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비건 친구가 청담에서 만나자고 한다면

임현지 기자 2023. 1.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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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푸드, 대안육 활용 ‘더 베러 베키아에누보’ 오픈
더 베러 베키아에누보 전경. 사진=임현지 기자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비건인 친구가 청담에서 만나자고 한다면, 신세계푸드 덕에 한시름 덜었다. 채식주의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를 환영하는 취향 존중 레스토랑이 청담동 한복판에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0% 식물성 캔햄을 론칭하며 '대체육이 아닌 대안육(代案肉)으로 불릴 것'을 자처하던 신세계푸드가, 이번엔 채식 메뉴를 함께 운영하는 '더 베러 베키아에누보(The better Vecchia&nuovo)'를 오픈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26일 서울 청담동 SSG푸드마켓 지하 1층에 대안육 '베러미트'를 활용한 더 베러 베키아에누보를 개점했다. 식물성 이탈리안 메뉴를 비롯해 다양한 베러미트 제품을 만날 수 있는 캐주얼 다이닝이다. 기자는 이곳을 27일 방문했다.

더 베러 베키아에누보 전경. 사진=임현지 기자

◆ "고기,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원래 이곳은 신세계푸드가 운영해오던 이탈리안 레스토랑 '베키아에누보' 청담점이었다. 앞서 회사는 압구정에서 식물성 정육 델리를 테마로 한 팝업스토어 '더 베러'를 운영한 바 있다. 더 베러가 '고기 없는 정육점'으로 인기를 얻으며 재오픈 요청이 쇄도하자, 장소를 옮겨 베키아에누보 청담점에 베러미트를 접목하고 더 베러 베키아에누보로 리뉴얼했다.

매장에 입장하자 시원하게 펼쳐진 오픈키친과 매대가 눈길을 끌었다. 이곳에선 식사뿐만 아니라 귀리 음료, 비건 치즈 등 여러 식물성 대안 식품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신세계푸드가 지난해 선보인 식물성 런천 캔햄을 비롯해 샌드위치용 슬라이스햄인 콜드컷과 미트볼 등 다양한 베러미트 제품도 구입 가능하다.

비건을 도입한 레스토랑이 '식물성', '친환경'을 내세우며 초록색의 플랜트(plant) 콘셉트로 단장하는 반면, 더 베러 베키아에누보는 기존 '프리미엄 이탈리안 레스토랑' 이미지를 유지했다. 대안육을 떠올릴 수 있는 오브제들과 시그니처 색상인 주황색을 배치하는 것으로 베러미트의 아이덴티티를 은은하게 심었다.

식사 메뉴는 ▲베키아에누보 대표 메뉴(V&N Original) ▲식물성 재료만 사용한 메뉴(Plant-based) ▲베러미트를 활용한 메뉴(Better meat inside)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메뉴판에도 이 같은 내용을 안내해 소비자들이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Better meat inside는 기존 베키아에누보 청담점 기존 요리에 쓰이던 고기나 햄을 식물성 대안육인 베러미트를 활용해 재해석한 메뉴다. 고기가 있었는데, 없어진 셈이다. 가격은 이전과 같다. 커피와 티, 주스 등도 마련돼 있으며 귀리 우유를 활용한 그린티밀크와 코코넛밀크도 판매한다.

더 베러 베키아에누보 메뉴판. 베러미트를 활용한 메뉴와 식물성 재료로만 만든 메뉴 등이 구분돼있다. 사진=임현지 기자

◆ 채식주의자 환영! 아닌 사람도 환영!

더 베러 베키아에누보의 장점이자 차별점은 기호에 따라 대안육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는 베러미트를 활용한 '볼케이노 오므라이스'와 100% 식물성 메뉴인 '슁켄 피렌체', '카포나타 미트볼 파스타'까지 총 3개 메뉴를 선택했다.

슁켄 피렌체에 들어있는 콜드컷은 슬라이스햄 특유의 탱글탱글한 식감이 느껴졌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해조류에서 추출한 다당류를 활용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무엇보다 식물성으로 만든 칠리 마요네즈가 굉장히 맛있었다. 먹기 좋게 썰려있는 와일드 루꼴라의 쌉쌀함과 잘 어우러졌다.

볼케이노 오므라이스는 가장 기대했던 메뉴다. 회오리 모양 달걀 지단 위에 커다란 크리스피 미트볼이 시선을 끌었다. 튀김 옷은 바삭하고 단단한 편이었지만 안의 미트볼은 촉촉했다. 동료 기자와 나눠 먹기 위해 반으로 쪼개야 했던 것이 아쉬울 정도로 맛있었다. 식감은 일반 미트볼보다 부드러운 편이다.

가장 만족한 메뉴는 카포나타 미트볼 파스타다. 카포나타는 가지와 토마토 등을 담은 이탈리아 채소요리 중 하나다. 소스에 버무려진 미트볼에 자꾸 손이 갔다. 면은 숏 파스타인 카사레치아를 사용해서 일행과 나누기도, 먹기도 편했다. 하얗게 뿌려진 치즈 역시 식물성 기름 등으로 만들어진 비건 치즈다.

베러미트를 활용한 '볼케이노 오므라이스'와 100% 식물성 메뉴인 '슁켄 피렌체', '카포나타 미트볼 파스타' 총 3개 메뉴를 선택했다. 사진=임현지 기자

신세계푸드는 대안육이 대중의 일상으로 스미려면 '맛'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국내 채식 인구가 250만명으로 부쩍 늘었지만 여전히 소수다. 또 그들이 고기를 포기한 것이지 맛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식물성 메뉴인 줄 몰랐다'는 반전을 경험한 일반 소비자들이 늘어나면 대안육에 대한 거부감도 사라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그동안은 '진짜 고기' 같은 모양과 식감을 만드는 것이 중점이었다면, 이젠 맛이 중요하다"며 "'별로 맛없을 것 같아'라는 인식이 바뀌어야 비건 식품 사업을 지속하고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는 이 매장을 통해 베러미트에 대한 소비자 경험을 늘리고 인류건강, 동물복지, 지구환경 등 대안육에 담긴 사회적 가치를 알린다는 계획이다. 간편식 브랜드 '올반'에 사용되는 가공육을 베러미트로 교체하는 개발에도 착수했다. 비건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limhj@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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