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B컷]청년 검사의 죽음… 7년 만에야 나온 가해자의 사과
지난 2016년 5월 19일, 33세의 검사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됩니다. 2015년부터 검사 생활을 시작한, 근무기간 만 1년을 갓 채운 초임 검사 故김홍영 검사(사법연수원 41기)였습니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당사자로 지목된 사람은 당시 그의 직속 상관이었던 김대현 전 부장검사(사법연수원 27기)였습니다. 숨진 김홍영 검사의 메모에는 그의 폭행과 폭언, 상식을 벗어난 업무 지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김 전 부장검사를 처벌하고 구속하기까지는 약 7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오늘 '법정B컷'은 33살 청년 검사의 죽음과 가해자 구속까지 걸린 7년의 시간, 그리고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직속상관의 모습이 담긴 지난주 '故 김홍영 검사 사건'의 재판 장면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열심히 산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됐을까"… 33세 검사의 죽음
서울남부지검 형사 2부에서 근무하던 김홍영 검사는 2016년 5월 19일 새벽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이후 그의 휴대전화, 메모 등을 통해 당시 직속 상관이었던 김대현 전 부장검사의 폭행, 폭언, 과도한 업무지시 정황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약 7년 전 CBS 노컷뉴스가 보도했던 당시 상황부터 먼저 전해드리겠습니다.
故 김홍영 검사가 친구들과 나눈 메시지 中 |
김홍영 "맨날 욕 먹으니 진짜 한번씩 자살충동이 든다. 어제도 결혼식 끝나고 식사하는데, 방 구해오라고 하길래 알아보고 혼주들이 쓰는 방이라 안 된다고 했다가 술 먹는 내내 닦였다" 친구 "그만 둬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걸 놔두는 조직의 문제다" 김홍영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같이 개업할래?" |
김 검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까지 계속해 친구 등 주변인들에게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메시지에는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한 두려움과 울분이 섞여 있었죠.
故 김홍영 검사가 친구들에게 보낸 메시지 中 |
"술자리 끝났는데 부장이 부른다. 여의도에 있는데 (목동에서) 15분 안에 오라고 한다. 택시 타고 가는 길…" "와… 15분 지나니깐 딱 전화 온다. 도착하니 부장은 취해서 강남까지 모셔다드리고 있다. 술 취해서 (나보고) 잘하라고 때린다… 슬프다 사는 게"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오늘은 자고 일어났는데, 귀에서 피가 엄청 많이 났다. 이불에 다 묻었다" "너무 울적해서 유서 한 번 작성해 봤는데, 엄마, 아빠, ○○랑 여기 있는 친구들 밖에 생각이 안 나네" "아 죽고 싶다. 자괴감 든다. 부장한테 매일 혼나고" |
메시지에선 폭행, 폭언 정황과 함께 상식을 넘어선 과도한 업무 지시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내용도 수없이 담겼습니다.
특히 김 검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까지도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5월 18일 저녁 7시쯤 퇴근한 김 검사는 약 3시간 뒤인 밤 10시, 다시 사무실로 출근합니다. 다시 출근한 김 검사가 작업하고 있던 문서를 마지막으로 닫은 시간은 5월 19일 새벽 1시 34분이었습니다. 이후 퇴근한 그는 19일 새벽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오전 10시에 발견됩니다.
故 김홍영 검사의 유서 中 |
"남들보다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됐지"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하루 종일 앉아서 보고 있어도 사건은 늘어만 간다. 매일매일 보고서… 보고… 실적…" "탈출구는 어디에 있을까… 엄마…아빠… 행복하고 싶어… 살고 싶어" |
검찰 "폭행은 맞는데 형사처벌은 좀"… 그렇게 흐른 세월
대검찰청은 그해 7월 27일, 감찰 결과를 발표하며 김홍영 검사에 대한 김대현 전 부장검사의 폭행과 폭언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대검찰청이 파악한 김 전 부장검사의 비위 행위는 총 17건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대검찰청은 "읍참마속"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한 '검사직 해임'을 청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형사 처벌은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죠. 이유는 "폭행이 몇 차례 있었던 것은 맞는데 형사 처벌 수준은 아니었다"였습니다.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해 행정 처분만 결정되고, 형사 처벌이 내려지지 않자 여론은 들끓습니다. 덧붙이자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 전 부장검사의 사과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대한변호사협회는 2019년 11월, 김 전 부장검사를 폭행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지부진했습니다. 10개월이 지나도 수사에 별다른 진척이 없자 유족은 2020년 9월 '검찰 수사심의의원회' 소집을 신청합니다. 검찰이 아닌 전직 대법관 등 외부 인원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에게 형사 처벌 대상인지, 아닌지 판단을 맡기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 10월 16일, 수사심의위는 폭행 혐의로 기소할 것을 권고합니다. 검찰은 열흘 뒤 김 전 부장검사를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깁니다. 사건 발생 4년 4개월 만의 기소였습니다.
재판부 "우리 사회가 근절해야 할 직장 괴롭힘"… 7년 만의 구속
그는 즉각 항소했고, 사건은 2심 재판으로 넘어갑니다. 김 전 부장검사는 마찬가지로 폭행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김 검사가 죽음에 이르게 된 것도 사건 누적 등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지 자신의 폭행이 원인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인정하지 않습니다.
