 잡아
소행성 요격 최우선 조건은 '발견'…美·EU·韓 "숨은 소행성 잡아라"

디디모스 쌍성 소행성계에 충돌하기 전 '다트(DART)' 우주선을 묘사한 이미지. (사진=나사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2300여개의 거대한 '잠재 위험 소행성(PHA)'들이 지구 인근을 맴돌고 있다. 물론 이들은 수십~수백만㎞의 까마득한 거리에 떨어져 있고, 향후 100년 내에 지름 140m 이상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가능성이 '0'이 아닌 만큼 인류는 혹시 모를 소행성 충돌에 대비한 '지구방위 임무'에도 꾸준한 노력을 쏟고 있다. 최근 인류 최초로 소행성을 요격해 궤도를 틀어버린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인류 최초의 '행성 방위' 성공…1100만㎞ 소행성 요격한 '다트' 우주선

지구 위협 소행성, 핵폭탄으로 못 부수나?…원거리 궤도 수정이 가장 안전해

나사의 '쌍 소행성 궤도수정 실험(DART, 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우주선이 충돌 11초 전 포착한 소행성 '디모르포스'의 모습. (사진=나사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지난해 9월 '쌍 소행성 궤도수정 실험(DART, 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우주선을 지구에서 약 1100만㎞ 떨어진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정확하게 충돌시키는 데 성공했다. 심우주에 있는 소행성을 직접 타격한 인류 최초의 사례였다.

DART(다트) 우주선은 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1.8m와 1.9m, 무게는 620㎏ 수준의 소형 비행체다. 2021년 11월 발사된 다트 우주선은 시속 2만1600㎞ 속도로 항해한 끝에 디모르포스와 충돌했다.

디모르포스는 지름 160m 수준의 작은 소행성으로, 디디모스로 명명된 지름 780m의 소행성을 공전하고 있다. 다트의 목적은 우주선과 소행성을 의도적으로 충돌시켜 소행성의 궤도를 의도적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충돌 이후 디모르포스의 궤도는 약 1% 또는 약 10분 가량 단축됐을 것으로 파악됐다.
다트 임무 성공의 의의는 영화 속에서나 존재했던 행성 방어 체계를 실현시켰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소행성 재난 영화 '아마겟돈'이나 '딥 임팩트' 등에 나오듯 흔히 생각하는 소행성 대응 방안은 핵폭탄과 같은 강력한 폭탄을 이용해 소행성을 조각내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이같은 방법에는 문제가 많다.

일단 UN(유엔)을 중심으로 탄생한 국제 우주법은 '평화적 이용의 원칙'에 따라 우주나 천체에서 핵폭탄과 같은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핵무기 사용 시 자연히 따라오는 방사능으로 인해 지구 상공이 오염될 우려도 있다. 무기를 활용해 소행성을 파괴하는 임무는 비교적 지구 인근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 모든 문제를 뚫고 소행성을 폭발시키는 데 성공하더라도 파편의 문제로 인해 위험성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예컨대 그대로 추락하면 태평양 한가운데로 떨어질 소행성이 조각나 파편 하나는 미국, 하나는 유럽에 떨어지는 등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그렇기에 다트 성공의 의의가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더 작은 힘으로 효율적으로, 지구에서 먼 곳에서 안전하게 소행성 충돌을 사전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줬다.

천문학계에서는 소행성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다트처럼 우주선 등을 직접 소행성에 충돌시켜 궤도를 틀어버리는 게 현재 활용 가능한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소행성이 지구에 가까워질수록 궤도를 틀기 위해 더 강한 힘이 필요하지만, 멀리 있는 소행성에 미리 대응을 한다면 다트 같이 작은 우주선을 이용하기만 해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나아가 학계에서는 다트보다 훨씬 거대한 '팔콘9'과 같은 로켓의 본체를 소행성에 충돌시켰을 때 소행성의 궤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시뮬레이션 연구를 지속 진행 중이고, 관련 논문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소행성 궤도 바꾸려면 '발견'부터 해야…나사, 20여년 전부터 소행성 탐색 총력

