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종주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日 '전고체 반전카드' 통할까 [배터리는 Tech 전쟁 중]

2023. 1. 2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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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필두로 리튬이온시장 선도했던 일본
한·중에 밀려 고전…전고체 배터리로 반전
전고체 일본 특허 비중 37%·중국은 28%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토요타의 전기차 시제품 차량. [토요타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배터리 종주국 일본이 이차전지시장에서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2015년만 해도 일본은 세계 자동차 리튬이온전지시장의 40%를 장악했을 정도로 이 분야 강국이었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의 성장세에 밀려 점유율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일본은 반전카드로 차세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택했다.

29일 코트라 오사카무역관에 따르면 차량용 리튬이온 전지 분야에서 일본의 비중은 2015년 40.2%에서 2020년 21.1%로 감소했다. 반면 중국은 28.1%에서 37.4%, 한국은 28.4%에서 36.1%로 증가했다.

일본은 1990년대 소니를 필두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리튬이온 배터리를 상용화한 나라다. 하지만 일본이 자국 시장에 안주하는 사이 중국과 한국이 추격에 성공하면서 세계 배터리시장에서 일본의 점유율은 빠르게 하락했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면서 일본은 최근 글로벌 배터리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단 위기감을 느끼고 대책마련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특히 글로벌 배터리시장에서 게임체인저로 평가되는 전고체 배터리를 2030년 이전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현재 굳어진 중국, 한국 우위의 시장질서를 완전히 뒤엎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은 원천기술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고체 분야에서 경쟁력의 지표라고 볼 수 있는 특허에 있어 일본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2001년부터 2018년까지의 누적 특허 건수비율은 일본이 37%, 중국이 28% 수준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해 전류를 흐르게 하는 물질인 ‘전해질’을 기존 전지처럼 액체가 아니라 고체로 바꾼 것이다. 기존 업체들은 주로 이온 전도도가 높은 액체 형태의 전해질을 사용했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할 경우 배터리 내부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양극과 음극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는 분리막이 필요하다.

반면 고체 전해질은 그 자체로 분리막 역할을 할 수 있어 분리막이 없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전해액과 분리막이 없어지면서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물질을 첨가할 수 있어 고밀도 배터리 구현에 유리하다. 온도 변화로 인한 충격이나 누액위험도 없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동일 용량에도 크기를 줄인 전고체 배터리. [삼성SDI 제공]

다만 전고체 배터리를 구현하기까지 난제가 산적해 있다. 이온 전도도가 높은 고체를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고체 전해질은 이온이 흐르는 것이 아니고 고체 격자 사이에서 이동한다. 전해질과 양 극판의 접촉을 최대화하고, 접촉면에서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것이 과제다. 비싼 제조원가도 넘어야 할 장벽이다.

일본 토요타는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은 기술력을 확보한 업체다. 2020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공개된 전고체 전지 특허 가운데 토요타는 1331건으로, 보유 수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445건을 기록한 파나소닉이다.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6개가 일본 기업이었다. 일본은 전고체 전지 최초 상용화를 위해 소재, 제조방식, 생산기술 등의 혁신을 과제로 삼고 있다.

대규모 투자 역시 뒷받침되고 있다. 토요타는 2030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배터리 개발·생산에 2조엔(약 19조원)을 투입한다. 토요타가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보다 고전압·고온에 강해 항속거리 연장과 충전시간 단축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2021년엔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시제품 차량을 내놓기도 했다.

닛산은 충전시간을 기존 배터리보다 3분의 1로 줄이고 에너지밀도를 2배 높인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2026년까지 총 1400억엔을 투입한다.

혼다는 전고체 배터리의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2024년까지 430억엔을 투입해 도치기현 공장에 전고체 배터리 실증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도 최근 5년간 전고체 배터리 특허 수를 2~3배 증가시키며 빠르게 추격 중이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모두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돌입한 가운데 완성차회사인 현대차그룹 역시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 출시계획을 세운 상태다.

현대차는 2025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시범 양산한 뒤 2027년 양산을 준비, 2030년경 본격 양산하겠다는 개발 로드맵을 세웠다. 중국도 정부 차원에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고강도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전고체 배터리 수요가 2025년부터 본격화돼 2030년 160.1GWh까지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는 2022년 2.1GWh의 80배 수준이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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