2023. 1. 18 서울중앙지법 형사8-3부, 김대현 전 부장검사 폭행 혐의 선고 中 |
재판부 "피고인(김대현)의 행위를 그 자리에서 목격한 검사들은 '형법상 폭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술에 취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이고, 폭행 의도로는 보이지 않았다', '피해자에게 감정을 실어서 한 것은 아니다', '잘하라고 그렇게 했을 수 있다'라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에 비춰보면 피해자가 받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이어 재판부는 법리상으로 봐도 폭행죄가 충분히 성립된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2023. 1. 18 서울중앙지법 형사8-3부, 김대현 전 부장검사 폭행 혐의 선고 공판 中 |
재판부 "폭행죄 성립 여부인 '폭행의 고의'를 인정하는 데 있어서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의 인식이 있으면 족합니다. 악의나 해의까지 요구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검사들의 평가에는 상급자가 술자리에서 가르침이나 친밀함의 표시로 폭언이나 폭행하는 것 대해 관용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반영돼 있다고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폭행죄에 해당한다고 충분히 볼 수 있습니다. 피고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
김 검사의 죽음이 업무 스트레스 탓일 것이라는 김 전 부장검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렇게 말합니다.
2023. 1. 18 서울중앙지법 형사8-3부, 김대현 전 부장검사 폭행 혐의 선고 中 |
재판부 "피고인은 (김 검사의) 자살 원인이 객관적인 업무 과중에 더해 피해자가 이를 감당할 수 없어서 정신적으로 자포자기 상태에 이른 것 때문이지 피고인의 폭행으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피해자가 형사2부에 배치되기 전 다른 부서에서 근무할 때도 업무가 과중했는데도 일처리를 잘하는 성실감, 책임감이 있는 검사였다고 평가받은 점을 고려하면 도저히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피고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 처리를 강요하고, 지속적인 폭행과 괴롭힘을 행사해 피해자에게 극심한 사건 처리 압박과 폭력을 행사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피해자 유서에 직접적 기재된 '장기 미제 사건 등으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 부분도 피고인이 업무와 무관한 술자리에 계속 불러내 업무 시간이 부족한 상황을 만들고, 그 상황에서도 폭언과 모욕적 언사, 폭행을 반복해서 모멸감을 주고 검사로서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중략)" |
숨진 김 검사의 유족에게 사과하지 않은 김 전 부장검사의 태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강하게 지적합니다. 다만 김 전 부장검사가 이 일로 검사 자리에서 쫓겨났고, 국가로부터 십 수 억 원의 구상금 청구 소송을 당한 점을 고려했다며 1심 형량보다 낮은 징역 8개월을 선고합니다. 다만 1심과 달리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해서 도주가 우려된다며 그 자리에서 법정 구속합니다.
2023. 1. 18 서울중앙지법 형사8-3부, 김대현 전 부장검사 폭행 혐의 선고 中 |
재판부 "지금 피고인은 피해자 유족에게도 용서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다른) 검사들과 검찰공무원의 진술로 인정되는 사실관계조차도 다투고,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또 피해자가 자살한 것도 피고인의 행위가 아닌 다른 이유라고 주장하고 있어서 진심으로 반성하거나 유족에게 사과하는 모습도 없습니다. "피고인의 행위는 우리 사회에서 근절돼야 할 직장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고, 초임검사도 이를 피하지 못하고 자살이란 결과에 이르러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습니다. 실형 선고는 불가피합니다" "다만 피고인은 이 사건으로 검사직에서 해임됐고, 지금은 국가가 피고인을 상대로 십 수 억 원 구상금을 청구한 상태입니다. (중략) 원심 선고 징역 1년이란 형은 너무 무겁다고 판단해서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서 선고합니다"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8월에 처한다. 이 판결에 불복하면 일주일 내에 대법원에 상고하고 상고장을 이 법원에 내세요. 도주 우려 판단돼 법정 구속합니다" |
김홍영 검사가 세상을 떠난 지 약 7년 만에 폭행 가해자인 김 전 부장검사가 구속됐습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김 전 부장검사는 선고 내내 두 손을 앞으로 꼭 모은 채 서있었습니다. 하지만 법정구속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을까요? 할 말 있으면 하라는 재판부의 물음에 김 전 부장검사는 꽤나 오랫동안 입을 떼지 못했습니다. 말 없이 천장을 몇 차례 올려다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힘 겹게 입을 연 그는 사과의 말을 건넸습니다.
2023. 1. 18 서울중앙지법 형사8-3부, 김대현 전 부장검사 폭행 혐의 선고 中 |
김대현 "김홍영 검사 어머니, 아버지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고, 어쨋든 구태의연한 제 잘못으로 인해 전도유망한 청년이 이렇게 돼 너무 안타깝고, 그 점은 제가 평생 짊어지고 갈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로 인해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것도 알고 있고 모든 점에 대해서 죄송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
한 동안 입을 열지 못하다 힘 겹게 발언을 이어간 그였습니다. 숨진 김 검사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법정 구속이란 결정에 당황했기 때문일까요?
그리고 그렇게 구속된 김 전 부장검사는 이틀 뒤인 1월 20일,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합니다. 대법원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혐의를 다퉈보겠다는 겁니다.
▶법정B컷: 뉴스가 놓친 법정의 하이라이트 |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 CBS노컷뉴스 법조팀 기자들이 전하는 살아 숨 쉬는 법정 이야기 '법정 B컷'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법정B컷: 뉴스가 놓친 법정의 하이라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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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송영훈 기자 0ho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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