유럽도 근지구 소행성 3만개 찾았다…韓, 5~6년 내 소행성 탐사 전용 망원경 갖출 듯

나사가 발견한 근지구 소행성의 연도별 개수. 초록색이 CSS(카탈리나 전천탐사), 자주색이 Pan-STARRS가 발견한 소행성의 개수다. (사진=나사)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효율적이고 안전한 지구 방위 전략이 있지만 필수적인 전제조건은 멀리 있는 소행성을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끊임없이 우주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전 지구적 협조가 필수적이다. 지구가 계속해서 자전과 공전을 반복하기에 관측이 용이한 지점이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이다. 태양광에 가려진 채 숨어있던 소행성이 갑작스레 포착될 가능성도 있다.
나사의 경우 2000년께부터 소행성 관측을 비롯한 우주방위 프로젝트에 힘을 쏟아왔다. NEOO(Near-Earth Object Observations) 프로그램을 통해 근지구 소행성(NEA)을 추적해온 것이 대표적이다.

NEOO 프로그램은 다양한 관측 프로그램을 동시에 추진하며 근지구 소행성을 찾아내고 있는데, CSS(카탈리나 전천탐사)와 Pan-STARRS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탐사 전용 망원경 2대, 추적 전용 망원경 1대 등 총 3대의 망원경으로 구성된 CSS는 현재까지 1만3000개가 넘는 근지구 소행성을 발견했다. 현재까지 인류가 발견한 전체 근지구 소행성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Pan-STARRS 프로젝트는 2대의 망원경으로 진행된다. Pan-STTARS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현재까지 발견된 근지구 소행성의 3분의 1 수준인 9000여개의 근지구 소행성이 발견됐다. 특히 Pan-STARRS 프로젝트는 CSS보다 늦게 시작돼 망원경의 구경이 더 크기 때문에 CSS의 한계 등급보다 1등급 더 어두운 천체까지 발견할 수 있다.

나사 뿐만 아니라 유럽의 ESA(유럽우주국)도 행성 방위 사무소(PDO) 내에 'NEOCC(Near-Earth Object Coordination Centre)'를 운영하며 소행성을 집중적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까지 NEOCC가 발견한 '안전한 궤도 정보의 소행성'은 115만2897개이며, 근지구 소행성은 3만1133개를 찾아냈다.

이처럼 유럽 또한 소행성 궤도 정보를 추적·관리하는 등 심우주에 숨어있는 소행성을 발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위험도가 높은 소행성의 지구 충돌 확률까지 계산하고 있다.

남아공에 설치된 KMTNET의 외계행성 탐사용 망원경 'KMTNET-SAAO'. (사진=KMTNET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 등 우주선진국에 비해서는 다소 뒤처져있지만, 소행성 추적 프로그램이 꾸준히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남아공·호주·칠레에 설치된 'KMTNET(외계행성탐색시스템)'을 일부 활용해 소행성을 찾고 있다. 지난 2019년 KMTNET을 통해 최초로 근지구 소행성을 찾아내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당초 외계행성 탐색용으로 만들어진 망원경을 쓴 데서 알 수 있듯 아직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소행성 탐사 전용 망원경을 보유하고 있진 않다. 하지만 천문연에 따르면 현재 칠레에 구경 1.5m급의 소행성 탐색용 망원경 'NSOS(Near Space Optical Survey)' 개발·구축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본격적인 망원경 설계가 이미 끝났고 제작 준비에 접어든 만큼 향후 5~6년 안에는 우리나라도 전용 망원경을 통해 보다 확실하게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들을 발견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명진 천문연 선임연구원은 "다트와 같은 소행성 궤도 변경은 행성 방위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어떻게 보면 유일한 방법이다. 안전성과 효율성을 모두 담보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라며 "소행성을 놓치지만 않으면 가장 안전하게 충돌을 막을 수 있는 만큼 핵심은 관측과 발견이다. 천문연도 나사를 비롯해 다양한 기관들과 긴밀한 국제협력을 이어가고 있고, 소행성 탐사 전용 망원경을 비롯한 대응 프로젝트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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